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양 검은모래해변
모래 찜질하고 용천수로 몸을 씻는 이색적인 해변
글˙사진 남상학
오전에 감귤 농장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삼양해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삼양해변은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삼양2동에 있다. 해변이 아담하고 검은 모래로 덮여있어 이색적이다. 원당봉 아래 내륙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지형을 따라 검은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매우 정감이 간다. 제주가 고향인 오영호 시인은 <삼양동 연가>에서 삼양동을 이렇게 노래했다.
새벽 범종 소리에 눈뜬 텃새들이
불탑사 5층 석탑 천년의 빛을 물고
원당봉 한 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옛 마을 선각자들 화합의 손을 잡고
삼양의 깃발을 올린 선주민 원형움집엔
넘쳐난 한라의 푸른 정기 거리마다 빛나네
호미 같은 해안가로 춤추며 달려온 파도
올레길 걷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는 말
찌든 몸 검은 모래로 찜질하고 가라는…
순한 귀 열어놓은 정 많은 이웃들이
일궈낸 터전마다 피어나는 사람 향기
바다엔 사랑의 꿈을 낚는 통통배가 떠 있네.
해변이 이색적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소박하며, 물이 깨끗하다. 특히 반짝이는 검은 모래가 특색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있었으나 70년대 후반에 북제주화력발전소가 인근에 세워지면서 현재는 해수욕보다는 모래찜질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질학자에 의하면, 삼양 해변은 패사(貝砂)로 이루어진 함덕·표선·협재 해변과는 달리 화산암 편과 규산염광물이 많은 세립질 모래(fine sand)로 이루어져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곳의 검은 모래는 해안 주변에 분포하는 화산암이 오랜 기간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들과 하천을 통해 운반된 것들이라고 한다.
제주도에는 삼양 해변 이외에도 이호해변을 비롯하여 성산읍 종달·성산해변, 안덕면 화순해변, 대정읍 하모해변 등이 주변의 응회암층이나 화산암의 침식으로부터 생겨난 검은 모래로 덮여 있다.
일반적으로 현무암은 규소 함량이 적은 대신 철과 마그네슘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철질 마그마(magma)로부터 생성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두운색을 띤다. 또한, 현무암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암편과 광물들은 해양생물 파편보다 무거우므로 파도에 의해 멀리 운반되지 않고 연안에 잔류할 수 있어 검은 모래사장이 발달한 것이다.
철분이 함유된 검은 모래로 찜질하면 신경통과 관절염, 피부염과 비만, 무좀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매년 여름마다 검은 모래찜질(제주도에서는 ‘모살뜸’이라 함)을 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룬다. 태양열에 의해 뜨거워진 모래 속에 다리나 어깨, 또는 전신을 파묻고 20~30분 찜질을 한다. 이렇게 모래찜질을 하고 나면, 쑤시고 결리던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모래찜질로 뜨겁게 달궈진 몸은 해변에서 솟는 차가운 용천수로 식힐 수 있다.
또 하나, 삼양해수욕장의 색다른 점은 지질학적 특성으로 주변에 용천수(湧泉水, spring)가 여러 군데에서 솟는다는 것이다. 이 용천수는 한라산 중턱에서부터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삼양 해변 현무암 지층의 틈을 통해 지상으로 솟아나는 물을 말한다.
해수욕장 서쪽의 용천수는 수량이 매우 풍부하고, 수질도 양호한 편이다. 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5분 거리에 ‘샛ᄃᆞ리믈’은 삼양동 주민들이 바다로 흘러가는 용천수를 막아 야외 담수 풀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 용천수는 예전 동네 사람들과 가축들의 식수이며, 목욕탕이고, 빨래터로서 여름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한 명소라고 한다. 용천수를 채운 남녀 욕탕 옆에는 남자 탈의실, 여자 탈의실과 화장실을 별도로 만들어 이용에 불편이 없게 하였다.
삼양동연합청년회에서는 2002년부터 여름철에 ‘삼양 검은 모래 해변축제’를 매년 개최해 검은 모래찜질을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 특히 이때에 맞춰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삼양 해변은 모래무지를 낚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다만,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식 해수욕장이 아니어서 탈의장·샤워장·야영장·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삼양 검은 모래 해변 동쪽 끝자락에는 시비(詩碑)가 있다. 오영호 시인의 ‘삼양동 연가’와 이시향(본명 이승민) 시인의 ‘삼양 포구의 일출’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모두 제주 출신의 시인으로, 이들의 시는 삼양 해안을 산책하는 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달별 이름 따다
삼양이 된 곳에
금빛 실크로드 바닷길을 열고
삶을 자맥질하는
어부의 손끝에
잘려 나간 바다 하나 된다.
너무도 고요하고
깨끗하여
속이 들여다보이는 언어는
외마디 탄성!
검은 모래 뚫고 용천수가 솟는다.
한라산 정기 받은 원당봉 너머
황금 물결 번지는 빛 사이로
어느새
커다란 불덩이 하나가
막 바다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시향의 ‘삼양포구 일출’ 전문
해변의 동쪽과 서쪽에는 어선들이 출입하는 조그만 포구가 있다. 서쪽의 별랑포구에 정박되어 있는 모습이 정겹다. 가름선착장도 작지만 아름다운 포구다. 그리고 해변을 따라 미쿠니, 노아, 카페 아프리카, 고요새, 에오마르카페, 이솔라 등 바다경치를 즐기며 차를 마시기에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
▲가는 길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동회선 완행버스를 타거나, 제주시내에서 삼양행 버스를 타고 삼양동사무소에서 하차하여 15분 정도 걷는다. 승용차로는 제주국제공항에서 12번 국도를 타고 간다.
▲삼양해변에서 가까운 도련일동 맛집
도련일동에 있는 ‘맛 있는 소리’(도련일동1609-22, 064-727-9298)는 화로구이, 갈비탕, 냉면을 낸다. 삼양 지역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이 집을 즐겨 찾았다. 간단히 먹는 점심식사여서 해장갈비탕과 물메밀냉면을 선택했다. 실내가 우선 밝고 깨끗하여 호감이 갔다. 해장갈비탕은 칼칼하고 맛깔스러운 육개장 맛이 났다. 그런데 이 집의 특징은 해장갈비탕을 주문하면 제육볶음이 별도로 제공된다는 것. 그래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거기다 반찬도 맛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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