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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1790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 백미러 외 / 김종관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백미러 외 김종관 ​ 접힌 귀를 펴고 길을 듣는 자동차의 귀 좌측 우측 후미 귓속은 움직이는 풍경과 속도로 차있다 ​ 그대로 복사해서 일러주는 귀 옆 차선도 귀로 읽고 재빨리 차선을 변경한다 나는 늘 내 편인 귀를 믿는다 후진할 때 귀엣.. 2017. 2. 2.
2016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수상작 : 밤, 몽상가의 일기 외 / 권오성 <2016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수상작> 밤, 몽상가의 일기 외 권오성 귀가 밝은 아버지 옆에서 죽은 바다를 생각하다가 꽃의 휘파람 소리를, 붉은 물고기가 밤을 따라가는 소리를 눈으로 듣는다 기적이 울리고 밤이 오고 기차는 빠르게 꽃의 마을을 빠져나간다 그런 날이면 눈발은 .. 2017. 2. 2.
2016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 햇살의 외유外遊 방식 / 박영범 <2016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햇살의 외유外遊 방식 박영범 그늘을 내쫓아도 조심스레 밀봉되는 듬뿍 심취한 사선斜線의 발자국, 빛은 어둠이 모조리 질식할 때까지 바래진다 비껴남의 의미는 중단하지 않고 머물지도 않을 것이라는 차단하지 못하는 햇살 한 움큼이 쥐어.. 2017. 2. 2.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봄날, 단추를 달다 외 4편 / 백복현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봄날, 단추를 달다 외 4편 백복현 봄날, 단추를 달다 저만치 굴러가는 봄 노파는 문간방에 앉아 단추를 단다 뜬구름이 기웃거리는 서까래 밑 동거하는 거미는 실을 짠다 깔고 앉았던 생각을 박차고 손마디만 한 비상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 2017. 2. 2.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둥근 사각형 외 4편 / 류승희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둥근 사각형 외 4편 류승희 둥근 사각형 사각형 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꼭짓점을 만나게 된다 두 개의 선분이 만나는 끝점에서 우리는 약속을 하고 꼭지를 버렸다 네 개의 꼭짓점에서 네 개의 선분은 그렇게 결별을 하고 발가락을 감추었다 꼭.. 2017. 2. 2.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누군가로의 초대 외 / 조영란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누군가로의 초대 외 조영란 깊은 우물 속에 띄워둔 누군가의 얼굴 빗방울처럼 뛰어가던 소녀의 목덜미에 앉은 나비는 왜 샐비어 꽃을 모른 척 지나쳤을까요, 외로운 살구나무 때문일까요? 단물이 다 빠져버린 살구는 오래전의 살구를 모르고, 나.. 2017. 2. 2.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달아나는 밤-약간 李箱풍으로 외 / 강건늘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달아나는 밤-약간 李箱풍으로 외 강건늘 첫 번째 골목에서 20대가 달아난다 두 번째 골목에서 20대보다 빠른 30대가 달아난다 세 번째 골목에서 30대보다 빠른 40대가 달아난다 다섯 번째 골목에서 50대인지 60대인지 모르는 이가 달아난다 여섯 번째.. 2017. 2. 2.
2016년 시와 반시(상반기) 문예상 수상작 : 목뼈들 외 4편 / 문희정 <2016년 시와 반시(상반기) 문예상 수상작> 목뼈들 외 4편 문희정 네 농담이 어제와 같지 않았다 꿈이나 꿔야지, 나는 입을 오므리고 모로 누운 너의 등에다 씹다 만 껌을 붙여 두었다 허우적거리는 너를 보았는데 너는 너무 멀었고 나는 웃고 있었다 웃음은 계속되었다 긴 잠에서 깨어 .. 2017. 2. 2.
2016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문학상 수상작 : 근린 외 4편 / 서춘희 <2016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문학상 수상작> 근린 외 서춘희 우리는 양호하다 몸을 비틀어보는 공원에서 픽토그램의 실루엣에 빠진다 그는 항상 그다 옳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울퉁불퉁한 면을 뭉개는 움직임은 실수가 없다 순서에는 다음이 있다 전과 후는 발라먹은 생선처럼 외롭게.. 2017. 2. 2.
2016년 애지 신인문학상 수상작 : 잉카 너머 숲을 짓다 외 4편 / 백승자 <2016년 애지 신인문학상 수상작> 잉카 너머 숲을 짓다 외 4편 백승자 그대, 돌로 쌓은 축대에 흙을 담아요 토실토실 알맹이만 잉태하는 흙을 가득 채워요 알몸으로 품어도 할퀴는 자식은 없어야 해요 잔뿌리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유선(乳腺)에 닿으면 물길이 열리고 숲도 자라겠지요 .. 2017. 2. 2.
2016년 시작 신인상 수상작 : 속기 외 4편 / 배지영 <2016 시작 신인상 수상작> 속기 외 4편 배지영 나는 당신을 아주 빠르게 받아 적는다 잘 보이지 않는 모습과 질 들리지 않는 말이 있었지만 이것은 예비의 착상이었기에 모호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볍게 넘기며 어떠한 점과 글자들이 지나가고 기록이 너무 빠른 나머지 스케치.. 2017. 2. 2.
2016년 시작 신인상 수상작 : 고공에서 외 4편 / 김영호 <2016 시작 신인상 수상작> 고공에서 외 4편 김영호 황조롱이 한 마리가 바람과 주파수를 맞추는 중 고층건물에 오르면 창문이 자주 흔들려 자꾸만 속삭이는 통유리 진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실외가 아닌 실내 조용히 실체와 그림자가 어긋나는 중 이것은 어느 봄날의 연애 이것은 한 .. 2017. 2. 2.
2016년 시와시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억새풀 속 마고꽃을 위하여 외 4편 / 김임순 2016년 시와시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억새풀 속 마고꽃을 위하여 외 4편 김임순 ​ 억새 그늘 속에 숨은 마고꽃을 보았네 땅속에 뿌리내려 제 스스로 먹이 만들 수 있는 식물이건만 스스로 광합성하지 못하고 ​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마고는 이 가을 억새보다 환하고 이쁜 꽃을 피웠.. 2017. 2. 2.
2016년 지용문학상 수상작 : 포플러 / 한진수 2016년 지용문학상 수상작 포플러 한진수 상처입은 찌르레기 지저귀고 별들은 울고 또 서럽게 울고 봄이 오면 불어오는 산들내음을 나는 사랑했네 비둘기와 따스한 햇살을, 꽃다발을 그러면 나는 해가 빛나는 호수처럼 너를 사랑해 너는 말없는 포플러 나무처럼 편안하지 밤이와 그 자리.. 2017. 2. 2.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작 : 책갈피 서사 외 5편 / 배진우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책갈피 서사 외 5편 배진우 방향을 좋아하는 눈빛이 책갈피를 끼운 페이지에서 머뭇거린다 밖에선 말을 더듬던 남자가 손잡는 걸 싫어하던 애인에게 새로운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낮에 찾은 단어처럼 고양이의 동료는 기지개를 켠다 첫 고백을 훔친 계.. 2017. 2. 2.
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밤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나뭇가지에 지붕에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고 길은 녹은 눈으로 질퍽댑니다. 올해에는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지만 아직 바닷가 설경은 한번도 찍은 적이 없어 작년 가을에 찾았던 제부도의 풍경을 담고 싶.. 2016. 12. 22.
(시) 신두리 사구 / 남상학 신두리*사구(砂丘) - 남 상 학 넘실거리는 물결이 끊임없이 달려와 바다의 잔등에 선명한 연흔을 새기는 널따란 사구(砂丘) 질탕질하는 바람은 제 멋대로 모래언덕을 만들고 부수고 또 구릉(丘陵)을 만들고 하루 밤사이 과거의 족적을 말끔히 지우는 창조의 땅 때로는 중무장한 세력으로 집중 공략하기도 하면서 광활한 땅에 무자비하게 풍진 켜켜이 새로운 흔적을 선명히 남기는 무한 시간의 끝 오늘도 신두리 사구는 잠들지 않고 쉬임 없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 태안반도 위쪽에 있는 세계 최대의 해안 사구로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6. 12. 14.
(시) 소래포구 / 남상학 소래포구 남상학 왁자지껄 새벽을 깨우는 소리에 생기로 눈을 뜨는 땅 이내 포구의 아침 햇살은 금빛 번쩍이는 비늘을 세우고 노역(勞役)을 건져 올리는 아낙의 함지박엔 펄펄 뛰는 숭어와 각(角)을 세우고 덤벼드는 꽃게들이 저마다 향연을 베푼다 어수선한 행렬 끝나는 곳에서 사리 때 밀물처럼 몰려오는 통통배의 기관음 소리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실려 삶을 흥정하는 근육질 사내의 건장한 가슴에 흥건히 어느 덧 포구 위로 먼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소리가 올라오고 요란한 갈매기 소리가 덤으로 올라오고 식탁 위에 벌어지는 왕성한 식욕처럼 시끌벅적한 포구는 언제나 힘찬 의욕이 솟구친다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2016. 12. 12.
부안 신석정문학관,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석정 묘소가 있는 마을 입구 벽화. 병상에서 쓴 마지막 시_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위 치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미완의 여로 1 : 부안 변산〉 도입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면서 나는 그 일 번지를 놓고 강진과 부안을 여러 번 저울질하였다. 조용하고 조촐한 가운데 우리에게 무한한 마음의 평온을 안겨다주는 저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그 고마움의 뜻을 담은 일 번지의 영광을 그럴 수만 있다면 강진과 부안 모두에게 부여하고 싶었다.”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 2016. 10. 18.
오세영(OH SEA YOUNG) 개인전 "심성의 기호" 오세영(OH SEA YOUNG) 개인전 "심성의 기호" ♣ 일시 : 2016. 5.12(목)~5.19(목) ♣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참 오랜만에 오세영(吳世英, OH SEA YOUNG) 화백과 전화통화를 했다. 15년 전쯤, 명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뒤로 오랜만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예나 변함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소리로 친근미가 넘쳐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중 마침 개인전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전시장인 예술의전당으로 달려갔다. 오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 I am that I am 나는 나다. 60년 그림과 함께 한 나의 셍(生). 결국 점 하나 찍고 선하나 긋고 보니, 바로 그것이 내 마음의 거울처럼 와 닿는다. 또 이제 다른 뭐가 있.. 2016. 5. 16.
(시) 영흥도 / 남상학 영흥도(永興島) - 추억의 섬 - 남 상 학 대부도 선재도 지나 해무(海霧) 자욱한 다리를 가로질러 단숨에 바다를 건넜다 영흥대교 너머 오랜 세월 가슴에 짙게 밴 묵은 바다향(香)의 진두 선착장 먼지 풀풀 나는 길가 그 옛날 어릴 적 허기를 자극하던 빵 굽는 아줌마는 간데 없고 파리 날리는 좌판만 즐비하다 바람맞이 척박한 땅을 지켜온 십리포 사구(砂丘)의 서어나무처럼 너는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용케도 버텨왔구나 출렁거리는 물결 벗삼아 썰물 따라가며 바지락을 캐던 의지(意志)의 땅, 내게 생존의 방식을 가르쳐준 뽀얗게 흙먼지 덮인 날들 그것이 가슴 저린 내 그리움일 줄이야 홀로 외롭게 가슴 뜯는 노래일 줄이야 단숨에 안개 걷히듯 내 어린 시절로 옷을 벗는 벌거숭이 추억의 섬 영흥도 나는 영흥도에서 어린.. 2016. 5. 13.
(시) 다시 제부도에 와서 / 남상학 다시 제부도에 와서 - 시인 공석하, 이충섭, 유화웅씨에게 남상학 파도가 웃는다 파도가 낄낄거리며 우리를 따라오며 그냥 웃고 살자고 손을 비비며 웃는다 발을 비비며 웃는다 공자가 어떻고, 장자가 어떻고 침 마르게 긴긴 사설 읊어봐도 석구네 횟집* 한 접시 횟감 정도도 안 되는 덜 익은 인생일 뿐이라고 파도가 우릴 쳐다보고 웃는다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살자고 파도가 속삭이며 웃는다 파도가 이끄는 대로 물결 따라 막무가내 시인 공형(孔兄)은 그냥 그렇게 개펄 헹궈낸 물에 텀벙 젖고 싶었을까 항상 어린애 티없는 웃음으로 파도 벗삼아 알몸으로 살고 싶었을까 벌거벗은 매바위 돌고 도는 갈매기처럼 하늘 훨훨 날고 싶었을까 딸 사위 사랑 찾아간 머나먼 삼천포 그 푸른 바다에 미치도록 심취했다는 이충섭 시.. 2016. 5. 13.
(시) 대천 바다 / 남상학 대천 바다 -파도여, 파도여 남상학 그대는 내게 가슴 한편으로 저며오는 전율을 아느냐고 귓속말로 물었지요 영원히 가슴에 묻고 살아갈 줄 알았는데 세월의 물굽이 넘고 또 넘어 가슴 열어 그 사랑 보여줄 수 있다는 감격으로 수천 수만 굽이 넘실거리는 몸짓으로 그대는 전신을 떨었지요 마음은 항상 바다를 거닐고 파도 소리 그리워 소라껍질 귀에 대고 있는 그대 그대 들뜬 몸은 지금도 출렁이는 파도와 뒹굴며 사랑을 한창 부화중인가요? 2016. 5. 13.
(시) 안개꽃 / 남상학 안개꽃 남 상 학 미리내 별밭 아스라이 무량한 그리움에 앓다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잔잔한 숨 고르다가 밤새 소곤대던 수많은 이야기 한꺼번에 쏟아놓는 이 아침 순백(純白)의 가슴으로 와락 그만 울음을 터뜨리는가 그 옛날 안개 차오르던 물골 안 이른 새벽 사뿐히 찾아와서 앓던 속내 감추지 못한 채 내 가슴에 아낌없이 포말(泡沫)처럼 부서지던 여인 이슬 맺힌 눈썹에 화사한 햇살 내려앉을 무렵이면 아이 좋아라 뜨거운 가슴에 불길 타올라 자취 없이 스러지겠네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2016. 5. 12.
(시) 발자국 / 남상학 발자국 -만리포에서 남상학 겨울 만리포 모래밭을 혼자 걸었다 길게 찍힌 연인들의 발자국이 밀려오는 파도에 자취 없이 지워진다 모든 것 쓸려간 자리에 추억들만 남아 희희낙락한다 세월이 얼마간 흘러간 뒤에는 모래 위의 발자국처럼 추억도 그렇게 지워지리라 세월마저 그렇게 잊혀지리라. 2016. 5. 12.
(시) 가벼워지는 연습 / 남상학 가벼워지는 연습 남상학 아침저녁으로 짐을 정리하면서 버리는 연습을 한다 낡은 옷가지와 신발 사진과 때묻은 수첩까지 한 가지씩 버리면서 가벼워지는 연습을 한다 가벼워지면서 나는 깨닫는다 더 가지고 싶어 허둥대던 지난 일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허둥대면서 상처로 남긴 삶의 자국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버림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지금 마지막 허망함과 부끄러움마저도 버리고, 또 버리면서 홀가분한 몸으로 구겨진 나의 일상(日常)을 다림질한다 그리고 먼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직 가벼운 영혼(靈魂) 하나 소중히 챙긴다. 2016. 5. 12.
(수필) 인연(因然) / 피천득 인연(因然) / 피천득 지난 사월, 춘천(春川)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聖心) 여자 대학에 가 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出講)한 일이 있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것은, 주 수녀님과 김 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禮儀)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事緣)이 있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 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도표(동경, 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紹介)로 사회 교육가(社會敎育家) M 선생 댁에 유숙(留宿)을 하게 되었다. 시바쿠(지구, 芝區)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書生)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조자, 朝子)는 처음부터 나.. 2016. 5. 5.
<평론>한국(韓國)의 현대시 / 문덕수 한국(韓國)의 현대시 문 덕 수 (文德守)) 1 시(詩)의 내용(內容)은 정서(情緖)와 사상(思想)이다. 정서는 감화적(感化的) 요소(要所)로서, 유기체(有機體)의 전신적(全身的) 감각(感覺)이지만, 사상은 지각(知覺), 지식(知識), 신념(信念), 의견(意見)의 종합물(綜合物)이다. 그러나, 시의 효용(效用)이 궁극적(窮極的)으로는 감동(感動)과 쾌락(快樂)에 있으므로, 사상은 어디까지나 종속적(從屬的) 요소다. 그것은 언제나 정서와 융합(融合)이 되어 나타난다. 간혹 사상이 중시(重視)된 시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예외다. 만약 사상 위주(思想爲主)의 시가 있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라 시의 형식(形式)을 빈 철학적(哲學的), 수상적(隨想的) 단편(斷片)일 것이다. 시는 어디까지나 시로서 족하다. 아.. 2016. 3. 7.
한국현대문학관, 한국문학 100년의 발자취가 한 눈에 한국현대문학관 한국문학 100년의 발자취가 한 눈에 서울 중구 동호로 268 / 전화 : 02-2277-4857∼8 글·사진 남상학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한국현대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1번 출구를 빠져나가면 파라다이스빌딩이 보인다. 파라다이스빌딩 오른쪽 골목으로 올라가면 주차장 뒤로 단층으로 단아하게 꾸며진 한국현대문학관을 만난다.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한적한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곳에 숨어있다. 중구 예장동 남산자락에 둥지 튼 ‘문학의 집 서울’이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 위주의 문학관이라면 한국현대문학관은 근․현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현대문학관은 탄생은 수필가 벽강(璧江) 전숙희(田淑禧, 1916~2.. 2016. 2. 22.
(수필) 아버지의 뒷모습 / 신달자 아버지의 뒷모습 신 달 자 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손수건 한 장을 옆에 두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할 때 생긴 나의 버릇인데 이젠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어느 사이 손수건을 챙기게 된다. 사실 아버지에 대해선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나보다도 우선 아버지 자신이 감정에 헤프지 않고 절제 능력이 있으시니 나도 따라서 이유에 앞서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상에 헤픈 나이지만 상대방이 감정을 이성적으로 다스리면 한풀 물러나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요즘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극히 우울한 마음이 되어 발걸음이 느려진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고 어느 장소건 아버지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내려앉으며 눈물부터 난다. 혈육이 무엇인데 이리 가슴이 .. 2015.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