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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 모슬포항, 모슬포 울음을 삼킨 방어의 속은 야무지더라

by 혜강(惠江) 2010. 11. 18.

 

제주 모슬포항


모슬포 울음을 삼킨 방어의 속은 야무지더라

 

 

사진·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제주=글·신정선 기자

 

 

 

이맘때 제주도 모슬포에서 잡히는 방어는 낚시꾼들에게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4일부터 7일, 모슬포항에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내년 2월까지 제철이다.  ‘최남단 방어축제’에서는 맨손으로 방어잡기, 방어낚시대회 등이 열린다. 어떠신가. 해마다 15만명이 찾는다는 그 축제의 현장에 올해는 직접 가보심이.

 

 

녀석은 자리돔을 보면 미친다. 붕어만한 게 눈앞에서 까딱까딱하면 덥석 물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 길로 낚싯대에 걸려 바다와 이별하게 될 줄 알면서도. 먼바다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제주도 최남단 대정읍 모슬포항까지 헤엄쳐 오며 단련한 근육은 미식가에게 '쫄깃한 놈'으로 명성을 떨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 녀석, 방어의 철이 왔다. '센 놈'이라 '손맛'이 다르다고 낚시꾼 사이에서 유명한 고기다. 여름철만 빼고 봄·가을·겨울로 제주 부근에서 잡히지만, 살이 통통 오른 이맘때 방어를 최고로 친다. 내년 2월까지가 절정이다.

 

◆방어 맛 즐기는 모슬포 축제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모슬포와 마라도 주변 어장에서 낚이는 방어는 방어 중에서도 으뜸이다. 세찬 조류를 헤치고 온갖 용을 쓰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힘이 남다르다. 낚싯줄 끝의 양측이 사투(死鬪)를 벌인다. 적어도 방어의 입장에서는 사투다. 모슬포수협의 이미남 과장은 "살아 있는 자리돔을 써서 잡아올리는 이곳 방어는 크릴새우를 미끼로 쓰는 다른 곳의 방어와 잡는 맛, 먹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모슬포항에서는 4일부터 7일까지 '최남단 방어축제'가 열린다. 2001년 시작했으니 이번이 10번째. 해마다 15만명 정도가 찾는다. 방어, 그놈 맛 좀 보려고.

항구에는 '방어 축제의 거리'가 있다. 해녀식당 오거리에서 수협 활어위판장까지 250m 남짓한 길 양쪽에 식당 20여곳이 나란히 붙어 있다. 경쟁하듯 싱싱한 고기로만 내놓는다. 방어회를 내놓는 곳도 여럿이다.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10㎝까지 큰다. 무게에 따라 소방어(2kg 미만), 중방어(2∼4㎏), 대방어(4㎏ 이상)로 구분된다. 힘이 좋아서 맛도 좋다는 녀석의 회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 자의 참맛을 과시한다. 근육이 남다르다더니 과연, 쫄깃하고 쫀득하면서 쫀쫀하다. 붉은 살을 두툼하게 썰어 먹는데, 간장과 고추냉이가 아니라 된장에 마늘, 참기름을 섞어서 찍어 먹는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질세라 더해진다.

방어는 한 마리씩 일일이 손으로 낚는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평소 절반 정도 가격으로 배 한 척을 빌려 종일 방어를 낚아볼 수 있다. 4인 기준 1척당 30만원. 바다가 눈을 뜨기도 전인 오전 5시에 나가 해질 무렵까지 실컷 즐길 수 있다. 모슬포 수협에서 택배로 방어를 주문해도 된다. 4㎏ 대방어가 1㎏당 1만원, 중방어는 마리당 2만5000원. 택배비 7000원은 별도다. 만 하루 정도면 도착한다.    

 

 

붉고 두툼한 뱃살이 쫄깃하기 그지없는 방어회. 가을부 터 절정의 맛에 오른다.

 

 

   모슬포 어부들이 갓 잡아온 방어를 임시 어장에 풀어 넣고 있다.

 

 

◆사연 많은 송악산 '절울이'

바다에서 방어가 몸부림을 치는 이때, 모슬포항은 수시로 바람을 세게 앓는다. 소설가 윤대녕이 '투명한 비애가 서려 있다'고 묘사했던 제주의 바람에 바다 사나이의 결기가 더해진 팽팽한 기운이 종일 항구를 두드린다. 바람이 울면 배는 발이 묶인다. 보통 날에는 어선 30∼40척이 출어해 하루 3000마리를 낚는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배는 잡는 고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방어배, 맬(멸치)배, 자리배, 갈치배. 잡는 고기에 따라 계절 이름도 다르다. 봄은 자리지기, 가을과 겨울은 방어지기, 초봄과 여름은 맬지기다.

제주도에서 바람이 가장 많이 들고 나는 곳이 모슬포다. 제주도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지만 제주의 바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모슬포 인근 송악산(104m)에 올라가 봐야 한다. 송악산 해안 절벽은 '절울이'라고 불린다. 절은 제주말로 파도이니, 절울이는 파도가 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왜 파도가 부딪혀서 나는 소리를 운다고 했을까.

무엇이든 울 때에는 사연이 있는 법. 송악산 해안 절벽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만든 동굴이 군데군데 뚫려 있다. 모슬포를 품은 대정읍은 일본 남단 규슈 지방과 중국 남부를 연결하는 직선상에 있다. 그래서 당시 한중일 3국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물어뜯을 듯 싸우는 열강이 할퀴고 간 상처를 파도가 쓰다듬으면, 운다. 

 

 

모슬포항의 노을. 말 없는 등대가 멀리 가라앉는 해를 묵묵히 바라본다.

 

 ◆송악산에 서면…

송악산 정상에 서면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이 시야에 와락 안긴다. 모슬봉과 산방산, 모슬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마라도는 30분, 가파도는 20분 걸린다. 가파도는 우리나라 유인도(有人島) 중에서 가장 낮은 섬. 섬 최고점이 불과 20.5m다. 느리게 걸어도 1시간이면 돈다는 편평한 섬이다. 송악산에 서서 바라보면, 바다에 배를 대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나른한 조각으로 보인다. 시인 장석주는 가파도를 두고 "휴대폰을 끄는 순간, 어느 곳에서도 즐기지 못한 자유를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맛·집·수·첩

모슬포 방어축제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당은 대부분 주인의 배로 직접 잡아온 생선을 요리해 내놓는다.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여행객이라면 대표 메뉴를 미리 알아두면 좋다.

우선 방어축제에 왔으니 방어회를 먹어봐야겠다 싶으면 '항구식당'(대정읍 하모리 770-9·064-794-2254)'이 괜찮다. 작은 접시(2인분)에 2만원, 큰 접시 3만원이다. 1964년부터 식당을 했다. 1960년대 생긴 서귀포시 식당으로는 유일하게 남았다고 자랑한다. 5~6월이 제철인 자리물회가 전문인데, 이맘때쯤에는 회 대신 자리구이를 내놓는다. 붕어만한 물고기가 3마리 나란히 담겨 나오는 게 7000원. 작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다. 갖출 거 다 갖췄다. 제법 붙어 있는 살점이 고소하고, 알도 뱄다.

소설가 윤대녕이 맛 에세이집 '어머니의 수저'에서 '맛이 달차근하고 속이 시원하다'고 칭찬했던 객주리탕을 들어보셨는지. 현지인들이 '깩쭈리'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이 생선은 쥐포로 변신하기 전의 '쥐치'다. 달착지근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조림과 탕이 이곳의 별미. 덕승식당(064-794-0177)에서 잘한다. 조림과 탕이 각각 7000원. 짭짤한 국물에 불어난 살점이 젓가락을 대기가 무섭게 옷고름이 풀어지듯 스르르 발려진다.

'부두식당'(064-794-1223)은 조림 전문이다. 덕승식당 바로 옆. 갈치조림에는 주인공 갈치도 한몫하지만, 조연인 무가 주연 이상의 맛을 낸다. 온몸 가득 양념이 푹 배어 갈치살만큼이나 부드럽고 달다. 2~3인이 먹는 소(小)자가 2만5000원, 3~4인 대(大)자가 3만원.

축제거리에서 약간 떨어진 옥돔식당(대정읍 하모리 1067-23·064-794-8833)은 보말국과 보말칼국수 전문이다. 보말은 고둥의 제주 방언이다. 식당 이름과 달리 옥돔 요리는 팔지 않는다. 주인장 왈 "30년 전쯤 식당업을 시작했을 때 잠시 옥돔을 팔았으나 생선보다 손이 덜 가는 보말 음식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식사를 하고 찍은 사진이 벽에 커다랗게 걸려 있다. 고둥 내장과 미역을 함께 넣고 끓인 보말국(7000원)은 독특한 해초의 향과 뒤에 남는 개운함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여·행·수·첩

제주공항에서 신제주방향으로 1135번 지방도(평화로)를 탄다. 안성교차로에서 대정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상무교차로에서 모슬포항 방면으로 좌회전했다가 최남단 해안로를 타면 모슬포항에 도착한다.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방어축제 행사장에 큰 주차장(대형 100대, 소형 500대 수용 가능)이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제주추사관'(대정읍 추사로 44)에는 제주도에서 9년간 유배 생활을 보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자취가 남아 있다.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이던 '추사적거지'가 '추사유배지'로 이름을 바꿔 국가 사적 제487호로 승격되면서 기존 박물관을 재건축했다. 그가 머무르던 초가도 복원해놨다.

추사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부친 김노경이 안동 김씨 세력 싸움에 밀려 탄핵받으면서 55세 되던 1840년 제주도에 유배됐다. 대갓집 귀공자로 자란 그에게 견디기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그러나 외로움이 그의 예술 세계를 깊게 했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추사는 이곳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歲寒圖)를 비롯한 많은 서화를 그렸다. 추사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 규모로, 전시실 3곳과 교육실, 수장고가 갖춰져 있다. '예산김정희종가유물일괄'(보물 제547-2호)과 유배 시절 서간 등이 전시돼 있다. (064)760-3406, (064)710-3426~7

주머니가 얇은 여행자라면 산방산 탄산온천 단지 내 '산방산온천게스트하우스'가 좋다. 1박 비용(2만원)에 탄산온천을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원목 침대가 갖춰져 있고 컴퓨터를 무료로 쓸 수 있다. 올레길 관광객을 위한 픽업 서비스도 제공. www.sanbangsan.co.kr, (064)792-2755~6. '송악리조트'는 10평형이 1박 7만원(2인 기준·064-794-6307~8). 이외에도 멜케로그빌(010-2699-8118)을 대정읍사무소에서 추천했다. 여러 호텔이 모여 있는 중문관광단지가 승용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방어축제위원회 (064)794-8032

모슬포수협 (064)794-0551~6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1
대정읍 사무소 (064)760-4021~3

 

 

 

<출처> 2010. 11. 4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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