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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울릉도 / 유치환

by 혜강(惠江) 2020. 2. 26.

 

 

<사진 : 유치환 시인의 '울릉도' 시비>  

 

 

 

울릉도

 

 

- 유 치 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鬱陵島)로 갈꺼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國土)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風浪)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祖國)의 사직(社稷)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懇切)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울릉도(1948)

 

 

<시어 풀이>

 

심해선(深海線) : 깊은 바다를 나타내는 푸른 빛의 선

금수(錦繡) : 수를 놓은 비단. 여기서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가리킴

장백(長白) : 장백산맥

창망(蒼茫) ; 아득하게 넓은

사념(思念) : 근심하고 염려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생각.

사직(社稷) : 나라 또는 조정을 이르는 말.

 

 

이해와 감상

 

 

  유치환의 제3 시집 울릉도(1948)의 표제지 작품으로, 동해 한쪽 끝에 외로이 서 있는 울릉도를 의인화(擬人化)하여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국토에 대한 애틋한 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낯선 한자어가 많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며, 현실 참여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다.

 

 1연에서 화자는 갈꺼나라는 표현으로 울릉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갈꺼나갈거나를 잘못 쓴 것으로 ‘~거나는 자신의 어떤 의사에 대하여 자문(自問)하거나 상대편의 의견을 물어볼 때 쓰는 종결 어미로서 여기서는 감탄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2연에서는 '장백의 멧부리''백두산'으로부터 시작된 조국 강토가 '울릉도'라는 막내로 마무리되었다는 울릉도의 형성 과정을 말하고 있다. ‘국토의 막내는 울릉도와 본토와의 혈연성을 나타내는 시구인데, ‘막내인 울릉도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이어 3~4연에서는 아득하고 넓은 창망한 물굽이로 인해 근심스레 떠 있는 울릉도의 가냘픈 모습과 항상 사념의 머리를 곱게씻듯 경건한 마음으로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다듬는 울릉도의 경건함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風浪)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은 조국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구체화한 표현이다.

 

 5연은 시상이 가장 고조된 곳으로, 울릉도의 본토에 대한 그리움이 마침내 조국애로 승화되어 어지러운 정국에 대해 안타까움이 강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이여라는 조사를 사용한 것은 그리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으로 정중한 느낌과 감탄의 뜻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어지러운 소식은 이 시가 쓰인 시기로 볼 때 좌우 이념의 대립으로 혼란하기만 했던 해방 직후의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6연에서는 첫 연의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라는 구절이 마지막 연에서 반복됨으로써 수미쌍관(首尾 相關)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시상의 안정감을 획득하면서 울릉도를 걱정하며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을 더욱 극대화시켜 드러낸 것이다.

 

 

 

작자 유치환(柳致環, 1908~1967)

 

 

  시인. 경남 통영 출생. 호는 청마(靑馬). 문예월간(1931) <정적(靜寂)>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생명에 대한 열정을 강렬한 어조로 노래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허무의 세계를 극복하려는 원시적인 의지도 보였다. 그의 시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은 허무와 애수이며, 이 허무와 애수는 단순히 감상적이지 않고 이념과 의지를 내포한다.

 

 시집에는 청마시초(1939), 생명의 서(1947), 울릉도(1948), 예루살렘의 닭(1953),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보병과 더불어(1960), 미류나무와 남풍(1964)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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