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남 상 학
미리내 별밭 아스라이
무량한 그리움에 앓다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잔잔한 숨 고르다가
밤새 소곤대던 수많은 이야기
한꺼번에 쏟아놓는 이 아침
순백(純白)의 가슴으로 와락
그만 울음을 터뜨리는가
그 옛날
안개 차오르던 물골 안
이른 새벽 사뿐히 찾아와서
앓던 속내 감추지 못한 채
내 가슴에 아낌없이 포말(泡沫)처럼
부서지던 여인
이슬 맺힌 눈썹에
화사한 햇살 내려앉을 무렵이면
아이 좋아라
뜨거운 가슴에 불길 타올라
자취 없이 스러지겠네
<수록> 시집 「그리움 불꽃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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