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양도 기행
명의들과 떠나는 '건강크루즈'
한라산 비추는 외로운 등대 제주의 또다른 매력 속으로…
섬 일주+비양봉 트레킹에 3시간 충분
스포츠조선=글·사진 김형우 기자
▲ 제주의 작은 섬, 비양도를 찾아서는 색다른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제주의 바다 와 산세-지세 등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비양도 순환길. 제주의 명소 올레길 못지않다.
▶제주의 매력을 다시 뜯어본다 '비양도 섬 트레킹'
제주도를 제주 본 섬 밖에서 바라다보는 것도 썩 괜찮은 감상법이다. 제주도의 낯선 길을 렌터카 편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자면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제주의 작은 섬, 비양도를 찾아서는 색다른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제주바다의 에메랄드 물빛깔과 하얀 백사장이며, 초록의 광활한 구릉위로 펼쳐진 오름, 그리고 구름이 휘감아 신비감마저 도는 한라산 등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이색 풍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 해상에 자리한 비양도는 동서 1.02㎞, 남북길이 1.13㎞의 둥글납작한 작은 섬이다. '죽도'라는 다른 이름을 지닌 기생화산으로, 정상 비양봉(해발 114m)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풍치가 압권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고려 목종 5년(1002년) 비양도에서는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제주 바다 한 가운데 산이 솟아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뚫리고 닷새 동안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키어 기와가 되었다'고 적고 있다.
▲ 비양도의 펄낭습지
비양도를 향하는 배는 한림읍 소재 한림항에서 탈 수 있다. 자그마한 도선여객 터미널은 시골 간이역 대합실처럼 한산하기만 하다. 비록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비양도를 찾는 이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도선이 한림항을 빠져 나오자 이내 거친 물살을 만난다. 태평양과 맞닥뜨리는 제주도는 포구를 벗어나면 짙푸른 바다색깔 만큼이나 물길도 드세다.
작은 배(44인승-19톤)가 가른 물살이 선상위로 튀어오른다. 쪽빛 하늘에 피어오른 하얀 뭉게구름은 너른 제주바다를 캔버스 삼아 거대한 고래등을 그려 넣는 등 시시각각 상상화를 펼쳐 놓는다. 따가운 여름 햇살도 날려줄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자니 15분이 훌쩍, 곧 비양도 선착장이다.
▲ 동백 열매
비양도 트레킹은 두 가지 코스로 나뉜다. '섬 일주'와 '비양봉 트레킹'이 그것으로, 섬 한바퀴만 돌기 보다는 산정상에 올라 섬 주변을 굽어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때문에 우선 비양봉 정상을 오른 후, 섬일주에 나서는 코스를 권한다. 비양도에는 이즈음 짙은 핑크빛 백일홍이 만발해 있다. 초록이 싱싱한 섬 속에 간간이 박혀 있는 붉은 백일홍의 자태가 곱기만하다. 마을 돌담길 사이 채마밭을 지나 산정상으로 향한다.
가파른 오솔길 군데군데 나무계단을 설치해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능선의 억새밭은 모진 해풍이 가지런히 빗질을 해둬 그 모습이 말쑥하다. 송글송글 맺힌 땀이 뚝뚝 떨어질 무렵 오르던 길을 되돌아보면 시원스런 풍광이 펼쳐진다. 포구의 울긋불긋 지붕과 쪽빛바다에서는 한적한 섬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트레킹 도중 그늘에 들면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들고, 땡볕에 나서면 이내 폭염과 맞닥뜨린다. 하지만 흘리는 땀방울 만큼이나 몸과 마음은 한결 개운해진다. 바로 여름 트레킹의 묘미이다.
계단을 지나 키가 한 길을 넘는 산죽, 풀섶 터널을 지나자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 온다. 등대는 오랜 세월 비양도 해역을 지키고 안내해 온 수호천사에 다름없다. 등대는 또 비양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이다. 협재-금릉해수욕장의 에메랄드 물빛깔이며, 오름과 한라산, 그리고 저 멀리 전남 해남 땅 끝의 산자락도 수평선 아래 낮게 깔린 구름위로 봉긋 솟아 있다. 먼 바다를 향해서는 대형 어선과 상선이 다투어 물길을 가르고, 그 길다란 자국을 작은 어선이 힘겹게 가로질러 포구로 돌아온다.
여느 제주 여행 때와는 또 다른 묘미. 제주의 산세와 지세, 그리고 바다를 새롭게 대할 수 있는 신선한 여정이 비양산 등대아래 펼쳐진다. 하산 길에 가끔 염소 울음소리도 들린다. 주민들이 방목하는 염소이다. 산정상 트레킹은 오르는데 30분, 경치감상에 하산까지 도합 1시간이면 거뜬하다. 산행의 골인점은 선착장. 비록 큰 오름의 능선을 탔지만 한여름 산행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이제 섬 순환트레킹에 나설 차례. 마을 어귀 작은 가게에서 아이스바 하나를 입에 베어 무니 그처럼 달콤 시원할 수가 없다. 섬을 한바퀴 도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있다.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낮은 길은 편안한 느낌이다. 푸른 하늘에 피어오른 하얀구름과 완만한 해안 길, 그리고 쪽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천혜의 섬 트레킹코스가 펼쳐진다. 곳곳에서 해녀들의 숨비 소리가 들려오고, 자원봉사에 나선 아주머니들이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줍기에 여념없다. 해안은 검은 화산돌 천지.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 애기를 업은 듯한 '애기 업은 돌' 등 용암이 분출돼 굳은 기암괴석이 비양도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 비양도 산정상에 세워놓은 하얀 등대. 이곳에서는 한라산은 물론, 맑은 날 멀리 전남 해남의 산자락도 보인다.
섬을 절반 이상 돌아서면 산자락 아래 제법 널찍한 습지가 나타난다. '펄낭'이라 불리는 염습지이다. 해수와 담수가 섞인 큰 방죽 주변으로 나무 데크와 쉼터, 전망 포인트 등이 마련돼 있고, 시원한 산책코스도 이어진다. 바다 일색의 풍광에서 만난 섬 속 습지가 더 귀하게 다가온다. 간간히 만나는 트레커들도 예외 없이 이 곳 정자와 나무 데크에 걸터앉아 다리쉼을 한다.
잠깐 땀을 식히고 나니 발걸음이 가볍다. 포구 마을엔 6명의 어린이가 다닌다는 분교가 있는데, 학교 정문이 정랑으로 돼 있어 이 곳이 제주 땅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섬 한 바퀴를 도는데 쉬엄쉬엄 2시간여. 비양봉 트레킹까지 합쳐도 3시간이면 비양도의 속살을 들춰 보기에 충분하다. 트레킹 전 주문한 보말죽을 맛보고 일어서니 포구에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진다. 멀리 본섬으로 향하는 배가 들어오고 있다.
▶가는 길
◇제주공항~한림항= 자동차로 30분 소요.
◇한림항~비양도= 한림항에서 도선이 오전 9시, 오후 12시, 오후 3시 출항. 15분 소요. 어른 1500원, 어린이 900원. 도선여객터미널(064-796-7522/ 011-691-3929)
◇비양도~한림항=오전 9시 15분, 오후 12시 15분, 오후 3시 15분 출항.
▲ 보말죽
▶먹을 곳
◇비양도 선착장 앞 '호돌이식당'에서 보말죽, 소라물회를 맛볼 수 있다. 보말은 제주 바닷가 돌멩이를 뒤집어 잡을 수 있는 고둥 종류로, 일명 '고매기'라고도 부른다. 보말죽은 부드럽고 쫄깃 고소한 게 먹을 만하다. 섬 트레킹에 앞서 보말죽을 미리 예약 해두면 빨리 맛볼 수 있다. 보말죽 7000원, 소라죽 1만원.
◇모슬포항구에 자리한 '항구식당'은 자리돔 요리 집으로 유명하다. 자리돔물회와 구이가 대표메뉴. 자리물회-구이(3마리) 1인분 각 7000원. 인근에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도 있다. 뱃사람, 낚시꾼들도 이용하는 곳으로, 커피 한 잔 마시며 향수에 젖어 들 수 있다. 하지만 옆 테이블의 담배 연기는 감수해야 한다.
▶쇼핑=JDC공항면세점: 제주공항 면세점은 휴가철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한다. 우선 카드사 제휴 이벤트로 삼성, 신한, 현대카드 소지자의 경우 5만원 이상 구매시 2, 3개월 무이자, 롯데카드는 2.3.6개월 무이자 이벤트를 실시한다. 특히 JDC-신한카드 이용객에게는 8%의 할인혜택을 준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티켓을 제시하면 5% 할인해준다. 또 항만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 10%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출처> 2010. 9. 4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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