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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 김현승

by 혜강(惠江) 2020. 2. 20.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 김현승(金顯承)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주여
나의 머리 위으로 산까마귀 울음을 호올로
날려 주소서.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주여
저 부리 고운 새새끼들과
창공에 성실하던 그의 어미 그의 잎사귀들도
나의 발부리에 떨어져 바람 부는 날은
가랑잎이 되게 하소서.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주여
나의 육체는 이미 저물었나이다!
사라지는 먼 뎃 종소리를 듣게 하소서
마지막 남은 빛을 공중에 흩으시고
어둠 속에 나의 귀를 눈뜨게 하소서.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주여
빛은 죽고 밤이 되었나이다!
당신께서 내게 남기신 이 모진 두 팔의 형상을 벌려
바람 속에 그러나 바람 속에 나의 간곡한 포옹을
두루 찾게 하소서.

 

 

                    - 김현승 시초(1957)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픔은
김현승 시초에 수록된 작품으로, 눈물><플라타너><오월의 환희> <가을의 기도등과 같이 작자의 중기 시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광복 이전 초기 시의 낭만적 시풍을 벗어나, 신과 인간의 문제로 인간의 내면세계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경건한 기도와 신앙심을 노래하고 인간의 내면적인 본질을 추구,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이 시는 전형적인 기도 형식의 어법으로, 화자가 자신의 존재의 고독을 부각시켜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소망을 노래하는데, 고독한 시적 자아와 동일시되는 대상으로, 1연에 마른 나뭇가지를 등장시켜 4연까지 동일하게 이어간다. 이것은 고독한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나의 머리 위로 산까마귀 울음을 호올로 날려 주소서에 이르러 자아와 동실시되는 것으로 산까마귀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시인 자신이 쓴 <가을의 기도> 맨 끝연에 등장하는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의 까마귀와 이미지가 상통하는 고독한자아(自我)이다. “산까마귀 울음을 날려달라는 기도는 고독 속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2연에서 고독감은 그대로 이어진다. 아니, 2연의 고독은 좀더 구체적이고 절실하다. ‘부리 고운 새새끼그 어미의 그 잎사귀는 잠시 이 지상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뿐, 언젠가는 의 발부리에 떨어져 바람에 휩쓸리는 가랑잎처럼 버려질 것이다. 시적 화자는 지금까지 눈앞에서 추구해 온 세속적인 지상의 가치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며, 나아가 언젠가 소멸되고야 말 것을 알기에 상실의 고독감은 더욱 증대된다.


 3연에 오면, 시적 자아는 사물에서 자신에게로 시선이 옮겨진다. ‘가랑잎내 육체로 전이되어 자신의 육체 역시 이미 저물었음을 인식하고 고독한 자아는 타자에 의한 구원을 갈망한다. 이 순간 종소리은 고독한 자아에게 새로운 소망으로 등장한다. 이것들은 어둠 속에 나의 귀를 눈뜨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독 속에서의 경건한 신앙을 희구하는 대목이다. 공감각 이미지가 새롭게 의미를 더하게 한다.

 

 마지막 4연에 와서, 화자는 빛은 죽고 밤이 되었나이다라는 표현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다. ‘모진 두 팔의 형상을 벌려는 신을 향한 경건한 자세를 의미하며, ‘나의 간곡한 포옹은 절대자인 신이 품어(영접) 주기를 간곡히 희구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절대자의 품은 모진혹은 바람속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고독하게 살아온 인간에게 영원한 안식처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현승 시인은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을 드러냄에 있어서 적절한 비유와 감각적인 언어, 긴밀한 구성을 시도함으로써 자칫 도식에 빠지기 쉬운 단점을 극복하고 관념을 서정적으로 육화(肉化)하는 형상력의 한 전범을 보여준다.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시 정신이 근본적인 면에서 현세의 고통을 넘어서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고자 하는 종교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기독교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자 김현승 (金顯承, 19131975)

  호는 남풍(南風). 다형(茶兄). 전남 광주 출생.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평양으로 가 그 곳에서 성장하였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나와 1937년에 숭실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였다. 1934년 숭실전문학교 재학 중 교지에 투고했던 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 양주동의 인정을 받아 동아일보에 발표되면서 문단에 데뷔하게 되었다. 이후 <아침> <황혼> <새벽 교실> 등을 발표, 일제 식민지하의 강인한 민족적 의지와 낭만주의의 경향을 띠어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일제 말기 10여년간 붓을 놓고 침묵을 지키다가 광복 후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내일> <동면> 등 지적이고 건강한 분위기를 지닌 시들을 계속 발표하였다. 1951년 부터 광주 조선 대학교 문리대 교수로 재직하며 박흡, 장용건, 손철 등과 함께 계간지 신문학6집까지 발간하여 향토 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1957년에 처녀 시집 김현승 시초, 1963년에는 제 2시집 옹호자의 노래, 1968년에 1968년에 제 3시집 견고한 고독, 1970년에는 제 4시집 절대 고독을 계속 발표하였다. 그는 한국 현대시에 있어서 크리스트교적 시인으로서 큰 봉우리를 이루었다. 시집 외에 저서로 한국 현대시 해설》 《김현승 시 전집이 있다. 1973년 시집 절대 고독으로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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