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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촉 / 나태주

by 혜강(惠江) 2020. 5. 8.

 

 

 

 

 

촉 


 

 

- 나태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 시집 하늘의 서쪽(2000) 수록

 

 

시어 풀이

 

 

*: ‘의 경상도 방언, 이 시에서는 뾰족하게 내민 싹의 끄트머리’.

*각질 : 파충류 이상의 척추동물의 표피 부분을 이루는 경단백질로 이루어진 물질. 이 시에서는 단단한 표면을 의미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여리고 부드러운 식물의 싹이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장면을 통해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명력에 대한 감탄을 노래하고 있다.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생명의 신비라는 근원적인 주제를 표현하는 이 시는 시각과 촉각적 이미지의 대비를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관찰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4연으로 된 이 시는, 1~2연에서 아스팔트 틈새로 자라는 새싹을 발견하고, 3연에서 새싹에 대한 경이와 감탄한 뒤, 4연에 와서 생명 속에 경이로운 힘이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 ‘발견놀람깨달음의 과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1~2연에서 화자는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에서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발견한다. 아래에서 위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불쑥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솟아오르다는 무심히 지나치던 골목길에서 한순간 인식의 범위에 들어온 새싹에 대한 화자의 놀라움이 반영된 시어이다. 이는 현재형 표현으로 쓰여 새싹의 성장이 주는 상승감과 현장감을 강화한다. ‘아스팔트 각질새싹의 촉은 거대하고 강한 것과 여리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비되면서,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아스팔트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환경만 갖춰지면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3연의 얼랄라의 감탄사는 의 방언으로, 두꺼운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솟아오른 새싹의 촉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표현한 것이며, 1연의 무심히와 화자의 태도 면에서 서로 대비된다.

 

 4연에서, 이러한 순간을 마주하고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 화자는 새싹이 비록 여리고 부드러운존재이지만, 그 안에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이 숨어 있음을 깨닫고, 여린 새싹의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한다. 이것은 여리고 부드러운 새싹과 크고 단단한 지구의 대조와 새싹이 지구를 들어 올린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명의 힘이 그만큼 크고 신비하며 위대하다는 것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교장으로 정년 퇴임을 할 때까지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서 시의 영감을 얻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삶과 새싹의 의미를 연결하면, 이 시의 새싹은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도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는 아이들, 또는 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런 새싹을 보면서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을 발견한 것이다.  

 

 

작자 나태주(羅泰柱, 1945 ~ )

 

 

 시인. 충남 서천 출생. 1971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과 사색, 천진하고 참신한 착상,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노래하였다. 대표적인 시로는 '풀꽃'이 있다.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1973), 막동리 소묘(1980), 하늘의 서쪽(2000), 너도 그렇다(2013),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기죽지 말고 살아 봐(2017),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2017),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2018)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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