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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삼별초의 대몽항쟁 종착지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삼별초의 대몽항쟁 종착지 글·사진 남상학 대몽항쟁의 역사를 간직한 곳은 강화도, 진도, 제주도를 꼽을 수 있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고려시대 삼별초(三別抄)와 관련이 있다. 삼별초는 고려의 특수 정예군단으로서 몽골과 맺은 굴욕적인 화친관계와 강화도를 포기한 개경천도에 반대하여, 1270년 강화도에 남아 있던 귀족·관리들과 함께 이들은 공사재물 등을 싣고 전라도 진도로 옮겨 여·몽연합군에 무력으로 항거하였다. 진도에서 대몽항쟁을 전개하던 삼별초 군대가 제주에 들어온 것은 1270년(원종 11) 11월 3일 이문경(李文京) 부대의 제주 명월포(明月浦) 상륙이었다. 이문경 부대는 이미 제주도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던 관군(官軍)과 송담천(松淡川)에서 전투를 벌여 승리함으로써 제주도 내.. 2021. 4. 30.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돌염전 '소금빌레' 구엄리 돌염전 애월읍 구암리 해변도로변 돌 염전 ‘소금빌레 글·사진 남상학 제주시 서쪽, 애월 해안도로는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다와 웅장한 멋을 보여주는 절벽이 함께 어우러진 절경을 볼 수 있어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하귀리에서 애월리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애월 해안도로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이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는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제주 관광의 필수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공항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곽지 해수욕장, 이호테우 해수욕장 등과 애월항을 중심으로 바다에 연한 해안도로 변에는 망고레이, 요리하는 목수, 해녀의 집 등 유명한 식당과 이색적인 카페들이 즐비하여 휴식하며 여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중 애월읍 구엄리 일대의 해안은.. 2021. 4. 30.
제주 절물휴양림 탐방 및 절물오름 제주 절물휴양림 탐방 및 절물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584(봉개동 산 78-1) 글·사진 남상학 사려니숲길에 이어 절물휴양림을 탐방했다. 나로서는 두 번째 탐방이다. 제주 절물휴양림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유명한 산림 휴식 공간이다. 1995년 7월 23일에 개장했으며, 구역면적은 300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000명이다. 봉개동 화산 분화구 아래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에 조성했으며, 제주시청에서 관리한다. 휴양림 내에는 울창한 수림의 산책로, 약수터, 폭포, 연못, 잔디광장, 목공예체험장, 자연관찰원, 교육자료관, 임간수련장, 운동 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10동이 넘는 숙박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오붓한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2021. 4. 29.
제주 사려니숲길 : 제주의 숨은 비경 , 걷기 좋은 청정 숲길 제주 사려니숲길 제주의 숨은 비경 , 걷기 좋은 청정 숲길 글·사진 남상학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산64-1 제주 삼양에서 오전 일을 끝내고 동생이 사려니숲길을 걷자고 했다. 내비게이션에 사려니숲길 주차장(제주시 봉개동 산 64-1)을 검색하고 달리는 동안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교적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산을 챙겨 들고 내렸는데 잠시 후에 비가 그쳐 다행이었다. 주차장 한쪽에 ㅣ걷기 전에 먼저 안내판을 살펴보았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며, 2009년 제주시가 기존의 관광 명소 이외에 제주시 일대의 대표적인 장소 31곳을 선정해 발표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 2021. 4. 28.
제주 사라봉공원 모충사, 제주인의 정신과 혼(魂)이 깃든 곳 제주 사라봉공원 모충사 제주인의 정신과 혼(魂)이 깃든 곳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사라봉길 75 (건입동) 글·사진 남상학 제주항 인근 건입동에는 사라봉이라 불리는 명소가 있다. 제주항 위로 보이는 사라봉에 오르면 제주 성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관광지인 동시에 운동 시설을 갖춘 시민공원으로 매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높이 148m의 나지막한 사라봉은 동쪽으로는 화북봉(136m)과 연봉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는 제주 시내와 제주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특히 북동쪽 해안은 암석으로 되어 있어 절경을 이루고, 공원의 남쪽으로는 제주시와 제주도 전 해안을 연결하는 해안일주도로가 지나간다. 특히, 사라봉의 황혼은 제주10경 중에 하나로 사봉낙조.. 2021. 4. 28.
제주 삼양 검은모래해변, 모래 찜질하고 용천수로 몸을 씻는 이색적인 해변 제주 삼양 검은모래해변 모래 찜질하고 용천수로 몸을 씻는 이색적인 해변 글˙사진 남상학 오전에 감귤 농장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삼양해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삼양해변은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삼양2동에 있다. 해변이 아담하고 검은 모래로 덮여있어 이색적이다. 원당봉 아래 내륙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지형을 따라 검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매우 정감이 간다. 제주가 고향인 오영호 시인은 에서 삼양동을 이렇게 노래했다. 새벽 범종 소리에 눈뜬 텃새들이 불탑사 5층 석탑 천년의 빛을 물고 원당봉 한 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옛 마을 선각자들 화합의 손을 잡고 삼양의 깃발을 올린 선주민 원형움집엔 넘쳐난 한라의 푸른 정기 거리마다 빛나네 호미 같은 해안가로 춤추며 달려온 파도 .. 2021. 4. 28.
제주 월정리 해변, 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 또 있을까? 제주 월정리 해변 이처럼 아름다운 해변이 또 있을까? - 제주 특유의 서정적인 해변을 거닐다 - 글·사진 남상학 오전 감귤 농장에서 가지치기 등 일을 마치고, 오후에 월정리 해변을 찾았다. 70~80에 들어선 3형제의 나들이였다. 월정리 해변은 2년 전 추석을 맞아 우리 가족이 투명 카약을 타기 위해 찾았던 곳으로 그때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파도가 높아 포기하고 돌아간 기억이 있다. 오늘은 그때와는 반대로 4월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어 대조적이었다. 제주의 동쪽, 구좌읍 해맞이해안로에 있는 월정리는 ‘달이 머문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말 그대로 서정적인 마을이다. 월정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에메랄드빛 해변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방파제를 사이에 두고 항구와 해수욕장으로 나.. 2021. 4. 26.
제주 함덕 해변, 에메랄드빛 보석을 품은 바다 제주 함덕해변 에메랄드빛 보석을 품은 제주 바다 글·사진 남상학 제주에 머물던 4월 어느 날, 동생이 점심을 먹자며 함덕 해변으로 행했다. 오전에 농장 일을 하던 작업복 차림 그대로 말이다.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자리하고 있는 함덕 해변은 마치 에메랄드빛 보석을 품고 있는 듯했다.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곳으로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입구부터 환영해주는 키 큰 야자수들, 눈부신 모래밭과 맑은 에메랄드빛의 바다, 검은 현무암 위에 가로 놓여 있는 아치형 구름다리, 빨간 등대 등이 잘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여 ‘한국의 몰디브’라는 별칭이 있다. 이곳 함덕해변의 장점은 거세지 않은 파도, 낮은 수심, 유달리 맑은 물, 하얀 백사장, 작은 수온 차.. 2021. 4. 25.
용인 농촌테마파크, 서울 근교 농촌의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곳 용인 농촌테마파크 서울 근교, 농촌의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어 좋은 곳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871-3 글·사진 남상학    11월 초, 이미 가을걷이가 끝나고 늦가을에 접어들 무렵 용인에 있는 농촌테마파크를 찾았다. 회갑을 훌쩍 넘은 제자의 초청을 받아 점심을 같이하고 안내를 받은 곳이 가을 끝자락의 풍광을 진하게 풍기는 용인 농촌테마파크였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용인농촌테마파크는 용인 8경 중 하나로 지난 2006년 9월 농촌체험장인 ‘우리 랜드’로 개장했다. 이후 2008년 10월 지금의 이름인 용인농촌테마파크로 바꿔 현재까지 용인시 대표 힐링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127,098㎡의 넓은 공원 내에는 방문자센터를 비롯하여 종합체험관, 다정다감, 숲속작은도서관, 곤충체험관.. 2021. 2. 27.
군산 야미도, 알차고 야무지게 즐기기 군산 야미도 여행 알차고 야무지게 ‘야미도’ 즐기기 야미도 여행은 군산 쪽 새만금방조제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군산 비응도에서 바다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20분 정도 달려가면 야미도에 도착한다. 원래 야미도는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이었다. 서쪽으로 무인도인 소야미도(최고높이 55m)와 마주하고 있으며, 선유도·무녀도·신시도·대장도·장자도·관리도·말도 등과 함께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이룬다. 고군산군도 섬 중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었으나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까지 바다를 메워 새만금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처음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비응도로부터는 13.2km, 앞쪽의 신시도와는 2.5km 떨어져 있다. 150m 바로 앞에 무인도인 소야미도를 두고.. 2021. 2. 26.
홍도(紅島)의 비경을 찾아서 신안 홍도 홍도(紅島)의 비경을 찾아서 -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붉은 섬, 해상관광의 메카 - 글·사진 남상학 * 천연의 조화를 간직한 홍도의 모습 *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섬 홍도.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15㎞, 흑산도에서는 22㎞ 떨어져 있어서 몇 번 계획을 세웠다가 높은 파도로 다가가지 못한 홍도를 여름 성수기가 막 끝난 8월 20일-23일에 일행 8명이 찾았다. 홍도는 총면적이 6.47㎢이며, 동서로 2.4km, 남북으로는 6.4km, 해안선 길이는 20.8km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이동성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며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1981년)으로 지정되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도서로서 소흑산도와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2021. 2. 10.
인천 영흥도, 수도권에서 가까운 최고의 해양 휴양지 인천 영흥도 수도권에서 가까운 최고의 해양 휴양지 글 ·사진 남상학 영흥도는 섬이지만 배를 타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2000년 11월 대부도와 선재도를 연결하는 선재대교가 개통됐고, 2001년 11월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영흥대교가 준공됨으로써 서울과 인천, 경기 서남부지역과의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로써 대부도-선재도-영흥도로 이어지는 길은 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게 바다를 가르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차를 몰고 대부도를 지나 선재대교에서 바라본 선재도선착장 주변 모습은 언제 보아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다. 해안을 따라 아담한 집들이 늘어서 있고 그 앞바다에는 30척이 넘는 배들이 얌전히 정박해 있다. 선재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바다의 풍광과 만나는 길에서 두 개의.. 2021. 2. 1.
강화 석모도, 석모대교 건설로 더욱 가까워진 수도권 드라이브 최적지 강화 석모도 석모대교 건설로 더욱 가까워진 수도권 드라이브 최적지 글·사진 남상학 석모도는 강화도에 딸린 섬 속의 섬(인천 강화군 삼산면). 전에는 석모도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했다. 외포항에서 끈질기게 쫓아오는 갈매기떼에게 새우깡을 던지며 한 10분 남짓 놀다 보면 석모도에 닿았다. 짧은 거리지만 배를 타야 했기에 석모도는 늘 멀어 보였고 강화 여행지 중 선뜻 선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석모대교가 건설되어 육지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어 승용차를 몰고나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강화 본도의 드라이브도 좋지만, 내킨 김에 본도인 강화도의 중심을 가로질러 석모대교를 건너보자. 새우깡을 던지며 갈매기와 놀던 재미는 없어졌지만, 강화 서쪽으로 흐르는 바다를 건너 하룻길 시원스레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 2021. 1. 28.
인천 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 그 해변의 질펀한 에로티즘 인천 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 그 해변의 질펀한 에로티즘 - 조각가 이일호 씨의 작품 세계 - 글·사진 남상학 겨울날씨치곤 지나치게 따뜻하지만 잔뜩 찌푸린 날씨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를 몰고 나와 인천공항 쪽으로 차를 몰았다. 영종대교를 건너 인천국제공항 방향으로 5분 정도 나오다가 우측 화물터미널, 신도 방향 표지판을 보고 빠져 나온다. 5분 정도 직진하면 삼목사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면 삼목선착장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 강화도에나 다녀올까 생각했는데, 늘 하는 버릇대로 오는 도중 방향이 바뀐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자그마한 섬 바닷가에 조각공원이 들어서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어느 문화해설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모도 섬으로 갈 수 있는 배가 출발하는 삼목.. 2021. 1. 27.
충남의 유서 깊은 수덕사와 덕숭산 오르기 예산 수덕사 ·덕숭산 충남의 유서 깊은 수덕사와 덕숭산 오르기 - 만공 스님과 관련된 이야기 가득 - 글·사진 남상학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수덕사(修德寺)는 인근에 있는 덕산온천이 일찍이 이율곡이 ‘탁월한 약수’라고 소개한 적이 있고, 조선시대 순조 때의 기록에도 덕산온천에 많은 탕치객(湯治客)이 모여들었다는 글이 있을 만큼 인근의 덕산온천이 잘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온천에 왔다가 유서 깊은 사찰로 알려진 수덕사를 방문하곤 했다. 필자도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꽃샘추위가 풀리고 봄기운이 완연한 날 아내와 함께 나들이 코스로 덕숭산(德崇山)을 오르기로 하고, 덕숭산 자락에 안긴 수덕사를 다시 찾기로 했다. 특히 수덕사 밑에는 한때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시인, 화가, 묵객들이.. 2021. 1. 2.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폭포가 만들어 낸 절경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폭포가 만들어 낸 절경 글·사진 남상학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주왕산은 1976년에 우리나라 열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힐 정도로 우뚝 솟은 봉우리와 기기묘묘한 절벽들이 절경을 이루는 웅장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주왕산(720m)은 그 높이에 비해 산세가 특히 웅장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암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 서 있어서 '석병산'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한다. 높이 721m로 다른 산에 비하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우뚝 솟은 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암벽, 줄기차게 쏟아지는 폭포 등 특유의 경관을 지니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바위 병풍 절경을 직접 만나.. 2020. 12. 7.
경남 통영, 낙조가 빚은 황금빛 한려수도는 황홀했다 경남 통영 낙조가 빚은 황금빛 한려수도는 황홀했다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낙조 풍경. 사량도와 남해도 너머로 해가 지면서 석양의 바다가 빨갛게 달궈져 손을 내밀면 데일 것 같다. 미륵산에 오르면 바다가 270도의 각도로 펼쳐져 일출부터 일몰까지 다 바라볼 수 있다. 경남 통영의 미륵산 정상에 선 것은 마침 황혼 무렵이었습니다. 미륵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내려 10분 남짓 산길을 올라 정상의 표지석 앞에 섰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바다는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입니다. 바다는 낙조 무렵의 해를 받아 새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손을 내밀면 금시 붉게 달아오른 바다에 데일 것만 같았습니다. 미륵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의 첫 번째는 당연히 한려수도의 바다이겠지만, .. 2020. 11. 27.
우포늪 / 황동규 우포늪 - 황동규 우포에 와서 빈 시간 하나를 만난다. 온 나라의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잇달아 금을 긋는 송전탑 송전선들이 사라진 곳, 이동 전화도 이동하지 않는 곳, 줄풀 마름생이가래 가시연(蓮)이 여기저기 모여 있거나 비어 있는 그냥 70만 평, 누군가 막 꾸다 만 꿈 같다. 잠자리 한 떼 오래 움직이지 않고 떠 있고 해오라기 몇 마리 정신없이 외발로 서 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시간이 어디 있나, 돌을 던져도 시침(時針)이 보이지 않는 곳. -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2003) ◎시어 풀이 *줄풀 : 볏과의 여러해살이풀. 못이나 물가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마름 : 마름과의 한해살이풀. 연못이나 늪에서 자란다. *생이가래 : 생이가랫과의 한.. 2020. 11. 20.
동검도, 갈대 우거진 바닷가에 카페식 예술극장이 있다. 동검도 강화도 본섬과 연결된 작은 섬 그 섬, 갈대 우거진 바닷가에 카페식 예술극장이 있다. 글·사진 남상학 *동검도 'DRFA 365예술극장’ 창문으로 바라본 모습, 갈대숲 뒤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10개월 이상 감염병이 걱정되어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11월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람을 쐴 겸 강화도로 차를 몰았다. 서울 사는 내게 마음이 답답하고 바다가 그리울 때 쉽게 달려가고 싶은 곳으로 강화도만 한 곳이 없다. 서울에서 53㎞. 강화도는 역사 유적이 많고 바다가 있어 해산물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한 시간이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내지 않고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데다 배를 탈 필요도 없으니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더이상 저렴할 수가 없다. 특히.. 2020. 11. 16.
나는 왕이로소이다 /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 ​-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하는 그 소리였지요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 2020. 11. 16.
녹을 닦으며 –공초(供草) 14 / 허형만 녹을 닦으며 –공초(供草) 14 -허형만 새로이 이사를 와서 형편없이 더럽게 슬어 있는 흑갈빛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지나온 생애에는 얼마나 지독한 녹이 슬어 있을지 부끄럽고 죄스러워 손이 아린* 줄 몰랐다. 나는, 대문의 녹을 닦으며 내 깊고 어두운 생명 저편을 보았다. 비늘처럼 총총히 돋혀 있는 회한*의 슬픈 역사 그것은 바다 위에서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빗방울 그리 살아온 마흔세 해 수많은 불면의 촉수*가 노을 앞에서 바람 앞에서 철없이 울먹였던 뽀오얀 사랑까지 바로 내 영혼 깊숙이 칙칙하게 녹이 되어 슬어 있음을 보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온몸으로 온몸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 시집 《공초》(문학세계사, 1988) ◎시어 풀이 *공초(供草) : 조선 시대 죄인을 신문한 내용을 기록해 놓은 문서... 2020. 11. 10.
데스마스크 / 허만하 데스마스크 - 허만하 바다 위에서 눈은 부드럽게 죽는다. 죽음을 덮으려 눈은 내리지만 눈은 다시 부드럽게 죽는다. 부드럽게 감겨 있는 눈시울의 바다. 얼굴 위에 쌓인 눈의 무게는 보지 못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1999) 수록 ◎시어 풀이 *데스마스크(Death Mask) :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얼굴을 본떠서 만든 안면상(顔面像).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바다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 눈을 죽음으로 인식하고, 바다를 데스마스크로 환치하면서 인간 존재의 죽음을 성찰하고 있다. 전체 6연 13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각 연이 짧은 2행(5연만 3행)의 절제된 구성이다. ‘바다’에 내리는 ‘눈’을 죽음으로 인식하고 ‘눈’의 이미지와 ‘바다’의 이미지.. 2020. 11. 7.
광고의 나라 / 함민복 광고의 나라 - 함민복 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와 더불어 아름답고 좋은 것만 가득 찬 저기, 자본의 에덴동산*, 자본의 무릉도원*, 자본의 서방정토*, 자본의 개벽세상-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휴먼테크의 아침 역사를 듣는다 르네상스 리모컨을 누르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휴먼퍼니처 라자 침대에서 일어나 우라늄으로 안전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토피아의 전등을 켜고 21세기 인간과 기술의 만남 테크노피아의 냉장고를 열어 장수의 나라 유산균 불가리~스를 마신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 누군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을까 사랑하는 여자는, 드봉 아르드포 메이컵을 하고 함께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꼼빠니아 패션을 입는다 간단한 식사 우유에 켈로크 콘프레이크를 먹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2020. 11. 3.
'그림자'와 '만찬' / 함민복 A. 그림자 -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 시집 《말랑말랑한 힘》(2005) 수록 ▲이해와 감상 2005년 발표작인 이 시는 자신의 ‘그림자’를 하나씩 안고 살아가고 있는 지상의 모든 존재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 고통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을 염원하는 시인의 열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의 중심적인 제재는 ‘그림자’이다. 그림자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지니기 마련인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햇빛이 비치는 반대쪽에 형성된다는 점에서 밝음과 대비되는 어둠을 내포하며, 모든 존재가 지니는 아픔과 상처 같은 .. 2020. 11. 3.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 2020. 10. 31.
오래된 잠버릇 / 함민복 오래된 잠버릇 - 함민복 파리는 내가 덮고 자는 공간을 깔고 잔다 날개 휘젓던 공간밖에 믿을 게 없어 날개의 길밖에 믿을 게 없어 천장에 매달려 잠자는 파리는 슬프다 추락하다 잠이 깨면 곧 비행할 포즈 헬리콥터처럼 활주로 없이 이착륙하는 파리 구더기를 본 사람은 알리라 왜 파리가 높은 곳에서 잠드는가를 저 사내는 내가 덮고 자는 공간을 깔고 잔다 지구의 밑 부분에 집이 매달리는 시간 나는 바닥에 엎드려 자는데 저 사내는 천장에 등을 붙이고 잔다 발 붙이고 사는 땅밖에 믿을 게 없다는 듯 중력밖에 믿을 게 없다는 듯 천장에 등을 붙이고 잠드는 저 사내는 슬프다 어떤 날은 저 사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늦게 거꾸로 쭈그려 앉아 전화를 걸기도 한다 저 사내처럼 외로운 사람이 어디 또 있나 보다 - 시집 《모.. 2020. 10. 30.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 2020. 10. 27.
그 샘 / 함민복 그 샘 - 함민복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 시집 《말랑말랑한 힘》(2005) 수록 ◎시어 풀이 *똬리 : 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 *삽짝 : ‘사립문’의 방언 *미나리꽝 : 미나.. 2020. 10. 26.
'사랑하는 까닭'과 '사랑' /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시집 《님의 침묵》(1926) 수록 ◎시어 풀이 *홍안(紅顏) : 젊어서 혈색이 좋은 붉은 얼굴.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진실을 담은 한 편의 사랑시(연애시)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이 무엇인지를 밝힘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노래하는 작픔.. 2020. 10. 25.
사랑의 측량(側量) / 한용운 사랑의 측량(側量) - 한용운 즐겁고 아름다운 일은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사랑은 양이 적을수록 좋은가 봐요.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당신과 나의 거리를 측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거리가 멀면 사랑의 양이 많고, 거리가 가까우면 사랑의 양이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 뉘라서 사람이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고 하여요. 당신이 가신 뒤로 사랑이 멀어졌으면, 날마다 날마다 나를 울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여요. ◎시어 풀이 *양(量) : ① ‘분량·식량(食量)·국량(局量)’의 준말. ② 수량·무게·부피의 총칭. *측량(測量) : 기계를 써서 물건의 깊이·높이·.. 2020.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