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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by 혜강(惠江) 2020. 2. 27.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 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부정적 현실에서 겪는 고통과 이상(理想) 세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서 부정적 현실은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의 갈등과 이상향에 대한 지향을 그리고 있다.

 

 이 시를 알기 위해서는 시에 등장하는 세 자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에는 ’, ‘백골’, ‘아름다운 혼의 세 자아가 등장하는데, ‘는 개인적, 본래적 자아이며, ‘백골은 사회적, 유한적 자아이다. 이 둘은 모두 현실적 자아를 의미한다. 반면 아름다운 혼은 종교적, 영원한 자아이며 이상적 자아를 뜻한다. ‘어둔 방으로 표상된 불안과 고독의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본래적 자아인 와 사회적 자아인 백골과 이상적 자아인 아름다운 혼으로 분열된 자아가 하나로 통합되어 자아 성찰의 몸부림을 하는 것이다.

 

 작품은 본래 6연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4단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1~2연을 합하여 귀향과 자기 분열(암울한 현실에 대한 인식, 3연은 자아의 분열과 갈등과 고뇌, 4~5연은 현실적 자아를 일깨우는 소리(불안 의시과 강박 관념, 마지막 6연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또 다른 고향의 추구)로 구분된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훈훈하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곳이요, 마음의 안식처이다. 기대하고 찾아가는 고향에서 이질감과 불안을 느낀다면 어떻겠는가? 이 시는 따뜻한 인간미가 살아 있던 마음의 고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식민지 현실에서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고뇌가 표현된 작품이다. 이러한 시적 자아의 성찰 의지가 ’, ‘백골’, ‘아름다운 혼으로 분열 · 대립하다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드러나 있다.

 

 1연에서, 그렇게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화자는 유년의 평화로움이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어둠으로 가득 찬 고향 방()에서 이미 죽어 백골과 같은 존재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백골은 식민지 현실 속에서 생명력이 이미 다한 자신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2연에서는 닫힌 세계(어둔 방)에 있는 나에게 열린 세계(우주)로 부르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한다. 이 때의 바람은 어둠과 관련된 음산한 바람이면서 동시에 백골로 누운 를 깨우는 존재가 된다.

 

 3연은 고향에 돌아와 자아가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슬픔과 고뇌에 젖어 우는 주체는 둘로 나타나 있다. 앞에 나오는 는 현실적 자아인 반면, ‘아름다운 혼은 백골과 대립하는 이상적인 자아이다. 이 두 개의 자아가 분열되어 갈등하고, 그 갈등으로 고뇌한다.

 

 4~5연에서 지조 높은 개어둠을 짖는 개는 어둠과 대결하는 이미지로서 암담한 현실 속에서 무력한 생활을 하는 나를 일깨우고 꾸짖는 존재로서, 개짖는 소리가 나를 쫓는 것일 게다하고 표현한 것은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내모는 소리로이해된다. 따라서 이 표현은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화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6연에서는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부끄러운 자아를 떼어 놓고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가자는 화자의 의지가 드러난다. 여기서 또 다른 고향은 자기 본질을 회복하고 고향을 회복하는 공간이다. 더 이상 이 땅에서 고향을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시인이 설정한 새로운 고향이다. 일제 식민지의 암울한 상태서 꿈꾸는 새로운 세계이다. 시인은 그 새로운 또 다른 고향을 꿈꾸는 것이다. 가자라는 종결어미가 네 번 나오는데, 앞에 나오는 세 번의 가자에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로 볼 때 강박관념에서 오는 화자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지만, 맨 뒤에 나오는 가자는 정신적 고뇌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미래의 이상향)를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과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시는 귀향, 분열과 갈등, 이상향에 대한 동경의 구조를 지니면서 암담한 식민지 현실에서 보다 나은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인의 갈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작자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십자가> <또 다른 고향>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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