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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거울 / 이상

by 혜강(惠江) 2020. 2. 22.


<출처 : 다음 카페 'clcyangsan' -거울 속 나)>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련만
거울아니엇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만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만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가톨릭청년(1933.10)

 

 

이해와 감상


  시인 이상(李箱)이 거울을 제재로 하여 쓴 작품 중 하나이다. 거울을 제재로 한 작품은 이 작품 외에 <시 제15><명경(明鏡))이 있다. 이 작품은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해 분열된 자의식의 세계를 보여 줌으로써,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감과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이다.

 

 613행의 자유시로 된 이 시의 구성 및 형식을 보면, 행과 연은 구분되었으나 띄어쓰기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서법이나 기존의 율격 의식 같은 모든 상식이나 질서를 거부한다는 뜻도 된다. 이러한 행위는 분열된 자의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시가 제재로 삼고 있는 거울의 상징적 의미와 기능은 무엇인가? ‘거울은 사물을 비춰 주는 소재로, 단절과 매개의 모순성을 지닌다. 여기서 거울은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객관적 거울이 아니라, 심리적 반영 물로서의 거울이다. , 자의식 속의 또 다른 자아를 들여다보는 상징물로서의 거울이다. 이 시는 대칭 구조를 통하여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해 거울 밖의 나(현실적 자아)’거울 속의 나(내면적 자아)’ 사이의 갈등, 즉 자의식의 분열을 드러낸 작품이다.

 

 1연은 현실과 단절된 거울 속의 세계를 드러낸다. 화자는 거울 속의 세계가 조용하다고 말하며 거울 밖의 세계와 거울 속의 세계가 단절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거울 속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 대비되는 자의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2연은 현실 세계와의 단절된 세계다.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뒤라는 표현을 통해 거울 속의 나(내면적 자아)’거울 밖의 나(현실적 자아)’가 분열되고 단절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자의 분열로 인한 소통의 단절을 의미한다.

 

 3연에서 두 자아는 화해를 시도해 보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거울 밖의 나는 화해를 위한 악수를 청해 보지만,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와 달리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악수할 수 없게 된다. , 자아의 분열이 더 본질적이고 근원적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아의 분열과 단절이 심화하여 화해가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역설적 표현으로 자아의 모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어지는 4연에서 단절과 연결이라는 거울의 이중성이 그려진다. 거울은 본질적으로 차단과 만남의 양면성을 지닌 모순적 소재로 드러난다. , 거울을 매개로 두 자아가

서로 만날 수 있지만 동시에 거울로 인해 두 자아의 만남이 차단되기도 하는 것이다.

 

 5연에서는 자아분열의 심화를 보여 준다. 거울 속의 나가 외로된일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두 자아가 분열을 넘어 서로 따로 살아가는 독립된 존재로까지 표현된다.

 

 6연에서는 두 자아는 완전히 분리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화자는 이렇게 분리된 자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이 시의 핵심부인 5·6연에서 작자는 현대인의 불안과 절망, 그리고 비극성을 제시한다. 내가 거울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불안감이나, 또는 현실에 쫓기는 거울 속의 나는 서로 제어할 수 없는 분열을 겪고 있는 좌절과 비극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시는 모순적 속성을 지닌 거울을 통해 거울 밖의 나거울 속의 나를 대응시키지만, 그 둘이 끝내 합쳐질 수 없는 자아분열(自我分裂)의 심각한 양상을 그려냄으로써 자아를 상실하고 고뇌하는 현대의식의 비극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 시는 표현 기법으로 볼 때, 이 자동기술법을 사용한 것으로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띠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 인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탐구하여 기성 미학과 도덕을 거부하고 표현의 혁신을 추구한 1920년 중반에 일어난 예술 운동이다.

 

 합리성을 고의로 무시한 반예술 운동인 다다이즘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초현실주의는 적극적 표현과 창조적 태도, 내적 충동의 표현을 강조하여 다다이즘과 구별된다. 초현실주의는 순수 정신의 자동성 또는 잠재의식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자유 연상 기법을 중시하여 이성이나 미적·도덕적 선입견에 의한 통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내적 사상의 표현을 강조했다. 이 방법은 원래 의사였던 브르통이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을 원용한 것으로 주로 시와 회화에서 행하여졌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연상 작용에 의해 서술하므로 시인에게 새로운 생각과 감정을 지니게 했다는 점에서 기성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효과를 주었다. 이상의 <거울>은 무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동기술법, 띄어쓰기의 무시,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의 경향에 접근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작가 이상(李箱, 1910~1937)


시인 · 소설가. 서울 출생. 본명 김해경(金海卿).

1931조선과 건축<이상한 가역 반응>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30년대 초부터 초현실주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를 발표하였으며, 주로 의식 세계의 심층을 탐구하는 작품을 창작했다. 당대의 시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시의 주지적 변화를 대변함과 동시에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태원, 김기림, 김유정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 운동 단체인 구인회의 회원이었다. 대표작으로 시 <오감도>(1934), 소설 <날개>(1936), 수필 <권태>(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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