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연(因然) / 피천득
인연(因然) / 피천득 지난 사월, 춘천(春川)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聖心) 여자 대학에 가 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出講)한 일이 있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것은, 주 수녀님과 김 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禮儀)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事緣)이 있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 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도표(동경, 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紹介)로 사회 교육가(社會敎育家) M 선생 댁에 유숙(留宿)을 하게 되었다. 시바쿠(지구, 芝區)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書生)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조자, 朝子)는 처음부터 나..
2016. 5. 5.
<평론>한국(韓國)의 현대시 / 문덕수
한국(韓國)의 현대시 문 덕 수 (文德守)) 1 시(詩)의 내용(內容)은 정서(情緖)와 사상(思想)이다. 정서는 감화적(感化的) 요소(要所)로서, 유기체(有機體)의 전신적(全身的) 감각(感覺)이지만, 사상은 지각(知覺), 지식(知識), 신념(信念), 의견(意見)의 종합물(綜合物)이다. 그러나, 시의 효용(效用)이 궁극적(窮極的)으로는 감동(感動)과 쾌락(快樂)에 있으므로, 사상은 어디까지나 종속적(從屬的) 요소다. 그것은 언제나 정서와 융합(融合)이 되어 나타난다. 간혹 사상이 중시(重視)된 시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예외다. 만약 사상 위주(思想爲主)의 시가 있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라 시의 형식(形式)을 빈 철학적(哲學的), 수상적(隨想的) 단편(斷片)일 것이다. 시는 어디까지나 시로서 족하다. 아..
2016.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