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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리움 / 유치환

by 혜강(惠江) 2020. 2. 26.

 

 

<사진 : 유치환 시비 '그리움'-충남 보령 개화예술공원(육필시비공원)>

 

 

 

그리움

 

 

 

- 유치환


 

 

1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건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2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해와 감상

 

 

<그리움·1>

 

  이 작품은 193512시원5호에 발표한 시로, 청마 유치환의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에 수록된 작품이다. ‘의지의 시인이라 불리는 유치환의 또 다른 감성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수작(秀作)이다.

 

  이 시는 부재(不在)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괴로움을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평이한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감성을 잘 전달하고 있다.

 

  누군가 그리움 허기진 땅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이라고 했다. 그 무엇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름답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가고 싶은 저 피안의 땅을 그리워한다. 륵히 임과 이별한 사람은 항상 그 임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특별한 날이나 장소를 떠올리게 되면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그리워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 그리움은 한없이 아프기도 하다. 임의 부재(不在)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임 때문에 울고 있다. ‘바람은 임의 부재에 따른 슬픔을 상징하는 시어다. 임과 함께 거닐던 추억이 서린 거리이기에 임의 부재를 회상하는 화자에게는 그리움만 더욱 커진다. 그래서 바람이 센 오늘공중의 깃발처럼 임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쳐 올라 마침내 화자는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하여 임의 존재는 임의 얼굴이 이상화된 으로 형상화된다.

 

   감정을 이입해 슬퍼하는 화자의 모습을 흔들리는 깃발로 시각화한 것이나, 찾지 못한 임을 꽃으로 이상화시키고 감탄사와 영탄법을 사용하여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움·2>

 

   이 작품은 <그리움>이란 이름의 서로 다른 작품으로, 이 시 역시 유치환의 초기 작품으로 사랑의 그리움과 괴로움을 반복과 점층의 기법을 사용하여 격렬한 어조로 표현하였다.

 

   작품의 핵심 소재로 쓰인 파도는 사랑의 지속성과 변화를 일깨워 주는 시어로 그리움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동시에 생성과 소멸, 그리워 함과 미워함, 정염과 허무, 희망과 좌절, 감성과 이성의 지속적인 파동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의 모습을 상징한다.

 

  시의 형식상 특징은 우선 5행밖에 안 되는 단시(短詩)로서, 그것도 다섯 행의 시행 중 네 행에서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1행과 2행은 아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가 중복되는 구성이고, 3행은 유동적이며 반복되는 파도와 까딱 않는뭍을 대비시켜 더욱 안타깝고 절실하게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중첩되는 동어 반복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그리움과 그에 따른 괴로움을 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것이며, 그에 따른 감정을 감당하는 데서 오는 격렬한 고통을 표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날 어쩌란 말이냐' 의 설의적 탄식의 결구(結句) 속에는 사랑의 안타까움, 그리움, 안쓰러움, 애달픔, 절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되어 있다.

 

  유치환의 초기 시 가운데는 그리움을 읊은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그 이유는 비교적 30대의 젊은 나이에서 오는 풍부한 감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대로 30대의 유치환은 시인 이영도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부남과 미망인이라는 이유로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이영도는 그를 피해 부산으로 잠적하였고, 사랑하는 이를 만날 수 없었던 시인은 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시를 통해 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제목의, 위의 시 두 작품은 한계가 있는 사랑에 대한 시인의 절절한 감정이 잘 묻어나 있어 유치환을 의지의 시인이 아닌, ‘그리움의 시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하였다.

 

 

작자 유치환(柳致環, 1908~1967)

 

  시인. 경남 통영 출생. 호는 청마(靑馬). 문예월간(1931)<정적(靜寂)>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생명에 대한 열정을 강렬한 어조로 노래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허무의 세계를 극복하려는 원시적인 의지도 보였다. 그의 시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은 허무와 애수이며, 이 허무와 애수는 단순히 감상적이지 않고 이념과 의지를 내포한다.

 

 시집에는 청마시초(1939), 생명의 서(1947), 울릉도(1948), 예루살렘의 닭(1953),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보병과 더불어(1960), 미류나무와 남풍(1964) 등이 있다.

 

 

 

 

<사진: 유치환 시비 '그리움'-부산 용두산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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