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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다시 제부도에 와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16. 5. 13.

 

 

 

 

 

다시 제부도에 와서 

- 시인 공석하, 이충섭, 유화웅씨에게 

  

 

남상학

 


파도가 웃는다 
파도가 낄낄거리며 
우리를 따라오며 
그냥 웃고 살자고 
손을 비비며 웃는다 
발을 비비며 웃는다 

공자가 어떻고, 장자가 어떻고 
침 마르게 긴긴 사설 읊어봐도 
석구네 횟집* 한 접시 횟감 정도도 안 되는 
덜 익은 인생일 뿐이라고 
파도가 우릴 쳐다보고 웃는다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살자고 
파도가 속삭이며 웃는다 

파도가 이끄는 대로 
물결 따라 막무가내 
시인 공형(孔兄)은 그냥 그렇게 
개펄 헹궈낸 물에 텀벙 젖고 싶었을까 
항상 어린애 티없는 웃음으로 파도 벗삼아 
알몸으로 살고 싶었을까 
벌거벗은 매바위 돌고 도는 갈매기처럼 
하늘 훨훨 날고 싶었을까 

딸 사위 사랑 찾아간 머나먼 삼천포 
그 푸른 바다에 미치도록 심취했다는 
이충섭 시인 
저 멀리 달아난 물결 그 너머 잠기는 그리움 
삼천포 연가(戀歌)를 
'월간문학' 그릇에 담아 
언제 여기 웃는 파도 위에 상재(上梓)할까 

지명(知命)의 고개 훨씬 넘고서도 
금새 얼굴에 수밀도 단물 물들이는 
지기지우(知己之友) 유형(劉兄) 
한결같은 그 사랑의 성정으로 
익은 단물 삼키던 원두막 
과수원 할머니의 깊이 패인 주름살을 보며
여간 안쓰러워 했지 

파도가 웃는다 
파도가 낄낄거리며 웃는다 
제부도 찾아온 우릴 보고 
그냥 웃고 살자며 
파도가 손발을 비비며 또 웃는다.   

 

 

<작가의 말>

 

  시인 공석하 형이 졸고(拙稿) "제부도 - 살다가 이유 없이 답답하거든"을 일고 그 시의 소재가 된 제부도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여, 어느 여름날 가까이 지내는 문우(文友), 유화웅, 이충섭 시인과 동행한 적이 있었다. 그날 우리의 제부도 여행은 호기(豪氣)로운 기분에 들떠서 옷을 입은 채 바다에 빠져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날의 여행기로  이글 '다시 제부도에 와서'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무엇이 급했던지 공석하 시인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성포(星浦) 최복현 형이 대신해 주어 우리 시반사우(詩伴四友)는 공동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우리와 시의 길을 같이 걷기로 한 성포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리면서, 한편 앞서 간 공석하 시인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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