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永興島)
- 추억의 섬
- 남 상 학
대부도 선재도 지나
해무(海霧) 자욱한 다리를 가로질러
단숨에 바다를 건넜다
영흥대교 너머
오랜 세월 가슴에 짙게 밴
묵은 바다향(香)의 진두 선착장
먼지 풀풀 나는 길가
그 옛날 어릴 적 허기를 자극하던
빵 굽는 아줌마는 간데 없고
파리 날리는 좌판만 즐비하다
바람맞이 척박한 땅을 지켜온
십리포 사구(砂丘)의 서어나무처럼
너는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용케도 버텨왔구나
출렁거리는 물결 벗삼아
썰물 따라가며 바지락을 캐던
의지(意志)의 땅,
내게 생존의 방식을 가르쳐준
뽀얗게 흙먼지 덮인 날들
그것이 가슴 저린 내 그리움일 줄이야
홀로 외롭게 가슴 뜯는 노래일 줄이야
단숨에 안개 걷히듯
내 어린 시절로 옷을 벗는
벌거숭이 추억의 섬
영흥도
<작자의 말>
나는 영흥도에서 어린 시절 1년 반 가량 살았다. 3월쯤부터 진두 벌판에서 바지락을 캤다. 그 시절 영흥도에서 겪었던 아픔의 기억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아픔은 당장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것은 훗날 내 삶의 자양이 되고 힘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난 속에서 인내를 배웠고, 용기를 배웠고,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 오셨는지 고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도 영흥도를 즐겨 찾아간다.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에는 아픔의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처럼 소사나무(일명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안에 우거진 소사나무는 방풍(防風)이라는 소임을 완수하느라 고단한 세월을 살았다. 하늘로 뻗어야 할 나무는 불어 닥치는 바람에 직립을 포기하고 옆으로 자란 것이다. 그나마 제대로 뻗지도 못하고 밑동과 가지에 옹이들이 달라붙고 새끼줄처럼 비틀어졌다. 세월의 아픔을 견디어 온 자국이 온몸에 훈장처럼 붙어 있다. 나는 아픔 속에서도 모진 바람을 이겨내며 소임을 다하고 있는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소사나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영흥도에서의 나의 삶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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