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夜市) / 이병기
야시(夜市) - 이병기 날마다, 날마다, 해만 어슬어슬* 지면, 종로판에서 “싸구려, 싸구려” 소리 나누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골목, 저 골목으로 갓 쓴 이, 벙거지* 쓴 이, 쪽*진 이, 깎은 이, 어중이떠중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흥성스럽게* 오락가락한다. 높다란 간판 달은 납작한 기와집, 퀘퀘히* 쌓인 먼지 속에, 묵은 갓망건*, 족두리*, 청홍실붙이, 어릿가게*, 여중가리*, 양화, 왜화붙이*, 썩은 비웃*, 절은 굴비, 무른 과일, 푸른 푸성귀부터 시든 푸성귀까지. “십 전, 이십 전, 싸구려 싸구려” 부르나니, 밤이 깊도록, 목이 메이도록. 저 남산 골목에 우뚝우뚝 솟은 새 집들을 보라. 몇 해 전 조그마한 가게들 아니더냐? 어찌하여 밤마다 싸구려 소리만 외치느냐? 그나마 찬바람만 ..
202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