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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영천 백흥암, 단청이 없어 더 고색창연한 비구니 선원

by 혜강(惠江) 2010. 11. 24.

 

영천 '백흥암'

 

단청이 없어 더 고색창연한 비구니 선원

 

 

스포츠조선 영천=김형우 기자

 

 

 

백흥암 가는 길에서 만난 감국밭.

 

 

  고운 단풍이 압권인 팔공산은 소박한 듯 운치 있는 암자를 곳곳에 품고 있어 더 매력 있다. 암자란 무릇 종교는 달라도 산길에서 만나면 기웃거리고, 쉬어 가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산중의 쉼터와도 같은 곳이다.

 

 

  은해사의 암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백흥암이다. 신라 경문왕 9년(869년) 혜철국사가 창건한 고찰로, 은해사 북서쪽으로 숲길을 따라 2.5km 쯤 올라간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천사람들은 '은해사~백흥암~중암암'으로 이어지는 5km 남짓 숲길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는다.

 

 

  은해사에서 백흥암 가는 길목에는 노란 감국밭이 펼쳐져 있다. 어림잡아 수천 평은 넘어 보인다. 그윽한 국화향에 가을이 한 가득이다. 

 

 

  백흥암 가는 숲길

 

   이즈음 한창 수확기를 맞아 감국을 따는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국화향훈이 사라질 무렵 제법 널찍한 산중 호수가 나타난다. 농업용수를 대는 '신일지'이다. 주변에 정자가 놓여 있어 팔공산의 가을색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 물빛을 감상하며 다리 쉼을 할 수 있다. 신일지를 옆에 두고 갈림길이 나선다. 오른쪽은 운부암, 왼쪽이 백흥암 가는 길이다. 길 사이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태실봉. 조선 인종 임금의 태를 묻어둔 곳이다. 백흥암은 태실을 지키던 수호사찰의 역할도 했다.
 

 

  백흥암은 단청을 하지 않아 얼핏 서원과도 같다.

 

   백흥암 가는 길은 편도로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이 넉넉하다. 그렇다고 멋대가리 없는 그런 도로가 아니다. 소나무, 굴참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단풍과 이들이 털어내는 낙엽이 굽이굽이 길섶에 쌓여 운치 있는 산사트레킹코스를 이룬다. 은해사에서 쉬엄 쉬업 1시간 남짓 걸린다.
 
 

백흥암 극락전

 

  비구니 선원 백흥암은 얼핏 보기에 사찰이라기보다는 서원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도그럴 것이 단청을 하지 않은 절집의 자태가 고색창연한 한옥의 기품을 한껏 풍긴다. 유구한 세월을 대변하듯 건물의 나무빛깔은 진갈색-회갈색으로, 알록달록 단청을 해놓은 절집보다 훨씬 세련된 풍모가 느껴진다. 단청을 하지 않고도 절집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곳이다.

 

  백흥암이 유독 단아하고도 옛스러운 기품을 유지할 수 있기에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구니 스님들의 정진 공간이고 보니 정갈한 느낌이 더하다. 철저히 묵언(默言)을 지키는 선원은 50여명의 스님이 기거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풍경소리와 독경소리만이 은은히 울려 퍼질 뿐 고요함 그 자체다. 

         

 

  비구니 선원 팔공산 백흥암.

 

  '번뇌를 단번에 자를 수 있는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는 의미의 '심검당'을 비롯해 극락전과 영산전-명부전-산신각-선실-원주실-요사채 등 암자의 규모를 넘어서는 건물이 가람을 구성하고 있다.

 

 

  그중 보물 제790호로 지정된 극락전 주전각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1546년 절을 중창할 때의 것이다. 극락전에는 보물 제486호 수미단이 값진 보배다. 아미타삼존불을 받치고 있는 수미단은 각 면마다 봉황과 공작-학-코끼리-용-사슴 등이 조각돼 있는 걸작품이다. 또 극락전 앞 보화루 등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걸려 있다.

  

 

  담장 너머 채마밭에는 스님들이 울력으로 가꿔 놓은 김장배추가 토실하게 자라고 있다. 올 겨울 김장은 음력 시월 열사흩날(11월 18일)경에 할 요량이다. 내년 여름, 초가을까지 먹기 위해 배추만도 1000포기 내외를 담근다.

 

 

<출처> 2010. 11. 16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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