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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달·포도·잎사귀 / 장만영

by 혜강(惠江) 2020. 2. 23.

 

 

 

·포도·잎사귀

-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古風)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 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시건설(1936)

 

시어 풀이

고풍(古風)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호젓하구나무서운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고 쓸쓸하구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회화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계열의 시로, 가을밤 달빛이 비치는 뜰의 풍경과 서정을 그리고 있다. 대화체의 어투를 사용하여 고요하고 담담한 어조를 표현하면서도 감각적 이미지의 묘사가 돋보이며, 따라서 시의 회화성이 강조된 작품이다. .

 

 이 시는 배경은 고요한 뜰에 달빛으로 넘치는 가을밤이다. 달빛이 뜰에 비치는 모습을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묘사하고 있다. 처음에 내세운 순이는 어느 특정인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순박하고 친근감을 주는 이름이다. 이 호칭을 처음과 끝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시상의 통일성을 이루고, 친근한 느낌을 전달하여 독자에게 공감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달빛 내리비치는 가을밤 뜰의 정경을 훨씬 호젓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이끌어 가는 효과를 준다.

 

 고풍스럼 뜰은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하다. 이 뜰에 달빛이 가득하고, 둥근 달을 바라보노라니 과일향이 퍼지는 듯하다. 시각과 후각 등으로 달을 감각화하고 있다. 특히 3연에서는 '푸른/ 가을/ 밤'3행으로 늘어놓아 가을밤의 정경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그 뜰에 자라는 포도가 달빛을 받아 익어간다. 2연의 과일보다 싱그럽다는 표현은 4연의 달빛에 익어가는 포도와 어울린다. 호젓한 뜰의 포도넝쿨 밑의 어린 잎새에도도 달빛에 젖어 있다.

 

 ’. ‘포도’, ‘잎사귀를 소재로 하여, 가을밤 달빛이 비치는 뜰의 고풍스러운 정취를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회화성을 강조한 1930년대 모더니즘 경향을 보여준다.

 

 

작가 장만영(張萬榮, 1914~1975)

 

 시인. 황해도 연백 출생. 호 초애(草涯). 1932동광(東光)지에 투고한 시 <봄 노래>로 김억(金億)의 추천을 받으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그 후 <마을의 여름밤>, <겨울밤의 환상(幻想)>,  <비 걷은 아침> 등을 계속 발표했다.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도시 대신 농촌, 문명 대신 자연을 소재로 하여 전원적인 정서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읊은 것이 그의 시의 특징이다. 시집으로 (1937), 축제(1939), 장만영 시선집(196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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