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348 2011 동아일보 시 당선작 : 오늘의 운세 -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시 당선작> 오늘의 운세 - 권민경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의 두 개의 무덤을 넘어 마지막 날이 예고된 마야 달력처럼 뚝 끊어진 길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숲 속엔 정수리에서 솟아난 나무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수많은 손바닥이 .. 2011. 1. 1. 2011 조선일보 시조 당선작 : 신 한림별곡<新翰林別曲>- 김영란 <2011년 조선일보 시조 당선작> 신 한림별곡<新翰林別曲> - 김영란 전갱이 잔뼈 같은 어젯밤 하얀 꿈도 북제주 수평선도 가로눕다 잠기는 은갈치 말간 비린내 눈이 부신 이 아침 바람소리 첫음절이 귤빛으로 물이 들고 닻들도 기도하듯 조용히 기대 누운 기우뚱 포구에 내린 오십견의 저 바다 .. 2011. 1. 1. 2011 조선일보 시 당선작 : 유빙(流氷)-신철규 <2011년 조선일보 시 당선작> 유빙(流氷) -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 2011. 1. 1. 여수 금오도, 여긴 벼랑 아니라 천국 여수 금오도 아슬아슬 '비렁길' 정상, 여긴 벼랑 아니라 천국 - 인어공주·혈의 누 등 영화촬영 단골장소 - 글·사진 김명근 기자 ▲여수 금오도 해안절벽 1.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듯 깎아지른 절벽이 절경인 금오도 비렁길. 2. 이름 그대로 풍에 좋아 약재로 쓰인다는 방풍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는 금오도 함구미 마을. 3.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딱 가운데 있는 여수, 그 중에서도 ‘신비한 섬’으로 불리는 금오도의 ‘미역바위’. 이 곳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함구미 마을엔 풍에 좋은 방풍나물 천지 도장바위 미역바위 등 이름도 개성 넘쳐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보면 딱 가운데 있는 여수. 이 곳에는 무려 317개의 섬이 있다. 이 섬들은 아직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과 넉넉.. 2010. 12. 24. 창녕 우포늪 걷기, 길 뒤에 숨겨진 ‘우포의 서정’ 창녕 우포늪 걷기 철새·물안개·찬 바람이 그렸다… ‘겨울 산수화’ 박 경 일 기 자 ▲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주매제방에 올라서서 바라본 우포. 펜화처럼 서있는 나무 사이로 겨울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붉은 기운이 번지는 하늘 위로 큰기러기들이 날아가고 있다. 해 뜰 무렵의 주매제방에서 바라보는 우포늪의 풍경은 겨울의 서정을 그려낸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우포늪을 한바퀴 도는 ‘우포늪 생명길’을 이른 아침에 이곳에서 출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밤새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억새밭이 서리로 하얗게 뒤덮였습니다. 수변의 왕버드나무들은 겨울 안개 속에 날카로운 펜화처럼 서있습니다. 그 너머로 너른 늪은 꽝꽝 얼어붙었는데, 한가운데 미처 얼지 않은 물가 주위에는 큰기러기, 고니 같은 겨울 철새들이 한데 모.. 2010. 12. 24. 전남 장흥, 살아있는 문학의 숲 전남 장흥 살아있는 문학의 숲 한국관광공사 / 사진촬영: 여행작가 채지형 ▲ 소담한 이청준생가 전라남도 장흥은 살아 숨 쉬는 문학의 숲이다. 가사문학의 효시인 '관서별곡'을 지은 기봉 백광홍 선생부터 한국 문학의 거목 이청준, 바닷가의 삶을 신화화한 한승원, 민중의 삶을 절절하게 그려낸 송기숙까지 수십여 명의 문인들이 장흥에서 태어나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수많은 작가들을 잉태한 장흥은 그들의 고향으로써 뿐만 아니라, 작품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천관산과 득량만을 비롯한 장흥의 산과 바다는 이청준의 '눈길'과 '축제', 한승원의 '불의 딸', '그 바다 끓며 넘치며', 이승우의 '일식에 대하여' 등 여러 소설의 생생한 배경으로 활약했다. 그래서인지 장흥을 여행하다보.. 2010. 12. 19. 나주 오미(五味), 첫술만 떠도 감탄이 절로 나주 오미(五味), 첫술만 떠도 감탄이 절로 구진포 장어·영산포 홍어·나주 곰탕·사랑채 한정식·송현 불고기 곰탕 맛 좀 알면 '맑은 국물'… 마니아라면 '홍어 코' 도전 나주=글·김우성 기자 / 사진·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한때 여기, 강 따라 사람들이 흘러들었다. 거리는 번성했다. 여인숙은 꽉꽉 찼고 요정은 노랫소리로, 장터는 흥정하는 소리로 복작거렸다. 강 따라 번성한 거리는 강이 막히자 서서히 퇴색했다. 여인숙도, 요정도, 장터도 사라졌다. 그 흔적을 추억하듯 진한 홍어 냄새가 거리를 흐른다. 나주 영산포 얘기다. 맛의 도시, 나주에서 역사는 음식으로 기록된다. 곰탕은 흥성했던 조선시대와 맞닿았고, 홍어와 장어는 영산강의 전성(全盛)을 기린다. 역사를 추억하는 음식의 맛은 깊다. 깊어서, 이들 세 .. 2010. 12. 17. 여수 여자만 낙조여행 - 일몰의 바다, 그 찬란한 아쉬움 여수 여자만 낙조여행 - 일몰의 바다, 그 찬란한 아쉬움 - 글·사진 = 박경일기자 ▲ 여수의 여자만 위로 해가 진다. 멀리 고흥만의 능선 뒤로 해가 기울면서 갯벌의 물골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해안도로를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자전거로 달리던 여고생 둘이 황홀한 풍경을 마주하고 섰다. 이렇게 앞으로 열 다섯번만 해가 지면 올 한해도 다 지나갈 것이다. 여수의 서쪽바다로 노을이 집니다. 여자만(汝自灣). 얼핏 남자가 아닌 ‘여자(女子)’를 떠올리기 쉽겠지만 한자로 풀자면 ‘너 여(汝)’자에 ‘스스로 자(自)’를 씁니다. 여자만이란 이름은 그 만(灣)의 한복판에 있는 섬 여자도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여자도의 ‘너 여(汝)자’는 섬의 생긴 모습이 그러하다 해서, ‘스스로 자(自)’는 뭍에서 멀어 모든 걸 스.. 2010. 12. 15. 제주의 ‘진짜 올레’를 압도하는 길, 곽금 올레길 제주 곽금올레길 ‘진짜 올레’를 압도하는 길 ‘찾으며’ ‘걸으며’ ‘굴리며’ 마을 아이들이 낸 길 글·사진 = 박 경 일 기 자 ▲ 곽금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마을길을 이어 만든 ‘곽금올레길’의 10.9㎞구간 중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해안도보길. 곽지리와 금성리의 빼어난 경치를 모은 ‘곽금8경’의 제3경인 ‘치소기암’이 이곳에 있다. # 제주 바닷가 초등학교 아이들, ‘찾으며’ ‘걸으며’ 길을 만들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제주 올레길 15코스가 외곽을 잠깐 스치고 지나치는 마을이다. 그 마을 한가운데에 곽지해수욕장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자그마한 초등학교가 있다. 곽지리 마을과 이웃한 금성리 마을의 이름에서 한 자(字)씩을 따서 이름 붙인 곽금초등학교다. 전교생이라고 해야 100명 남짓. 곽금초등.. 2010. 12. 15.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 야생동물의 보고 코뿔소가 길을 막는 ‘야생의 인도’ 야생동물의 보고(寶庫), 인도 카지랑가 국립공원 카지랑가 | 글·사진 이로사 기자 ▲ 카지랑가 국립공원의 평화로운 아침, 여행객들이 코끼리 사파리를 즐기고 있다. 코끼리 보호를 위해 사파리 횟수를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 따라온 아기 코끼리 두 마리가 줄곧 제 어미를 찾는 울음을 울었다. 카지랑가로 가는 길은 지난하다. 인도 북부의 델리에서 북동쪽 끝 아삼주의 주도 구와하티까지 3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 구와하티에서 다시 5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길이라 했다. “인도는 변수가 많다”고 델리의 가이드가 말했던가? 대책없이 길 위에서 버스가 섰다. 구와하티에서 카지랑가로 향하는 고속도로 한복판이었다. 사실 ‘다바 고속도로(DH.. 2010. 12. 12. 한라산 돈내코 길, 돈 내고 보라고 '돈내코' 절경 한라산 돈내코 길 공짜로 보기엔 미안한 절경, 돈 내고 보라고 '돈내코'인가? 김 화 성 기 자 * 한라산백록담분화구 남벽. 깎아지른 수직벽이 장엄하다. 조각칼로 그은 듯한 거친 칼자국들이 죽죽 위아래로 그어져있다. 빙둘러있는 분화구벽 안쪽이 백록담이다. 한때 용암을 토해냈던 불구덩이가 이젠 물웅덩이가 되어 흰구름을 담는다. 분화구남벽은 겨울엔 눈모자 쓰고, 봄엔 붉은 철쭉으로 목도리를 두른다. 발밑의 늘 푸른 구상나무가 점점이 푸르다. 문득 남벽아래에서 뒤를 돌아보면, 서귀포시내가 가뭇가뭇 발아래 누워있다. 서귀포앞바다 수평선에 뭉게구름이 솜이불처럼 펼쳐있다. 섶섬 문섬 새섬 범섬이 뿅뿅뿅 돋아있다. 제주 한라산=서영수 전문기자 "하늘을 사모하는 마음이 그 누구와 비할 바 없어 몸은 항상 흰 구름을 데.. 2010. 12. 12. 두물머리 운길산 트레킹, 안개 가득한 수종사 앞뜰… 구름도 산에 걸려 두물머리 운길산 트레킹 안개 가득한 수종사 앞뜰, 구름도 산에 걸려 시간을 잊고 동아일보 김화성 기자 *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한쪽엔 늙은 선승이 한 분 우뚝 서 계신다. 은행나무다. 해탈문 곁에서 500년 동안 묵언정진하고 있다. 키 35m에 가슴둘레 2m. 아직도 몸매가 울퉁불퉁 헌헌대장부다. 늦가을 수천 수만 마리의 노랑나비들이 선승의 머리 손 발 가슴 어깨에 앉아 나비잠을 잔다. 그래도 선승은 꿈쩍하지 않는다. 온몸에 ‘은빛살구’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역시 오불관언,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도대체 선승의 면벽수행은 언제 끝나는가. 칼바람 몰아치는 동짓달 새벽, 가끔 마른기침 소리가 들린다. 속이 하도 썩고 또 썩어 곰삭은 두엄 냄새가 솔솔 새나온다. 남양주 운길산=서영수 전문기자 두물머리(二水頭.. 2010. 12. 12. 일출 명소, 가족과 떠나는 신년 일출 여행지 일출 명소 가족과 떠나는 신년 일출 여행지 장엄한 일출-환상적 일몰 한꺼번에 감상 스포츠조선= 김형우 기자 ▶거제 해금강(경남 거제시) 거제도는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 명소이다. 특히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바다를 감상하며 드라이브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침저녁으로는 장엄한 일출과 환상적인 일몰의 풍경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여차마을에서 홍포항 입구까지의 거리는 4km 남짓. 하지만 비포장 길이 남아있어 걷기나 MTB를 즐기기에도 좋다. 오프로드 길을 오르내리면서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대병대도, 소병대도, 가왕도, 어유도 등 다도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 사람들은 이곳이 동해와 남해의 정기가 만나는 곳으로 여차~홍포 해안도.. 2010. 12. 12. 인천 북성포구, 바다는 땅으로 바뀌고 포구의 삶은 그대로… 인천 '똥마당' 북성포구 이야기 바다는 땅으로 바뀌고 포구의 삶은 그대로… 인천=글·강신재 여행 작가 / 사진·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 북성포구 앞에는 낯선 공단이 서 있다. 해거름 녘 공단에 사람들이 사진기를 들이민다. 부두에는 고단한 삶이 숨 쉰다. 포구는 '낭만'인 줄 알았다. 물비늘 위로 미끄러지는 어선, 보름 만에 뭍을 밟고 버릿줄을 묶는 어부, 오랜 항해에 숨을 헐떡이는 고기까지 모두 그 두 글자를 떠받친 까닭이었다. 물큰한 감성으로 묶여버린 포구에 다른 해석이 끼어드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타원형의 눈으로 봐온 세상을 마름모의 눈으로 다시 보라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인천 한구석의 그 포구를 만났을 때 이유없이 피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똥마당'이라 불렀다. 그 정체는 거대한 공장 .. 2010. 12. 12. 대마도 자유여행, 한국만큼 친근한 일본 땅 대마도 대마도 자유여행 부산에서 50㎞, 한국만큼 친근한 일본 땅 대마도 두 바퀴로 만나는 '바람의 섬' 글·김우성 기자 /사진·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불과 두 시간을 배로 건너왔을 뿐인데, 가을 색 창연한 풍경을 만날 줄은 몰랐다. 아직 단풍을 머금은 풍경 속에서 겨울 외투를 벗었다. 일본이되 한국이 더 가까운 곳, 대마도(對馬島·쓰시마) 얘기다. 대마도는 대개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오는 곳이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금만 준비하면 자유여행 역시 어렵지 않다. 집단의 리듬이 아닌, 자기 고유한 리듬으로 만나는 쓰시마는 색다르다. 추천 코스는 이렇다. 대마도 북부 항구 히타카쓰(比田勝)에 내려 자전거로 해안 도로를 돈다. 다음은 걷기다. 시내버스 타고 대마도 중부로 이동, 아소만(淺茅灣)이 .. 2010. 12. 12. '비밀의 성전' 요르단 페트라 요르단, 기원전 2세기 번영의 땅 '비밀의 성전' 요르단 페트라 - 좁고 긴 계곡을 지나 '거대 조각'과 마주하다 페트라(요르단)=글·김우성 기자 / 사진·영상미디어 이경민 기자 ▲ 굽이치는 협곡의 끝에서 불현듯 반짝이는 알 카즈나. 그 앞에 선 모든 이들은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나지막이 탄성을 쏟아냈다. 인간이 꿈을 꾼다. 꿈속에서 구상(具象)은 논리를 잃는다. 논리를 잃은 구상은 추상이나 상상으로 도약한다. 신이 꿈을 꾼다. 그 꿈은 반대로 도약한다. 신은 추상을 구상화한다. 질료는 흙과 물, 불과 바람, 그리고 시간이다. 중동국가 요르단의 남쪽 고도(古都) 페트라(Petra)에서, 신과 인간의 꿈은 뒤섞인다. 고대 아랍인 나바테안(Nabataean)족은 신의 형상을 원과 네모로 추상화했고 그들의 신.. 2010. 12. 12. 한탄강에 이런 명소도 있었네! 한탄강에 이런 명소도 있었네! 포천시, 화적연·비둘기낭 등 '한탄강 8경' 선정 권 상 은 기 자 ▲ ‘한탄강 팔경’에 선정된 비둘기낭. 화산지형에 폭포와 동굴이 형성돼 있으며, 드라마‘선덕여왕’과‘추노’의 촬영지로 눈길을 모았다. /포천시 제공 상수원 보호구역 풀리며 경승지 지정·종합개발 돌입… 경관 좋고 전설 가진 곳 등 58곳 찾아내 8곳으로 압축 포천시가 한탄강 일대에서 경치가 빼어난 장소를 가려뽑아 '한탄강 8경'(가칭)을 선정했다. 포천시는 지난 26일 열린 향토유적보호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8개 명소를 추렸다. 8경 가운데에는 과거에 시인묵객들이 즐겨찾던 화적연 등의 명소는 물론 새로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 두루 포함됐다. 포천시는 앞으로 이 명소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 2010. 12. 3. 한방약초와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 경남 산청 한방약초와 동의보감의 고장 한국관광공사 ㅣ 사진촬영 : 여행작가 이동미 ▲ 청정바람에 말리는 지리산 산청 곶감 한반도의 남쪽에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지리산(智異山)이 있다. 전라 남·북도와 경상남도 산청·하동·함양 등에 두루 걸친 지리산은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6.77m)을 주봉으로 동서 100여 리의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하는데 그 품에 산청이 안겨있다. 통영대전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사람이 발길이 닿기 힘든 오지였다. 산과 물과 사람이 맑은 지리산 자락 산청에는 발 딛는 곳마다 약초가 자란다. 약초가 많은 뿐만 아니고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적은 탓에 산청 약초는 효능이 좋기로 유명하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약초가운데 토종 약초는 천여 종이.. 2010. 11. 30. 영천 백흥암, 단청이 없어 더 고색창연한 비구니 선원 영천 '백흥암' 단청이 없어 더 고색창연한 비구니 선원 스포츠조선 영천=김형우 기자 ▲ 백흥암 가는 길에서 만난 감국밭. 고운 단풍이 압권인 팔공산은 소박한 듯 운치 있는 암자를 곳곳에 품고 있어 더 매력 있다. 암자란 무릇 종교는 달라도 산길에서 만나면 기웃거리고, 쉬어 가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산중의 쉼터와도 같은 곳이다. 은해사의 암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백흥암이다. 신라 경문왕 9년(869년) 혜철국사가 창건한 고찰로, 은해사 북서쪽으로 숲길을 따라 2.5km 쯤 올라간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천사람들은 '은해사~백흥암~중암암'으로 이어지는 5km 남짓 숲길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는다. 은해사에서 백흥암 가는 길목에는 노란 감국밭이 펼쳐져 있다. 어림잡아 수천 평은 넘.. 2010. 11. 24. 신당 창작 아케이드 & 황학동 벼룩시장, 북적북적 장터 아래 예술마을 신당 창작 아케이드 & 황학동 벼룩시장 북적북적 장터 아래 뚝딱뚝딱 예술마을 황희연 여행 칼럼니스트 서울 중구 황학동 119번지. 중앙시장 지하쇼핑센터는 윗마을과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오는 기상천외한 공간이다. 윗마을이 1970~80년대 사람 냄새 가득한 시골 장터 분위기라면, 아랫마을은 젊고 세련된 활기가 묻어나는 서울 최고의 '디자인 구역(design district)'이다. 1971년 문을 연 이래 40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신당 지하쇼핑센터. 한때 이불과 한복, 각종 주방용품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이곳은 대형 상가들이 주변 상권을 장악하면서 하나 둘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90개에 달했던 상점은 어느덧 이빨 빠진 .. 2010. 11. 18. 제주 모슬포항, 모슬포 울음을 삼킨 방어의 속은 야무지더라 제주 모슬포항 모슬포 울음을 삼킨 방어의 속은 야무지더라 사진·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제주=글·신정선 기자 ▲ 이맘때 제주도 모슬포에서 잡히는 방어는 낚시꾼들에게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4일부터 7일, 모슬포항에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내년 2월까지 제철이다. ‘최남단 방어축제’에서는 맨손으로 방어잡기, 방어낚시대회 등이 열린다. 어떠신가. 해마다 15만명이 찾는다는 그 축제의 현장에 올해는 직접 가보심이. 녀석은 자리돔을 보면 미친다. 붕어만한 게 눈앞에서 까딱까딱하면 덥석 물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 길로 낚싯대에 걸려 바다와 이별하게 될 줄 알면서도. 먼바다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제주도 최남단 대정읍 모슬포항까지 헤엄쳐 오며 단련한 근육은 미식가에게 '쫄깃한 놈'으로 명성을 떨치기에 모자람이 .. 2010. 11. 18. 파주시 교하읍 맛집, 이색 맛집 '야당리 외식공간' 파주시 교하읍 맛집 이색 맛집 '야당리 외식공간' 스초츠조선 김형우 기자 ▲ 야당리외식공간에서는 싱싱한 활어외와 한우구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회를 먹을까? 한우를 구울까?' 한 차례의 발품으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파주시 교하읍 야당리에 자리한 '야당리 외식공간'이 바로 그곳으로, 가족들의 각양각색 입맛을 단번에 맞출 수 있는 멀티외식공간이다. 특히 이 집은 신선한 활어회와 한우 고기를 산지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주변 일산은 물론, 서울까지 입소문을 타고 있다. 푸짐하다고 해서 그저 무늬만 횟감과 한우가 아니다. 품질 또한 고품격이다. 주인(방안열·59)이 직접 중매인 자격을 갖고 수협과 직거래를 하는 유통구조 혁신 덕분이다. 이 집은 여느 한식.. 2010. 11. 18. 순창 강천산, 병풍 같은 절벽에 가을색을 수놓다 순창 강천산 병풍 같은 절벽에 수놓인 가을色… 신비롭기까지 하네 글=한필석 월간山 기자사진·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 (위) 단풍 빛에 화사하게 빛나는 강천사계곡. 단풍에 물든 계곡을 가로지른 나무다리를 건너는 탐승객마저도 붉게 물들었다. 계곡가 돗자리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박수를 쳐가며 목청껏 노래를 불러댔다. 흥에 겨운 할머니는 엉거주춤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운 뒤 양손을 마주 잡고서 어깨춤을 췄다. 순창 강천산(剛泉山·571.9m)은 가는 세월이 아쉽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산이다. 특히 2.5㎞ 길이의 강천사계곡은 이 계절이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나뭇잎마다 울긋불긋 단장하고, 골 양옆에 솟구친 기암절벽은 화사한 가을빛에 물들며 신비로움이 한결 더해진다. 거기.. 2010. 11. 18. 임실 옥정호, 새벽마다 늘 새로운 수묵화를 그려내는구나 임실 옥정호 새벽마다 늘 새로운 수묵화를 그려내는구나 임실=글·김우성 기자 / 사진=성 영상미디어 기자 * 옥정호의 물안개는 새벽살이다. 새벽에 태어나 해뜰 무렵 소멸한다. 그 짧은 순간 물안개는 여백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1964년 소설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무진의 명산물로 안개를 꼽았지만 2010년,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1965년부터 안개란 명산물은 전북 임실 것이었다. 일교차가 큰 가을이면 섬진강 상류를 막은 호수, 옥정호가 새벽마다 물안개를 피워내는 까닭이다. 물론 무진과 임실의 물안개는 다르다. 무진의 안개가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공간을 형성한다면, 임실의 물안개는 맑아 욕망이 닿을 수 없는 여백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뿐인가. 봄, 구례와 하동에서 섬진강이 빛난다면 가을의 섬진강은 임실이.. 2010. 11. 18. 성삼재∼노고단∼피아골 걷기, 피아골 물들인 단풍 성삼재∼노고단∼피아골 걷기 피아골 물들인 단풍, 아픈 만큼 붉은 것이 너뿐이랴 김화성 전문기자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 얼굴도 붉다는 지리산 피아골 삼홍소. 하지만 4일 삼홍소는 ‘산은 그저 불그레했고, 물도 약간 불그죽죽했을 뿐’이었다. 다만 울긋불긋 차려입은 사람단풍만이 어지럽게 붉었다. 피아골 단풍 은 아래로 느릿느릿 물먹은 종이처럼 번지고 있다. 단풍은 ‘나무가 색으로 쓴 시’다. 빨강 노랑으로 그린 산문시다. ‘가야 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으라’는 천둥소리이다. 단풍은 금세 낙엽이 된다. “다음은 네 차례야!, 다음은 네 차레야!”라며 떨어진다. 그렇다.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다만 사람들이 빈 산골짜기로 올라와서 비탈에 하나씩 둘씩 돌을 쌓고 땅을.. 2010. 11. 18. 대전 대청호반길, 물굽이 된 산자락 따라 가을의 끝자락을 걷다 대전 대청호반길 물굽이 된 산자락 따라 가을의 끝자락을 걷다 박 경 일 기 자 ▲ 대청호반길 3코스와 연결되는 자전거길 2코스(냉천길)의 마산동 부근 샛길에서 만난 풍경. 대청호반길에서는 굳이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샛길에 들어서면 오히려 더 호젓하면서 빼어난 가을의 정취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 대전(大田). 어쩐지 ‘여행’보다는 ‘출장’이 더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효율로 재단된 듯한 느낌’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압축성장의 시기에 폭발적으로 확장된 도시라는 생각에 늘 스쳐 지나기만 했던 곳. 그러나 대전에도 손대지 않은 풍광과 그윽한 정취가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낡았으되 누추하지 않고, 손대지 않았으되 그것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 그렇게 새.. 2010. 11. 11. 연시(戀詩) 따라 걷는 통영―통영을 사랑한 시인의 길 연시(戀詩) 따라 걷는 통영 통영을 사랑한 시인의 길, 백석·유치환·정지용·전혁림을 유혹한 곳 통영(경남)=글·어수웅 기자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난이라는 이는 / 명정(明井)골에 산다든데 (중략) 샘터엔 오구작작 /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중략)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 한산도 바다에 // 뱃사공이 되여가며 /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 내 사람을 생각한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향수'를 쓴 시인 정지용(1902~1950)이 해방 직후 통영을 둘러본 뒤 지른 일성(一聲)입니다.. 2010. 11. 10. 이전 1 ··· 148 149 150 151 152 153 154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