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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by 혜강(惠江) 2020. 2. 26.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춘추(1943)

 

 

<시어 풀이>

 

귀촉도 : 두견. 소쩍새, 접동새라고도 불림
서역(西域) : 중국의 서쪽에 있던 여러 나라. 여기서는 저승을 뜻함.
파촉(巴蜀) : 중국의 서쪽에 있던 땅 이름. 여기서는 저승을 뜻함.
메투리 : ‘미투리의 방언. 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이냥 : 이러한 모습으로 줄곧.

 

 

이해와 감상

 

 

 서정주 제2 시집 귀촉도의 표제시인 이 작품은 귀촉도설화를 바탕으로 사별한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이별의 한을 노래하고 있다. 전통적 율격을 바탕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를 감정 이입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설화라는 전통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점, 한국의 고유한 정서가 밴 시어의 사용, 고유한 율격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전통적이며, 내용으로 보아 애상적이다. 그리고 과감한 도치법을 사용하여 임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연은 임과의 사별을 노래하고 있다. ‘귀촉도란 흔히소쩍새’, ‘접동새로 불리는 새로,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임의 죽음에 대한 한()을 상징하고 있다. 귀촉도 설화는 중국 촉나라 망제가 생명을 구해준 부하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쫒겨난다. 원통하기 이를 데 없는 망제는 죽어 두견새가 되어 밤마다 불여귀(不如歸)’를 부르짖어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 후세 사람들은 그 새를 귀촉도(歸蜀道)라 하였고, 망제의 죽은 혼이 깃든 새라 말했다. 그리고 진달래꽃피가 쏟아진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사랑하는 임이 다시 오지 못하는 저승길, 죽음의 길 즉 서역 삼만 리’, ‘파촉 삼만 리로 떠나 버렸다. 불교문화에 젖어있는 우리에게는 서쪽은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화자와 사랑하는 임과의 거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퍼 눈물이 아롱아롱  맺힐뿐이다.

 

2연은 도치법(倒置法)을 사용하여 못다 한 사랑에 대한 회한(悔恨)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을 일반적인 서술 순서로 바꾸면 부질없는 이 머리털을 엮어 신이나 삼아 줄걸이라며 지극한 정성을 쏟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의 정서를 내비치고 있다.

 

 3연에서는 임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마침내 후회의 정서는 한()으로 승화되어 목이 젖은 새’, ‘제 피에 취한 새귀촉도로 귀결된다.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이기에 화자의 그리움은 응어리져 피맺힌 눈물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귀촉도>는 촉나라 망제가 죽어서 귀촉도가 되었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하여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였다. 못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사무치는 그리움, 생명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 등이 비극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제 피에 취한 새귀촉도는 님의 표상이자 임과 나를 연결해주는 사랑의 매체로 볼 수 있고 애절한 한의 객관적 상관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정주의 시 세계의 변화



초기 화사집시대

 미당의 제1기에 속하는 첫 시집 화사집(1938)은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아 악마적이며 원색적인 시풍을 보였다. 토속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원죄 의식과 원초적인 생명, 자의식과 관능적 욕구가 강하게 드러난 시기


중기Ⅰ《귀촉도, 서정주 문학 전집시대 

미당의 두 번째 시집 귀촉도(1948)]는 동양의 정서와 사상에 심취했던 시기. 초기 시의 열정이 한 차원 높게 승화된 시기이다. 이런 변화는 <국화 옆에서>, <밀어> 등에서 볼 수 있는데, 토착적 정서와 고전적 격조가 두드러지고 한국의 전통 가락과 한()의 세계로 전환되기 시작했다서정주시선(1956)에서는 <풀리는 한강 가에서>, <상리과원> 등에서 민족의 전통적인 한()과 자연과의 화해를, < >, <기도> 등에선 원숙한 자기 통찰과 달관을 보여주었다.



중기 신라초, 동천 시대  

 신라초(1961)]는 불교사상에 기초를 둔 신라의 설화를 제재로, 영원회귀의 이념과 선()의 정서를 부활시켰으며 생명의 근원적. 윤회적 탐구의 노력으로 신라의 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집 동천(1969)에 와서는 불교의 상징 세계에 대한 관심이 엿보임과 동시에 종교나 세계관의 차원을 넘어 인간뿐 아니라 전 우주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적 깊이와 폭을 넓혔다.



후기  질마재 신화이후  질마재 신화(神話)(1975)에서는 전통적인 이야기꾼으로 변모하여 촌락 사회의 일상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을 발굴, 질펀한 토속어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신화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능력을 보인다.

 


말기 

 《세계의 산 시(1990), 늙은 떠돌이의 시(1993), 80 소년 떠돌이의 시(1997)를 선보이며 세계 여행의 체험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청년기부터 간직해온 신화적 상상력을 세계 각국의 지리와 민화 전설로까지 지평을 넓혀간 시기이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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