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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동검도, 갈대 우거진 바닷가에 카페식 예술극장이 있다.

by 혜강(惠江) 2020. 11. 16.

 

동검도

강화도 본섬과 연결된 작은 섬

 

그 섬, 갈대 우거진 바닷가에 카페식 예술극장이 있다.

 

 

글·사진 남상학

 

 

 

*동검도 'DRFA 365예술극장’ 창문으로 바라본 모습, 갈대숲 뒤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10개월 이상 감염병이 걱정되어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11월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람을 쐴 겸 강화도로 차를 몰았다. 서울 사는 내게 마음이 답답하고 바다가 그리울 때 쉽게 달려가고 싶은 곳으로 강화도만 한 곳이 없다.

 

  서울에서 53㎞. 강화도는 역사 유적이 많고 바다가 있어 해산물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한 시간이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내지 않고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데다 배를 탈 필요도 없으니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더이상 저렴할 수가 없다. 특히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강화도는 거리감으로는 거의 섬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엄연히 섬이다. 섬만이 가진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런데 오늘은 강화도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강화도 남동쪽에 딸린 섬 중의 섬 동검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초지대교를 건너면 강화도 남쪽 지역에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 전등사, 정수사, 마나산, 황산도, 선두리 포구, 동막해변 등 갈 곳이 많아 그동안 강화도의 한쪽 끝 동검도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터라, 여느 때 외면해 왔던 한적한 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감염병으로 오랫동안 고립되었던 자가 외면당한 섬에 대해 느끼는 연민의 감정 때문이었을까?

 

  차는 초지대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해변도로로 15분 정도 달려 선두리에서 동검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에 다다랐다. 강화도 남동쪽, 동검도는 강화도 본섬과 연륙교(300m)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물때가 간조 때여서 바닷물은 멀찌감치 달아나고 연륙교 양쪽으로는 갯벌만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덩그렇게 누워 햇볕에 졸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갯벌’은 ‘바다’와 ‘벌’이 함께 있는 곳처럼 보였다. 사실 갯벌은 금을 긋듯이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다만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을 밀물과 썰물로써 증명해 보일 뿐이다.

 

  강화도의 거의 모든 해안선은 간척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도 아직 강화도에는 갯벌이 많다. 강화갯벌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습지의 10.45%, 경기도 전체 갯벌의 20%라 한다.

 

  초지대교에서 남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황산도, 동검도, 선두리 포구, 동막 해수욕장을 지나 장화리에 이르는 남쪽 해안의 갯벌은 5천만 평의 세계 3대 갯벌의 하나다. 이처럼 신비롭게 펼쳐져 있는 강화 갯벌은 아직도 생태적,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그 갯벌은 사람에게 몸을 다 내주고서 새로이 성장한 것들이다. 먹이가 풍부하여 저어새를 비롯한 희귀조류가 서식하는 등 이들의 서식환경 보호를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검도는 전체 해안이 갯벌로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차는 연육교를 지나 갈림길에서 우측 도로로 접어들었다. 도로는 차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정도로 구불구불하고 그 길을 따라 집은 드문드문 5, 60년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적지는 동검도지만 딱히 어느 곳을 찾아간다는 사전 계획도 없었으므로 끝까지 차를 몰았다. 꾸불꾸불한 시골길을 달려 더 갈 길이 없어 차가 머문 곳은 작은 공터, 공용버스정류장 표지판이 보이는 것을 보아 마을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모양이다.

 

  동검교회가 옆으로 내려가니 바닷가 막다른 집, 펜션처럼 보이는 집 앞에서 차를 돌려 올라와 위로 난 언덕길 옆에는 노을캠핑장이 보였다. 관리인의 말로는 노을캠핑장은 강화도 장화리와 함께 강화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다시 내려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주민에게 동검도에 갈만한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동쪽 마을에 예술극장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간다고 했다.

 

  섬에는 순환도로가 없어 간 길을 돌아 나와 섬 입구에서 반대편 쪽으로 차를 몰았다. 잘 닦여진 도로는 동검도 유일의 선착장, 어촌계 사무실을 지나고 동검레저 바다낚시터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섬마을이 구태를 벗고 문명의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라고 할까 시야에 잘 지은 펜션과 카페들이 들어왔다. 면적이 고작 1.61㎢이며, 해안선 길이는 6.95㎞의 작은 섬이 세월의 때를 벗고 탈바꿈하는 모양처럼 보였다.

 

  알고 보면 동검도는 역사적으로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옛날 삼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 서울을 왕래하던 사신이나 상인들이 통과하는 동쪽의 검문소라는 의미에서 동검도(東檢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강화군 서북쪽 삼산면의 서검도(西檢島)와 대비를 이루는 지명이다. 또 동검도에는 조선 시대에 설치된 봉수대가 있어 제 몫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마침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로 더 이상 들어가기가 불편하여 낚시터 입구에서 차를 되돌려 나오는 김에 차 한 잔의 여유를 섬에서 즐기고 싶어 ‘DRFA 365 예술극장 & 조나단의 커피’라는 하얀 입간판이 보여 차를 세웠다.

 

 

 

 

  현대적인 건물 상단에 ‘DRFA 365예술극장’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아니, 인구가 200명 남짓인 섬에 극장이라니? 그것도 365일 쉬지 않고 운영하는 예술극장이라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볼 것도 아니었지만 호기심도 있고, ‘조나단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좁은 공간이지만 실내는 세련된 장식으로 예술의 향취가 물씬 풍겼다. 영화와 관련된 사진과 액자, 걸작 영화 포스터, 세계 유명 감독들의 흑백사진, 영화상영시간표, CD 등이 벽면을 가득 메웠고, 커피향과 함께 데스크(카운터) 뒤로 차를 내리는 주방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DRFA 365예술극장’은 작은 카페식 극장으로 35석 규모의 아담하다. 이 극장은 이름 그대로 예술성이 짙은 추억의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이를테면 <안개 낀 밤의 데이트>, <부활>, <보리수>,<들장미>, <천국에 있는 것처럼>, <가면 속의 아리아>, <라벤더의 여인들>, <물망초>, <말러의 아내>, <보이 콰이어>, <산티아고 가는 길>, <푸치니의 연인들>, <제인에어>, <모데라토 칸타빌레>, <백야의 결혼식>, <그대의 찬 손>, <라보엠> 등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365일 쉬지 않고 하루 세 편(10:00, 12:00, 14:00) 정도 상영한다. 주말에는 네 편이 상영되기도 한다.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명작 음악영화라 할 수 있는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주연의 영화 <라벤더의 여인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도시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예술극장을 외딴 섬 동검도에 세운 사람은 영화감독이자 &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유’(본명 유상욱, 57세) 대표다. 벽면에 ‘DRFA 365예술극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읽어보니 범상치 않은 인물임이 분명했다. 우선 그는 수상 경력이 화려했다. 시나리오 <허무의 이름들에게>(MBC문학상 수상), <친구여, 켄터키 옛집으로>, <두 여자 이야기>(2년 연속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김의 전쟁>(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수상), <두 여자 이야기>(대종상 시나리오 수상),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유바리 판타스틱 영화제 관객상), <써클 클론>(SBS 영화데상 시나리오 수상), <종려나무 숲>(영진위 5억 사전제작 시나리오공모전 최우수상) 등이 그것을 증명했다.

 

  이러한 내공을 바탕으로 유 대표는 외딴 섬 동검도에 사라져 가는 유명한 고전영화, 예술영화의 복원과 상영을 위해 극장을 세우고 자신의 철학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영화인이었다. 1999년 DRFA(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란 동호회 형식으로 시작된 그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시나리오 스쿨을 함께 운영 중이다. 젊은 작가들은 물론 작가를 꿈꿨던 시니어들에게도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작품과 감독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조용했던 동검도가 최근 ‘영화의 섬’으로 소문이 나자 옛날 예술영화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년 여성들이 중년의 청춘 감성을 일깨우기 위해 즐겨 찾아온다고 했다.

 

 

 

  요금은 음료수 포함 15,000원, 식사 페키지는 30,000원이다. 하와이안 코나커피를 파는 카페를 겸하는데 영화를 관람하면 커피가 공짜다. 식사 메뉴는 함박스테이크, 곤드레, 카레덧밥, 조나단의 샌드위치 등이며 음료가 포함된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오는 손님도 있으나, 주말이나 공휴일 손님이 몰릴 때는 영화 손님들로 꽉 차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귀뜸한다.

 

  커피를 마실 요량으로 메뉴판을 보니 예상 외로 커피 값이 싸디.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해 놓고 좌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커피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잠시 후에 주문한 차를 가져다 주었다. 창문을 통하여 갈대와 갯벌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향이 구수하고 피곤한 몸을 풀어주는 듯했다. 더구나 세계 3대 커피 블랜드 중 하나인 <하와이안 코나>를 5,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2층 창문 사이로 보이는 갈대숲과 갯벌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멋진 영화의 추억과 커피 한잔으로 행복했던 마음으로 나는 이 극장을 설립하고 예술영화의 복원을 통하여 많은 관객과 소통하려는 그의 집념이 꽃피울 수 있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는 선두5리어판장, 황산도 갯벌을 둘러보고 왔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달려가 시원스레 펼쳐진 드넓은 갯벌과 갈대숲을 바라보며 명상할 수 있는 곳,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곳, 다녀온 뒤에 알게 된 것이지만, 초행길이라 몰라서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한 본사랑미술관에도 돌아보리라. 구수한 차향과 함께 문화의 향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 동검도는 삶에 지친 도시인에게 위안을 주는 한적한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여행 정보

 

 

 

<예술극장>

*주소 :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63번길 60(길상면 동검리 83-13)

*전화번호 : 070-7784-7557, 전화(010-7612-7447)

*예술극장은 홈페이지(drfa.co.kr)에서 상영 일정을 확인한 뒤 영화감상 및 식사 여부를 예약해야 한다.

 

<본사랑미술관>

*주소 :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154번길 36-55 (길상면 동검리 403)

 

 

<가는 길> 초지대교를 건너 남쪽 해안도로를 15분 정도 달리다 보면 선두리에서 연결되는 다리를 건너 동검도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불과 300m 거리 해안가에 있다. 서울시청~동검도는 53㎞,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걸린다.

 

<잠잘 곳·먹을 곳>

섬 안에 ‘별헤는 집’ 등 펜션이 많지만, 주중에는 손님을 안 받는 곳도 있다. 4인 가족 기준 평일 7만~10만 원 선이다. 섬 안에는 식당이 마땅치 않다. 강화도 본섬으로 건너가면 꽃게탕이나 갯벌 장어를 파는 집이 많아 이용에 불편함은 없다. 

 

 

<사진모음>

 

 

동검도 서쪽에서 본 갯벌, 작은 배 한 척이 외롭게 보인다.

 

예술극장의 이모저모
예술극장 앞에서 바라본 갈대숲과 갯벌, 멀리 보이는 섬이 동그랑섬이다.
선두리 갯벌, 뒤에 보이는 섬이 동검도

 

황산도 갯벌, 좌측으로 동검도의 모습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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