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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바다·1 / 박남수

by 혜강(惠江) 2020. 2. 28.

 

<사진 : 동해 여행 중에서>

 

 

 

바다·1

 

 

 

- 박 남 수

 

 

 

스름스름 동요(動搖)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손을 들더니
차차 아우성이 되더니, 이제는
스스로도 제어(制御)하지 못하는 힘이 되어
전량(全量)으로 흔들리더니, 그것은
키를 넘어 날리기 시작한다.
표범의 줄무늬가 훌쩍 뛰고
코끼리의 거구(巨軀)도 미끄러져 내린다.
지평(地平)과 하늘이 후물후물 뼈가 빠져나가고
세상 모든 것이 엎질러진다.  

 

 

                         - 태양(1959)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파도가 치는 역동적인 바다의 모습을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바다의 역동적인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이 시는 파도가 거세게 일렁이는 바다의 광경을 점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점층법 외에도 비유법, 의인법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1행은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바다의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2행부터 6행끼지는 점점 거세지는 파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아우성은 바다의 파도를 의인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파도의 일렁임을 보이더니 이제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키를 넘어 달린다. 파도가 점점 거세어지는 것을 표현했다. 그러더니 7~10행에 와서 표범의 줄무늬처럼 거친 모습으로 바뀐다. 표범의 줄무늬‘, ’코끼리의 거구는 모두 파도를 은유한 것으로, 거대한 움직임을 형상화한 것으로서 파도의 움직임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표현 기법에 있어서 다른 시와 다른 것은 이제는’, ‘그것은을 시행의 뒤에 놓은 것이다. ‘행간 걸침이라고 하는 이 방법은 앞뒤의 시구에 동시에 영향을 끼치면서 양 행에 걸쳐 의미의 파장을 형성하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수법이다. 이것은 시이늬 의도를 강조하거나 의미가 확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남수 시인은 흔히 새의 시인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바다를 소재로 한 시를 몇 편 남겼다. 여기 <바다·2>를 소개한다.   

 

바다의 큰 울음을
누가 달랠 수 있겠는가.
바다의 깊은 호흡을
누가 누를 수 있겠는가.
전폭으로 우는 슬픔.
전폭으로 쉬는 심호흡.
거인의 발밑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하늘의 얼굴처럼 너무 넓어서
일 년을 돌다가
십 년을 돌다가
방앗간 나귀의 어지러운 눈으로는
전폭의 것을 볼 수 없는
조그만 조그만 것이여.
시력이 짧은 이승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이승의 귀로는 들을 수가 없다.
이 시의 모습을
이 시의 음성을.

 


  박남수의 바다는 곧 시다. 시의 모습이요 시의 음성이다. 1년을 돈들 10년을 돈들 방앗간 나귀의 어지러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 그러나 그의 그 구원의 바다는 너무 멀어 보인다. 아니 그를 품에 끌어안지 못한 조국의 오지랖이 너무 야박해 보인다.

 

 박남수(1918~1994) 시인은 그의 나이 57세가 된 말년에 조국을 등지고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한다. 먼저 떠난 가족과의 결합을 위해서라기도 하고, 혹자는 여기서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라고 했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이 땅에서 주옥 같은 시로 문단의 주목을 받던 시인이 낯선 땅에 발을 붙이고 나서도 민족시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려고 부단히 이미지의 조형성(造形性)과 현대적 지성(知性)을 바탕으로 한 주지적 서정시를 썼다.

 

 미주에서 1981년 시집 사슴의 관을 내놓은 그는 1991년 선시집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1992년 시집 서쪽, 그 실은 동쪽, 그리고 재미 3인 시집 새소리, 1993그리고, 그 이후를 펴내는 등 멀리서나마 꾸준히 활동해 왔다. 아직도 자신의 내부에 시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을 많은 사람에게 확인시켜주던 박남수 시인은 1994년 일흔여섯 살의 나이로 미국 땅에서 숨을 거뒀다.

 

 참고로 이민 전에 간행된 시집으로는 초롱불(1940), 갈매기 소묘(素描)(1958) ()의 쓰레기(1964) 새의 암장(暗葬)(1970) 사슴의 관()(1981) 서쪽 그 실은 동쪽(1992) 그리고 그 이후(1993) 소로(小路)(1994) 8권이 있다.

 

 그는 시 창작에 있어서 청각이나 시각을 통한 선명한 이미지와 시어를 구사하는 남다른 시인이었다. 흔히 그를 일컬어 새의 시인이라 하고 있듯이, 그는 선명한 이미지와 그것을 통한 순수성을 지향했다. 한마디로 박남수의 시 세계는 어둠’, ‘죽음이라는 대립적 심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적 지향이 의 상징적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

 

 

 

작자( 朴南秀, 1918~1994)

 

 

 평양 출생. 평양의 숭인상업학교, 일본 쥬오대학(中央大學) 졸업, 문화예술(1954), 사상계 편집위원, 한양대학교 문리대 강사 등 역임했다.

 

 1939 문장(文章)에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으로 <심야(深夜)> <마을> <주막(酒幕)> <초롱불> <밤길> <거리>  6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초롱불(1940), 갈매기 소묘(素描)(1958) ()의 쓰레기(1964) 새의 암장(暗葬)(1970) 사슴의 관()(1981) 서쪽 그 실은 동쪽(1992) 그리고 그 이후(1993) 소로(小路)(1994)  8권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훌륭한 표현만이 예술가의 특권이며, 사상을 사상으로만 제공한 것은 예술작품이 아니다.”라고 한 그 자신의 말과도 같이, 박남수는 실지 시작에서도 청각이나 시각을 통한 선명한 이미지와 시어 구사로서 표현을 가다듬고 있다. 흔히 그를 일컬어 의 시인이라 하고 있듯이, 그는 선명한 이미지와 그것을 통한 순수성의 지향이 시적 특색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박남수의 시 세계는  어둠’, ‘ 죽음이라는 대립적 심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적 지향은 의 상징적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그는 말년에 미국에 이민하여 낯선 땅에 살면서도 민족시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시인으로 이미지의 조형성(造形性)과 현대적 지성(知性)을 바탕으로 한 주지적 서정시를 썼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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