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거울 / 박남수

by 혜강(惠江) 2020. 2. 28.

 

<출처 : 네이버 블로그 'jgh8509'>

 

 

 

거울

 

 

 

- 박 남 수

 

 

 

 

살아 있는 얼굴을

죽음의 굳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거울의 이쪽은 현실이지만

저쪽은 뒤집은 현실.

저쪽에는 침묵(沈默)으로 말하는

()처럼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져 있다.

사람은 거울 앞에서

신의 사도(使徒)처럼 어여쁘게 위장(僞裝)하고

어여쁘게 속임말을 하는

뒤집은 현실의 뒤집은 마을의 주민이다.

거울은 맑게 닦아진 육신을 흔들어

지저분한 먼지를 털듯, 언제나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비어 있다.

비어서 기다리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거울이 지닌 속성을 활용하여 현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맑게 빛나는 거울을 보며 자성(自省)하여, 위선적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 촉구하는 화자의 마음을 우의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거울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의인화된 대상이자 현실을 성찰하는 매개체로, 거울 속의 현실과 거울 밖의 현실을 대조함으로써 거울 속 순수한 세계를 통해 거짓과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1~6행은 거울의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다. 현실적 자아는 거울의 반대쪽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거울의 이쪽은 위선적인 사람의 세상인 타락한 현실이며, 뒤집은 거울의 저쪽은 마치 신의 세계인양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진 순수의 세계이다. 대조법을 사용하였다.  

 

 7~10행은 속임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쪽 사람은 거룩한 일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도(使徒)’처럼 위장하고 예쁘게 속임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뒤집은 현실의 뒤집은 마을의 주민이라는 표현은 반어적(反語的)인 표현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것으로, 가식과 위선을 삶의 원리로 사는 세상 사람들이다. 대조법과 반어법을 사용하요 표현하였다.

 

 11~14행은 순수한 영혼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였다. 이때의 거울은 앞부분의 사람과 대조되면서 정화할 수 있는 존재로 의인화되어 지저분한 먼지즉 현실 세계의 거짓과 위선을 털어내는 매개체이다. 그런데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비어 있다고한다. ‘은 거울이 사람들의 거짓을 알고 있으며, 사람들의 추한 속성을 정화할 수 있는 절대적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신은 거짓을 벗고 순수한 영혼으로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다시 정리하면. 화자는 거울을 보며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져 있는 거울 속의 순수한 세계를 통해 모순과 거짓으로 가득 찬 거울의 바깥인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의인법과 대조법, 역설법을 사용하여, 비판적 어조로 반어적 표현을 통해 위선적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작자( 朴南秀, 1918~1994)

 

 

 평양 출생. 평양의 숭인상업학교, 일본 쥬오대학(中央大學) 졸업, 문화예술(1954), 사상계편집위원, 한양대학교 문리대 강사 등 역임했다.

 

 1939문장(文章)에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으로 <심야(深夜)> <마을> <주막(酒幕)> <초롱불> <밤길> <거리> 6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초롱불(1940), 갈매기 소묘(素描)(1958) ()의 쓰레기(1964) 새의 암장(暗葬)(1970) 사슴의 관()(1981) 서쪽 그 실은 동쪽(1992) 그리고 그 이후(1993) 소로(小路)(1994) 8권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훌륭한 표현만이 예술가의 특권이며, 사상을 사상으로만 제공한 것은 예술작품이 아니다.”라고 한 그 자신의 말과도 같이, 박남수는 실지 시작에서도 청각이나 시각을 통한 선명한 이미지와 시어 구사로서 표현을 가다듬고 있다. 흔히 그를 일컬어 의 시인이라 하고 있듯이, 그는 선명한 이미지와 그것을 통한 순수성의 지향이 시적 특색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박남수의 시 세계는 어둠’, ‘죽음이라는 대립적 심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적 지향은 의 상징적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그는 말년에 미국에 이민하여 낯선 땅에 살면서도 민족시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시인으로 이미지의 조형성(造形性)과 현대적 지성(知性)을 바탕으로 한 주지적 서정시를 썼다.

 

 

 

<해설> 남상학 시인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 / 박남수  (0) 2020.02.28
바다·1 / 박남수  (0) 2020.02.28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0) 2020.02.27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0) 2020.02.27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0) 2020.02.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