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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데생 / 김광균

by 혜강(惠江) 2020. 2. 25.

 

 

 

 

데생

 

 

-김광균

 

 

1

향료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조선일보(1939)

 

 

<시어 풀이>

 

데생 : 소묘(素描), 주로 선에 의하여 어떤 이미지를 그려 내는 기술. 또는 그런 작품.

곱단한 : 곱다란

고가선(高架線) : 높이 건너질러 가설하여 고압 전류를 송전하는 전선.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데생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노을이 지는 황혼의 풍경을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데생처럼 그려내고 있다. 화자는 전신주-구름-들길로 시선을 이동하면서 노을이 지는 황혼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은 황혼녘의 노을에 물든 전신주의 모습과 고가선 위로 떨어지는 빔의 풍경이며, 2는 장미처럼 붉게 물든 황혼의 구름과 황혼에 느끼는 쓸쓸한 들길이다.

 

 노을이 사라지기 직전, ‘향료를 뿌린 듯곱게 물든 하늘에 전신주 하나가 어둠에 잠기고 전신주 위로 멀리 하나 둘 별이 떠오른다.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은 시각을 후각으로 표현한 공감적 표현이며,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는 밤이 오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둠이 깃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마치 보랏빛 색종이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와 같다. 이러한 표현은 회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들길에 서 있는 목장의 깃발과 능금나무가 불면 곧 꺼질 듯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이 곧 어둠에 묻힐 것이 안타까운 화자는 황혼녘의 풍경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면서 들길을 걷고 있다. 여기서 들길은 화자의 고독한 내면이 감정 이입(感情移入)된 것이다. 화자는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마지막 시구로 볼 때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 시는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색채 이미지가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1930년대 이미지즘 시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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