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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767

여우난곬족(族) / 백석 여우난곬족(族) -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모 고모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모 고모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 리라고 해서 파랗게 보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모 고모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홍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 2020. 2. 29.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 백석(白石)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2020. 2. 29.
거리 / 박남수 거리 - 박남수 람프불에 부우염한 대합실에는 젊은 여인과 늙은이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네가 가문 내가 어드케 눈을 감으란 말인가. 경편열차(輕便列車)의 기적이 마을을 흔들 때, 여인은 차창(車窓)에 눈물을 글성글성하였다. -네가 가문 누굴 믿군 난 살란? 차가 굴러 나가도 늙은이는 사설을 지껄였다. -데놈의 기차가 내 며느리를 끌구 갔쉬다가레. - 《문장》(1939) 수록 부우염한 : 실속 없이 겉만 아름다운, ‘부염한’의 늘인 말 경편열차(輕便列車) : 철길 너비가 좁고 규모가 간단한 경편 철도에 이용하는 열차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인 1939년에 발표된 시로, 어느 기차 간이역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이별하는 상황을 담고 있다. 먼저, 제목의 '거리'는 어떤 거리인가? 여기서의.. 2020. 2. 28.
바다·1 / 박남수 바다·1 - 박 남 수 스름스름 동요(動搖)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을 들더니 차차 아우성이 되더니, 이제는 스스로도 제어(制御)하지 못하는 힘이 되어 전량(全量)으로 흔들리더니, 그것은 키를 넘어 날리기 시작한다. 표범의 줄무늬가 훌쩍 뛰고 코끼리의 거구(巨軀)도 미끄러져 내린다. 지평(地平)과 하늘이 후물후물 뼈가 빠져나가고 세상 모든 것이 엎질러진다. - 《태양》(1959)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파도가 치는 역동적인 바다의 모습을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이 시는 파도가 거세게 일렁이는 바다의 광경을 점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점층법 외에도 비유법, 의인법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1행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바다의 파도가 치.. 2020. 2. 28.
거울 / 박남수 거울 - 박 남 수 살아 있는 얼굴을 죽음의 굳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거울의 이쪽은 현실이지만 저쪽은 뒤집은 현실. 저쪽에는 침묵(沈默)으로 말하는 신(神)처럼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져 있다. 사람은 거울 앞에서 신의 사도(使徒)처럼 어여쁘게 위장(僞裝)하고 어여쁘게 속임말을 하는 뒤집은 현실의 뒤집은 마을의 주민이다. 거울은 맑게 닦아진 육신을 흔들어 지저분한 먼지를 털듯, 언제나 침묵으로 말하는 신(神)처럼 비어 있다. 비어서 기다리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거울이 지닌 속성을 활용하여 현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즉,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맑게 빛나는 거울을 보며 자성(自省)하여, 위선적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 촉구하는 화자의 마음을 우의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 2020. 2. 28.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십자가(十字架) - 윤 동 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첨탑(尖塔):지붕 꼭대기가 뾰족한 탑, 또는 그런 탑이 있는 건물 모가지:‘목’의 속된 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암울한 시대를 무기력하게 사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방황과 고뇌를 자기희생의 숭고한 의지로 극복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십자가로 형상화하여 보여 주고 있다. 1연은 부정적 현실 상황을 보여준다. 시적.. 2020. 2. 27.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握手). - 《쉽게 씌어진 시》 속살거려 : 자질구레한.. 2020. 2. 27.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부정적 현실에서 겪는 고통과 이상(理想) 세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서 부정적 현실은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현실적.. 2020. 2. 27.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춘추》(1943) 시어 풀이>귀촉도 : 두견. 소쩍새, 접동새라고도 불림. 서역(西域) : 중국의 서쪽에 있던 여러 나라. 여기서는 ‘저승’을 뜻함.파촉(巴蜀) : 중국의 서쪽에 있던 땅 이름. .. 2020. 2. 26.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碑)돌은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시인부락》(1936) 비명(碑銘) : 비석에 새긴 글자. 빗돌 : 비석, 돌로 만든 비 노고지리 : ‘종다리’의 옛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생명력 넘치는 시어와 단호한 명령형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죽음을 넘어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청년 화가 L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 2020. 2. 26.
울릉도 / 유치환 울릉도 - 유 치 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鬱陵島)로 갈꺼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國土)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風浪)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祖國)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懇切)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울릉도》(1948) 심해선(深海線) : 깊은 바다를 나타내는 푸른 빛의 선 금수(錦繡).. 2020. 2. 26.
그리움 / 유치환 그리움 - 유치환 1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건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2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35년 12월 《시원》 5호에 발표한 시로, 청마 유치환의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에 수록된 작품이다. ‘의지의 시인’이라 불리는 유치환의 또 다른 감성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수작(秀作)이다. 이 시는 부재(不在)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괴로움을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평이.. 2020. 2. 26.
생명의 서(書) / 유치환 생명의 서(書) - 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리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熱烈)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原始)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동아일보》(1938) 회의(懷疑) : 확실성을 의심하는 정신 상태. 애증(愛憎) :.. 2020. 2. 25.
바위 / 유치환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愛隣)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삼천리》(1941) 애련(愛憐): 가엾이 여겨 따뜻한 정을 베풂. 비정(非情) : 인간다운 감정을 가지지 않음. 함묵(緘默) :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아니함. 원뢰(遠雷) : 멀리서 울려 퍼지는 천둥 소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자연물인 바위를 소재로 하여 현실 초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태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는 ‘바위’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단호하고 의지적인.. 2020. 2. 25.
깃발 / 유치환 깃발 - 유 치 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아는 그는. - 《조선 문단》(1936) 해원(海原) : ‘넓은 바다’를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 노스탤지어(nostalgia) :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애수(哀愁) :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슬픈 시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깃발을 소재로 하여, 유한한 인간이 이상향(초월적,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노래한 작품이다. 여기서 이상 세계는 ‘푸른 해원’으로 나타나 있으며.. 2020. 2. 25.
추일 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추일 서정(秋日抒情) 김 광 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인문평론》(1940) 포화(砲火) : 총포를 쏠 때 일어나는 불. 일광(日光) : 햇빛. 근골(筋骨) .. 2020. 2. 25.
데생 / 김광균 데생 -김광균 1 향료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조선일보》(1939) 데생 : 소묘(素描), 주로 선에 의하여 어떤 이미지를 그려 내는 기술. 또는 그런 작품. 곱단한 : 곱다란 고가선(高架線) : 높이 건너질러 가설하여 고압 전류를 송전하는 전선.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데생’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노을이 지는 황혼의 풍경을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데생처럼 그려내고 있다. 화자는 ‘전신주-구름-들길’로 시선을 이동하면서 노을이 지는 황혼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 2020. 2. 25.
외인촌(外人村) / 김광균 외인촌(外人村) - 김 광 균 하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外人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 2020. 2. 24.
와사등(瓦斯燈) / 김광균 와사등(瓦斯燈) - 김 광 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 2020. 2. 24.
설야(雪夜) / 김광균 설야(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 2020. 2. 23.
비의 image / 장만영 <출처 : 다음블로그 '느티나무' 켑처> 비의 image ​ - 장 만 영​ 병든 하늘이 찬 비를 뿌려…… 장미 가지 부러지고 가슴에 그리던 아름다운 무지개마저 사라졌다. ​ 나의 '소년'은 어디로 갔느뇨, 비애를 지닌 채로 ​ 이 오늘 밤은 창을 치는 빗소리가 나의 동해(童骸)를 넣은 검은 관.. 2020. 2. 23.
달·포도·잎사귀 / 장만영 달·포도·잎사귀 ​ -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古風)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 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시건설》(1936) 시어 풀이 고풍(古風)한: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호젓하구나:무서운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고 쓸쓸하구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회화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계열의 시로, 가을밤 달빛이 비치는 뜰의 풍경과 서정을 그리고 있다. 대화체의 어투를 사용하여 고요하고 담담한 어조를 표현하면서도 감각적 이미지의 묘사가 돋보이며, 따라서 시의 회화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 이 시는 배경은.. 2020. 2. 23.
나무 1 / 장서언 나무 1 - 장서언 가지에 피는 꽃이란 꽃들은 나무가 하는 사랑의 연습(練習) 떨어질 꽃들 떨어지고 이제 푸르른 잎새마다 저렇듯이 퍼렇게 사랑이 물들었으나 나무는 깊숙이 침묵(沈黙)하기 마련이오. 불다 마는 것이 바람이라 시시(時時)로 부는 바람에 나무의 마음은 아하 안타까워 차라리 나무는 벼락을 쳐 달라 하오. 체념(諦念) 속에 자라난 나무는 자꾸 퍼렇게 자라나기만 하고 참새 재작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오후(午後) - 《장서언시집》 (신구문화사,1959) ] 재각이는 : 재잘거리는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나무에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 그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무의 내면에 있는 생명력과 생명의 의지, 혹은 상처를 통해 얻은 내면의 성숙을 표현한 서정시이다. 4연으로 된 이 .. 2020. 2. 23.
천상(川上)에 서서 / 박재륜 천상(川上)에 서서 - 박 재 륜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바라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듣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 되어 우리들의 살을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흐름.. 2020. 2. 22.
꽃나무 / 이상 꽃나무 - 이 상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야그러는것처럼나는참고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 《카톨릭 청년》(1933)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비이성적, 비논리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자유로운 연상 작용으로 기술된 산문시이다. 띄어쓰기의 무시, 연(聯)과 행(行)의 구분을 배제함으로써 기존 시의 틀을 벗어난 것이다. 반이성(反理性)에 입각한 역설적인 기법을 사용하였다. 난해한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꽃나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일상으로 생각하는 꽃나무는 우리에게 아.. 2020. 2. 22.
오감도(烏瞰圖) / 이상 오감도(烏瞰圖) - 이 상 13인의아이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다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2020. 2. 22.
거울 / 이상 <출처 : 다음 카페 'clcyangsan' -거울 속 나)>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 2020. 2. 22.
오월의 유혹 / 김용호 <사진 : 올림픽공원> 오월의 유혹 - 김 용 호 곡마단 크럼펫 소리에 탑(塔)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斜陽)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 2020. 2. 21.
창(窓) / 김현승 창(窓) - 김현승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고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 (1957) ▲이해와 감상 많은 사람들이 김현승 시인의 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의 명랑성, 건강성 때문이다. 이미 밝혀진 대로, 김현승 시인은 기독교적 주지주의 시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 과 같이 기도문의 형식으로 된 시들은 모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씌여진, 맑고 밝고 미래지향적인 작품이다. 김현승 시인은 이 .. 2020. 2. 21.
눈물 /김현승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