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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풀꽃 1. 2. 3 / 나태주

by 혜강(惠江) 2020. 5. 9.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풀꽃 시인으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리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 시는 풀꽃이라는 보조관념을 이용하여 원관념인 의 유사성을 밝혀 그러한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작고 수수하지만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풀꽃을 제재로, 세상 모든 존재가 자기 나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의 제목이자 제재인 풀꽃은 작고 사소해서 사람들이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자세히 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일단 사랑의 마음이 전제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그것을 토대로 를 자세히, 오래 보았을 때 사랑스러움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이 시는  ‘라는 대상을 그냥 지나쳐버림으로써 가치를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을  관심을 기울이고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통해서 대상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봄'으로써 미적 가치를 인정하게 되고, 그로부터 기쁨’, ‘행복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 이것은 비밀  


이해와 감상

 화자는 <풀꽃 1> 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야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안다고 노래했다. 이것은 풀꽃을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듯 사람 사이의 관심을 노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풀꽃 2>는 이 관심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노래하고 있다.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관계 말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사귀려면 먼저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통성명(通姓名)을 하듯, ‘이름을 알아야 이웃이 될 수가 있고, 좀 더 가까운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색깔로 표현된 그 사람의 성격 혹은 성품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연인이 되기 위해서는 모양으로 표현된 마음을 끌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산책길에서 만난 풀꽃의 이름과 색깔과 모양을 관찰하며 인간 사이의 관계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 이것은 비밀이라는 문장을 한 연으로 처리하여 독립시켜 표현한 것은 위 진술의 내용을 집약하여 강조하기 위한 기발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어봐

참 좋아  

 

이해와 감상

 이 작품 역시, 보면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풀꽃에게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라고 노래한다. 화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길에서 만나는 풀꽃에게 관심을 넘어서서 무한 애정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간결한 표현 속에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무관심과 무시, 멸시로 일관하는 세상에서 세상은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무한 용기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있다가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할 때까지 교직에서 한평생을 어린아이들과 함께 살아왔다. <풀꽃> 시리즈는 제자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는 시라고 볼 수 있다. ‘풀꽃같은 아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위의 <풀꽃> 시리즈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풀꽃을 소재로 간결한 시어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한 것으로, 관심과 애정을 통해 발견하는 세상 모든 존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동시에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며 용기 있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화자의 소망을 노래한 것이다.

 이렇듯,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그의 시 속에는 간결한 문장 안에 흙 내음과 풀꽃향기 가득한 향토성과 질그릇의 투박함이 묻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연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작자 나태주(羅泰柱, 1945 ~ )

  시인. 충남 서천 출생. 1971서울신문신춘문예에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력과 사색, 천진하고 참신한 착상,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노래하였다. 대표적인 시로는 '풀꽃'이 있다.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1973), 막동리 소묘(1980),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1985), 빈손의 노래(1988),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1987), 눈물난다(1991), 하늘의 서쪽(2000), 산촌엽서(2002), 쪼끔은 보랏빛으로 물들 때(2005), 물고기와 만나다(2006), 꽃이 되어 새가 되어(2007), 눈부신 속살(2008), 너도 그렇다(2013),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기죽지 말고 살아 봐(2017),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2017),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2018) 등이 있다. 그리고, 산문집으로 대숲에 어리는 별빛(1981)이 있다.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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