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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중심의 괴로움 / 김지하

by 혜강(惠江) 2020. 5. 6.

 

 

 

 

 

 

중심의 괴로움

 

 

- 김지하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 시집 중심의 괴로움(1994)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꽃이 피는 과정을 관조적인 자세로 바라보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꽃대가 흔들리고 중심에서 벗어나야 꽃이 핀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명에의 추구를 형상화하였다.

 

 화자는 꽃이 피는 모습을 바라본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인 꽃대는 흔들린다. 꽃이 피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은 중심에 서 있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심을 지키고 굳건하게 서 있는다는 것은 괴롭다. 제목 중심의 괴로움에서 중심꽃대가 아니던가. ‘꽃 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하나의 현상이지만, 괴롭고, 그리고 때때로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흔들림이 없다면 꽃은 피어 퍼지지 못할 것이다. 중심과 탈() 중심이 서로 버티어 대항함으로써 사물과 인간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마지막 연, ‘내일/ 시골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는 시적 화자 곧 서술자이자 작가가 말하는 것으로서, 그 꽃을 보며 자신도 흔들린다며, 꽃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있다.

 

 즉, ‘중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집착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삶에 자리 잡은 중심, 자신의 삶을 유지하게 하는 구심점이 되지만, 동시에 자신을 얽매는 구속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중심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새로운 것을 피워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비유를 통해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시는 ‘~리라라는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시상을 마무리하여 ''의 모든 존재를 뒤흔들 괴로움이 있고서야 비로소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단호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자 김지하(金芝河, 1941~ )

 

 

  시인. 전남 목포 출생.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1969시인<황톳길>, <> 등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대학 다닐 때 4·19혁명, 6·3사태 등을 겪으면서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했고, 졸업 후에도 박정희 정권의 독재정치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의 선두에서 활동했다. 1964년에는 한일회담을 반대, 1970년 담시 오적(五賊)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의 시는 초기에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울분을 서정적으로 그렸다. 최근에는 생명 사상에 입각한 생명에 대한 외경과 달관의 자세로 구도자적 정서를 주제로 노래한다. 대표작으로 <화개>, <흰그늘의 산알 소식과 산알의 흰그늘 노래>가 있다. 시집으로 황토(1970), 타는 목마름으로(1982), 오적(五賊)(1985), 남녘땅 뱃노래(1987), 애린 1·2(1987), 이 가문 날의 비구름(1988), 별밭을 우러르며(1989), 중심의 괴로움(1994), 비단길(2006)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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