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려니숲길
제주의 숨은 비경 , 걷기 좋은 청정 숲길
글·사진 남상학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산64-1
제주 삼양에서 오전 일을 끝내고 동생이 사려니숲길을 걷자고 했다. 내비게이션에 사려니숲길 주차장(제주시 봉개동 산 64-1)을 검색하고 달리는 동안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가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교적 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산을 챙겨 들고 내렸는데 잠시 후에 비가 그쳐 다행이었다.
주차장 한쪽에 ㅣ걷기 전에 먼저 안내판을 살펴보았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며, 2009년 제주시가 기존의 관광 명소 이외에 제주시 일대의 대표적인 장소 31곳을 선정해 발표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이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의 봉개동 구간에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청정 숲길이다. 평균 고도는 550m이며, 완만한 경사로 총 15km 정도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은 어린이나 노인들도 쉽게 완주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삼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마치 커튼을 열고 무대 뒤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간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간의 손길에 훼손되지 않은 숲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숲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곧게 뻗은 나무의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높게 느껴졌다.
숲길 양쪽을 따라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었고, 나무 아래는 천남성, 둥글레 같은 풀과 석송, 뱀톱, 가는홍지네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덮고 있다. 길을 따라 폭신폭신한 흙길을 걷노라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무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온다. 자세히 살펴보니 팔색조와 참매를 비롯한 새들이 나무 사이로 날고 있다. 숲길 옆에 설치한 안내판을 보니, 숲속에는 오소리와 제주족제비를 비롯한 포유류, 조류, 쇠살모사를 비롯한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이 숲길을 걸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장과 심폐 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트래킹 코스는 붉은오름 입구(남조로 1118번 도로)에서 출발할 경우 물찻오름까지 편도 7㎞로 소요 시간은 2시간 내외다. 비자림로(1112번 도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출발할 경우 물찻오름까지 왕복 9.4㎞로 2시간 정도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 여행 정보
가는 길
※주차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산64-1
※대중교통 : 제주시와 서귀포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거나, 제주시와 표선에서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시외버스가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 선다. 또한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가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에 선다.
※승용차 : 사려니숲길에 드는 길은 두 군데가 있다. 티맵으로 사려니숲길을 검색하면 ‘사려니숲길 주차장’ 혹은 ‘사려니숲길 관광안내소’이다. 어느 곳으로 입장해도 무방하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사려니숲길 주차장’이 주차하기 편리하다.
가는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오후 5시까지 숲에서 나와야 하므로, 우리는 코스 전체를 걷지 못하고 중간에서 원점회귀하기로 하여 숲길 걷기의 맛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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