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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나무 1 / 장서언

by 혜강(惠江) 2020. 2. 23.

 

 

<출처 : 다음 블로그 '송이골 편지'>

 

 

나무 1

 

 

- 장서언

 

 

가지에 피는 꽃이란 꽃들은

나무가 하는 사랑의 연습(練習)

 

떨어질 꽃들 떨어지고

이제 푸르른 잎새마다 저렇듯이 퍼렇게 사랑이 물들었으나

나무는 깊숙이 침묵(沈黙)하기 마련이오.

 

불다 마는 것이 바람이라

시시(時時)로 부는 바람에 나무의 마음은 아하 안타까워

차라리 나무는 벼락을 쳐 달라 하오.

 

체념(諦念) 속에 자라난 나무는

자꾸 퍼렇게 자라나기만 하고

 

참새 재작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오후(午後)

 

 

- 장서언시집(신구문화사,1959)

 

 

]<시어 풀이>

재각이는 : 재잘거리는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나무에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 그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무의 내면에 있는 생명력과 생명의 의지, 혹은 상처를 통해 얻은 내면의 성숙을 표현한 서정시이다.

 

  4연으로 된 이 시는 1연에서 나무의 사랑, 2연에서 사랑의 상처에 침묵하는 나무’, 3연에서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소망’, 4연에서는 사랑의 상처를 통해 커가는 나무를 노래한다.

 

  화자의 눈에는 나뭇가지에 피는 모든 꽃이 나무가 하는 사랑의 연습(練習)’으로 보인다. , 바람이 불어 꽃이 지고 나뭇잎이 푸르게 되는 것을 사랑의 상처로 인해 푸르게 멍든 것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나무는 사랑의 상처에 대해 감내하는 자세로 침묵한다. 그렇다고 나무는 허무하게 스러질 수 없다. 그래서 사랑에 따르는 고통과 역경의 존재인 바람을 멈출 수 있는 존재로 파악하고 안타까워하면서 차라리 바람을 쳐 달라고 한다. 이것은 사랑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어적(反語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나무는 사랑 때문에 오랜 시달림(체념) 속에 상처를 겪으면서도 푸르게 성장한다. 이것이 나무의 모습이다. “참새 재각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오후에서 확인된다. 이렇듯 나무는 사랑하기 좋은 시절이나 아픔의 시절을 겪기 마련이다.

 

 

작가 장서언(張瑞彦, 1912~1979)

 

 서울 출생. 1937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졸업. 휘문고등학교 교사, 홍익공업전문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이발사의 봄> 6편을 동광(東光)에 발표하여 등단했 그 후 <수인(囚人)의 과정>, <풍경> 등 감각적 이미지즘의 시를 발표하여 김기림(金起林)과 같은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한 때 극단 신협(新協)에 가입하여 이해랑(李海浪)과 함께 연극 운동을 하기도 했으며, <단념(斷念)>, <우리 다시 죽어 낙원에서는> 등을 발표하였다. 시집으로 장서언 시집(195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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