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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 백미러 외 / 김종관

by 혜강(惠江) 2017. 2. 2.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백미러 외


김종관

 

접힌 귀를 펴고 길을 듣는

자동차의 귀

좌측 우측 후미

귓속은 움직이는 풍경과 속도로 차있다

그대로 복사해서 일러주는 귀

옆 차선도 귀로 읽고 재빨리 차선을 변경한다

나는 늘 내 편인 귀를 믿는다

후진할 때 귀엣말을 무시하다가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빗물이 귓속으로 스미면

배경이 출렁거린다

손수건 한 장으로 그를 달래면

밀려난 길이 다시 제자리로 들어온다

귀청소를 마치면

귀가 밝아 은밀한 이야기까지 엿듣지만

끝까지 비밀을 지키려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졸음이 천적이다 귀를 잃고

가까운 거리도 돌아서 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잡아 당겨 찢어질 때도

정비공장에서 귀는 다시 돋아난다



문어의 유전자

 

  자전거에 문어발 같은 체인이 감겨있다

 

  두 개의 바퀴를 밀고 당기는 저 빨판, 자전거는 문어와 사촌이다 문어의 유전자가 자전거에서 꿈틀거린다 문어발 자전거는 바다기슭 바위까지 올라간다

​  진화된 문어가 자전거 속으로 들어간 후 헤드라이트 하나로 물속을 훤히 본다는데, 그 자전거를 사기 위해 푸른 바다가게로 가야 한다 해녀들의 손길을 피해 작은 임대 구멍에서 여섯 달은 숨어산다는 팔대어자전거, 먹물주머니 속에서 나온 까만 지폐로만 살 수 있다

 

  번쩍번쩍 환하게 빨판꽃이 피는 문어발자전거는 조개 소라 달팽이 낙지 오징어, 푸른 바다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공휴일이면 똘망똘망 피어있는 금실 좋은 갯까치수염을 보러 시원하게 뚫린 아라 뱃길 자전거 길을 따라 우리 집 문어발 팔대어자전거 서해까지 헤엄쳐 달린다

여자 축구

 

  우주에 바람이 빵빵했다

  뱃속의 태아는 엄마의 운동장에서 배를 차고 뛰어놀았다 발길로 슛을 날리면 엄마는 속수무책, 아빠가 귀로 받았다 태아는 밖을 향해 자꾸 보챘다 관중들의 생각은 온통 한 선수에 꽂혀있었다

  밤 9시, 휘슬이 울리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  키 189센티미터 레프 야신*이 장갑을 끼고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불꽃 튀는 수중戰이었다 엄마의 눈에서 번갯불이 튀어나왔다 태아는 가슴 트래핑 후 오버헤드킥을 날렸다 공은 엄마의 몸을 끊고 그물에 꽂혔다

  딸이었다

  *러시아 골키퍼

김종관

전남 강진 출생.

서울신학대학교 사범대학. 성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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