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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오월의 유혹 / 김용호

by 혜강(惠江) 2020. 2. 21.


<사진 : 올림픽공원>


    

오월의 유혹

 

                             김 용 호

 

곡마단 크럼펫 소리에

()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斜陽)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여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 시집 향연(1941)

 


<시어 풀이>

사양(斜陽) : 석양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오월의 자연이 주는 생명의 충일감(충일)을 노래한 서정시다. 이 시의 분위기는 넘치는 생명감이다. 사상(事象)의 이미지와 화자의 정서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5월의 계절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상승의 이미지와 확산의 이미지가 거듭되고 여기에 감미로운 관능적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생명의 충일감이 고조된다.

 

 곡마단(曲馬團)의 요란한 트럼펫 소리가 퍼져나가듯 대지에 오월의 서정이 흘러넘친다. 이 즐거운 소리에 아이들은 환호하고 기대와 기쁨에 들뜨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탑이 점점 높이 보이듯, 생명감 또한 부풀어 높이 솟아오른다. 청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가 교차되면서 상승과 확산을 부추긴다. 이렇게 오월은 생명감을 한껏 내뿜는 계절이다.


 또한 오월은 유유히 흐르는 젖빛 구름이 산봉우리에 흐르듯, 여유와 부드러움을 준다. ‘유유히 구름이 흐른다.’는 것은 유장한 흐름에서 느끼지는 여유이며, ‘젖빛 구름이 산봉우리를 감돈다.는 표현은 부드러움과 포근함이다. 이런 봄의 서정에 젖어 있노라면 어느새 가슴엔 분수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르듯 희열과 환희로 가득 차 오른다. 이렇듯 생명력이 넘치는 5월은 행복감에 젖게 하는 계절이다.


 오월이 주는 행복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 지는 저녁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가 풍겨온다. 그윽하고 감미로워 황홀감마저 느끼게 한다. 5월은 생명의 활력만 주는 것이 아니라 신비로은 황홀감마저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여기서 화자는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이란 어구와 청춘을 등장시킨다. ’교차잠이란 계절로서의 5월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소년기를 벗어나 활력 넘치는 청년기로 접어든다는 말이다. 5월은 청춘의 계절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대목이다. 그리고 나서 화자는 청춘이브와 연결시켜 청춘은 함초롬이 젖어나고젖어나고에서 보이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생명감을 맘껏 표출하면서 '청춘'과의 관련을 통해 부드럽고 아름다운 관능성(官能性)을 암시해 나간다. 그 관능성은 '부푸는'에서와 '함초롬히 젖어나고'에서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그 관능성은 어디서 오는가? 뻔한 질문이기는 하나, “넌 이브인가라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화자는 관능성을 부추기는 것은 바로 이브의 유혹임을 알려준다. “푸른 유혹에 깃들여/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오월이 주는 서정의 끝점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5월의 활기찬 생명감의 확산과 상승 이미지에 감미로운 관능성을 부가함으로써 오월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 김용호(19121973)

 

 경남 마산 출생. 호는 학산(鶴山). 1938년 장시 <낙동강>을 냄으로써 시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자유 문학상을 수상했다.

 초기시에서는 일제하의 암울한 사회상을 짙은 감상의 언어로 노래하였고, 6·25 전후에는 서민들의 소박한 삶에 대한 연민의 정을 노래하였다. 후기에는 현실적, 사회적 경향이 짙은 시를 발표하였다.

 시집으로는 향연(饗宴), 부동항(不凍港), 해마다 피는 꽃, 푸른 별, 남해 찬가, 날개, 의상 세례, 혼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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