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청추수제(淸秋數題) / 이희승
청추수제(淸秋數題) 이희승 벌 레 낮에는 아직도 90 몇 도의 더위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의 숨을 턱턱 막는다. 그런데, 어느 틈엔지 제일선에 나선 가을의 전령사가 전등빛을 따라와서, 그 서늘한 목소리로 노염에 지친 심신을 식혀 주고 있다. 그들은 여치요, 베짱이요, 그리고 귀뚜라미들이다. 물론, 이 전령사들이 전초역을 맡아 가지고 훨씬 먼저 온 것으로 매미, 쓰르라미가 있지마는 그을은 소란한 대낮에, 우거진 녹음 속에서 폭양에 항거하면서 부르는 외침이라, 듣는 사람에게 '가을이다'하는 기분을 부어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무엇이 있었다. 그렇더니, 이 저녁에 들리는, 정밀 속에 전진하여 오는 소리야말로, '인젠 확실한 가을이로구나!' 하는 영추송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오게 한다. 달 전들을 끄고 ..
2014. 1. 11.
(수필) 가을의 여정 / 전광용
가을의 여정 전광용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그리고 여름은 여름, 겨울은 겨울대로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그대로 다 새로운 즐거움을 가슴 속에 안겨다 주는 청신제라고나 할까. 그뿐인가.농촌은 농촌대로 전원의 유장한 목가적인 맛을 ,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그것만이 지니는 독특한 자연의 시정을 선물하는가 하면, 새롭고 낯선 도시의 가로는 그것대로 흙 속에 파묻혔던 사람들에게 산뜻한 미지의 감각에 경이에 찬 눈동자를 뒹굴리게 한다. 그러기에 천하 명산 금강산도 계절에 따라 봉래,풍악,개골, 금강 등 그 때마다의 승경의 아치를 상징하는 이명들을 가지고 있다. 새 움 트는 봄의 정경이 산책이나 소풍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리듬이라면, 여름의 무르익은 녹음과 작열하는 태양은..
2014. 1. 11.
(수필) 사랑을 하면 / 김사빈
사랑을 하면 김사빈 사랑을 하면 예뻐지고, 바빠지고, 기뻐진다고, 교회 다니면 세 가지 '뻐'가 생긴다고 목사님의 강도 높은 말씀을 들었다. 첫째는 예뻐지고, 둘째는 바빠지고, 셋째는 기뻐진다 하였다. 내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보면 주일날이면 교회 가는 사람들 곱게 차려 입고, 분이라도 찍어 바르고, 가지고 있는좋은 것을 들고 교회로 간다. 전에는 마을 가서 화투 놀이하였는데, 교회 다니면 주일 날 교회 가야지, 수요일 저녁 가지, 금요일 가지, 거기다 새벽 기도 가야지, 자연 바빠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에 하던 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교회 가더니 사람 버렸네 하면 안되니까, 말이다 . 안 바르던 분이라도 바르고 바쁘게 다니다 보니 시름과 근심은 없어지고 자연 기뻐지니 삼뻐가 되는 비결인 것이..
2014.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