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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창(窓) / 김현승

by 혜강(惠江) 2020. 2. 21.

 

<출처 : 다음 dreamhope-7님의 블로그>  

 

창(窓)

                                       - 김현승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고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 <김현승 시초> (1957)

 

이해와 감상

 많은 사람들이 김현승 시인의 <>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의 명랑성, 건강성 때문이다. 이미 밝혀진 대로, 김현승 시인은 기독교적 주지주의 시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을의 기도>, <눈물>과 같이 기도문의 형식으로 된 시들은 모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씌여진,  맑고  밝고 미래지향적인 작품이다. 

 김현승 시인은  이 시 <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명랑한 생활은 경박한 생활과는 다르다. 명랑은 활력과 생기의 근원이며 추진력이 된다. (중략) 명랑는 마음의 창이다. 작자의 말대로 이 시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맑고 깨끗하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순수하고, 명랑하고, 건강한 느낌을 준다.  이 시는 을 통하여 일상의 정서적 감흥을 노래하고 있는데,  시인은 이 시에서 의 명랑성을 노래하면서 '창을 통해 보는 밝은 마음의 눈'을 노래하고 있다

 시는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부는 창의 이미지이며, 후반부(5,6)는 창의 내포 의미이다. 이 이미지와 의미는 따로 단절된 것이 아니고 투명성으로 통합된다.  전반부에는 창의 투명한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다. 창은 창공으로 열려 있다. 투명하게 창을 닦는 일이 사람에게 전이되면서 사물을 투명하게 보는 것으로 의미가 전이된다.

  이 시에서 마음의 창이다. 1연에서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 부시지 않아 좋다.”라는 구절에서 우선 의 투명한 이미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너무 뜨겁고 강렬하고, 화려한 태양과는 다르게 은 소박하고 수수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연에서 은 열린공간이다. 창공을 행하여 열려 있는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이다. 다시 말하면 은 창공으로 나아가는 안내자며 통로이다. 1연과 연관시켜 보면, 화자는 눈부시지 않은 창을 통해 창공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순결과 밝음을 지향하는 소녀 같은 명랑성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투명한 이미지를 통하여 확보된 명랑성은 3연에 와서 오늘의 뉴우스처럼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새롭고 중요한 소식으로 자리잡는다  

  4연에서는 창 닦기는 마음의 눈 닦기와 동일시되면서 마음을 닦으며 날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창을 닦으며 세상을 착하게 내다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은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십이월의 머나먼 타국처럼 멀리 떠 있는 하늘을 동경하며 살아갈 수 있다. 여기서 머나먼 타국은 거리감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화자가 먼 별들과 친화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의 밝음이 타국으로 향해 가는 기쁜 동경 때문이다. 

   5~6연에서 화자는 창을 닦는 일은 마음의 눈을 닦는 것이므로 늘 하는 버릇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키고자 한다.(5), 그리고 맑고 빛나는 마음으로 창공을 바라보면 그것은 희망찬 미래(내일)를 기다리는 것이기도 하다. 순정하고 명랑한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창공을 사람에게 내일이라는 희망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은 세상을 착하게 내다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 내일에의 희망을 지닐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로서의 의미가 된다. 즉 이 시의 은 정신적으로 갈망하는 희망과 고절(高節)의 세계를 지향하는 의지를 시화한 것이다.  

  이 시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해석한다면, ‘창공은 하나님의 세계이며, ‘은 하나님께 향하는 기도의 통로를 의미한다 따라서 창을 닦는 시간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시간이 되며, 하나님의 착한 자녀로 살고자 하는 신실한 믿음을 닦는 시간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과 인간이 교감하는 순간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기도의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과 만나는 삶은 환희이며, 이 환희는 저절로 찬양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을 통하여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나라의 미래(소망)를 바라보는 믿음의 길을 간다.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들은 미래에 열릴 밝은 세상을 위해서라도 '날마다 창을 닦듯이' 겸손하고 순수하고 신실한 마음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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