엘리베이터 / 나희덕
엘리베이터 - 나희덕 더 들어가요. 같이 좀 탑시다. 병원 엘리베이터 타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 육중한 몸집을 들이밀며 한 아주머니가 타고 나자 엘리베이터 안은 빽빽한 모판*이 되어 버렸다 11층, 9층, 7층, 5층 …… 문이 열릴 때마다 조금씩 헐거워지는 모판, 갑자기 짝수 층 엘리베이터에서 울음소리 들려온다 누구일까, 어젯밤 중환자실 앞에서 울던 그 가족일까, 모판 위의 삶을 실은 홀수 층 엘리베이터와 칠성판* 위의 죽음을 실은 짝수 층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만난다, 울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가족들과 짝수 층 엘리베이터에 실린 죽음을 홀수 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흰 헝겊으로 들씌워진 한 사람만 짝수 층 엘리베이터에 남고, 문이 닫히고, 잠시 후 B1에 불이 들어온다, 그새*..
2020.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