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346 임실 섬진강길 걷기, 그리움이 내려앉은 곳 강물도 흐르고 사연도 흐르고 임실 섬진강길 그리움이 내려앉은 곳 강물도 흐르고 사연도 흐르고 이설 기자 *공룡 발자국처럼 팬 자국 가득한 장구목. 섬진강 제일의 절경으로 꼽힌다. "그대가 보고 싶을 때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저무는 강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저물어가는 물 가까이 저물며 강물을 따라 걸으면저물수록 그리움은 차올라 출렁거리며 강 깊은 데로 가강 깊이 쌓이고 물은 빨리 흐릅니다." - 김용택 ‘땅에서’ 중에서 시를 읊조려도 아리송하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기자는 강을 모른다. 강가에 가만히 서본 적도, 소리 없이 저무는 강물을 바라본 적도, 차오르는 그리움을 강물에 흘려보낸 적도 없다. 그래서 시구 전부가 알 듯 말 듯하다. 강물 따라 걸으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8년 만의 강추위가 닥친 가을 아침, 작정.. 2010. 11. 8. 지리산 둘레길 걷기, 단풍 밟으며 넉넉한 어머니에게 갑니다 지리산 둘레길 활활 타는 단풍 밟으며 넉넉한 어머니에게 갑니다 김 화 성 전 문 가 자 지리산 엄지발가락에 노란 물이 들었다. 새끼발가락엔 살짝 빨간 물이 배었다. 산자락 다랑이가 호박색으로 익었다. 산동네 지붕마다 붉은 고추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마당 귀퉁이엔 접시꽃(촉규·蜀葵)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맨드라미꽃 닭 볏도 농부 얼굴처럼 검붉다. 봉숭아, 채송화, 작약, 달리아, 코스모스, 깨꽃…. 늙은 호박이 탱자나무 울타리마다 가부좌를 틀고 있다. 돌담 너머 감과 대추가 주렁주렁 다발로 매달렸다. 호두나무를 흔들면 후드득 머리 위로 호두가 떨어진다. 밤송이가 벌어져 밤톨이 땅에 수북이 쌓였다. 활짝 벌어진 석류알이 검붉다. 돌덩이처럼 생긴 돌배가 물렁하다 못해 짓물렀다. 머루와 다래가 익고, 어름이.. 2010. 11. 8. 고창 질마재길 걷기, 미당 키운 갯바람이 국화향 배달 고창 질마재길 미당 키운 거센 갯바람 이제는 돌아와 국화향 배달 배수강 기자 *미당 서정주 묘소에서 바라본 진마마을과 소요산.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라던 미당(未堂)은 죽어서도 바람과 함께 누워 있었다. 곰소만 갯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베개 삼고, 그가 나고 자란 진마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돋은볕마을(안현마을) 뒷산에 부인 방옥숙 여사와 나란히 자리했다. 곰소만의 바람은 묘지 주변 3억 송이 국화의 군무(群舞)를 연출한다. 국화밭에 누운 미당은 국화의 ‘프레스토(Presto)’ 군무가 지겨우면 시린 하늘 양떼구름의 ‘아다지오(Adagio)’ 연주를 들을 터. 소요산(444m) 품에 숨은 진마마을 질마재는 미당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그곳에 우뚝 서 있다. 질마재는 미당 서.. 2010. 11. 8. 경남 산청 맛집, 산채정식과 한방요리 경남 산청 맛집 산체정식과 한방요리 산청·함양=글·김성윤 기자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이구희 기자 산악지역 음식은 좋게 말해서 소박하고 담백하고, 야박하게 말하면 먹을 게 없다. 그런데 경남 산청과 함양의 음식은 이러한 산골 음식의 편견을 깬다. 풍요롭고 다양하다. 넉넉한 지리산이 낳은 다양한 식재료와 사람과 돈 모이는 곳에 손맛도 따라오는 경제 원리 덕분이다. 지리산 재료에 원숙한 손맛까지 ◆산채정식 산청군 '춘산(春山)식당'에서 맛본 음식은 의외였다. 산악지역 특유의 소박한 상차림을 기대했는데, 넉넉하고 다채롭다. 그만큼 지리산의 품이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춘산식당은 1976년 이순이(76)씨가 열었다. '지리산의 봄을 밥상 가득 올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씨는 친어머니가 운영하던 '풍미관'에서.. 2010. 11. 2. 지리산 단풍 기행 '뱀사골', 단풍 트레킹 코스 지리산 단풍 기행 '뱀사골' 단풍 트레킹 코스 (2) '뱀사골'(반선~와운) 스포츠조선=김형우 지리산에는 단풍 명소가 즐비하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뱀사골이다.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 북사면에 위치한 뱀사골은 14km 길이의 계곡 곳곳에 굴뚝소, 병소, 뱀소 등 빼어난 비경을 담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뱀사골 단풍은 10월 말 현재 계곡 초입을 넘어선 아랫녘 까지 붉은 빛을 드러내며 절정에 접어들었다. 고운 자태가 11월 10일경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다. ▲ 와운마을 가는 길 뱀사골 단풍은 지리산 여느 계곡, 산자락의 것과 마찬가지로 단풍나무, 활엽수 등의 잡목이 어우러진 '오색 단풍'이다. 때문에 설악 단풍의 화려함도 함께 갖추고 있다. 대체로 뱀사골 입구 반선에.. 2010. 11. 2. 가을빛 내려 앉은 지리산 단풍기행(구룡폭포 순환코스) 가을빛 내려 앉은 지리산 단풍기행 - '구룡폭포 순환코스' - 스포츠조선=김형우 ▲ 지리산에 물든 단풍 10월의 끝자락. 울릉도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 기후의 변화로 이제 여름과 겨울이 길고, 가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는 셈이다. 떠나는 가을을 제대로 음미해보려거든 서둘러 집 밖을 나서야 하겠다. 요즘 단풍의 남하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져 이번 주말이면 지리산자락이 절정을 맞을 차례다. 이즈음 지리연봉을 따라 하강한 단풍 전선이 막 뱀사골 계곡에 내려 앉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만추에 떠나는 지리산 기행은 가을걷이만큼이나 풍성하다. 만산홍엽 단풍 구경에 골골이 담겨 있는 삶의 풍경들이 정겹기만 하다. 남원 뱀사골 와운마을이 그렇고, 주천 구룡계곡 일원과 정령치 오가는 길목 또한 그러하다. 지리산 둘레길보.. 2010. 11. 2. 제주 거문오름과 만장굴 일대, 놀멍쉬멍 화산섬의 비경을 품다 제주 거문오름과 만장굴 일대 놀멍쉬멍 가을바람 따라 화산섬의 비경을 품다 제주시 선흘리 470-9번지 거문오름 한국관광공사 / 사진 - 여행작가 유철상 ▲ 거문오름 전경 가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가을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다. 오솔길엔 코스모스와 야생화가 무더기로 여행객을 반긴다. 가을엔 걷기여행 열풍의 진원지 제주를 찾아보자. 해안선을 따라가는 올레길도 좋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만장굴, 성산일출봉으로 이어지는 길도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코스다. 한라산 동쪽 자락, 오랜 풍화작용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오름을 따라 오른다. 곳곳에 억새가 여행객을 반긴다. 하얀 솜털을 깔아놓은 듯, 곱게 빚어놓은 은빛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는 듯 5만여 평의 평원에서 펼쳐지는 억새의 향연. 키 큰.. 2010. 11. 2. 화순 운주사, 와불이 서는 날 민중 세상이 온다 화순 운주사 와불이 서는 날 민중 세상이 온다 글·사진 오주환(여행 작가) 깊은 산중에 버려진 듯 서 있는 가련한 불상과 불탑들. 나는 그 초라한 불상과 불탑들을 사랑한다. 민중이 염원하는 용화세상이 오는 날, 그들은 가슴 깊이 감추어온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향해 천천히 웃음을 터뜨리리라. ▲ 공사바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운주사 전경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인간의 지혜로 헤아리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아무리 진실을 풀어내려 내도 풀지 못하는 신비. 꼭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현장에 서서 불가사의한 존재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캄보이아의 앙코르와트나 인도네시아의 보르부두르 사원에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2010. 11. 2. 속리산(1058m), 문장대 오르면 발밑엔 어느새 ‘구름 바다’ 보은 속리산(1058m) 문장대 오르면 발밑엔 어느새 ‘구름 바다’ 엄주엽기자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솟아 있다. 784년(신라 선덕여왕 5년)에 고승 진표가 이곳에 이르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므릎을 꿇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 수도하였다 해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속리산 산행은 대개 법주사를 들머리로 한다. 그 너머 상주의 장암리에서 문장대로 치고 오르는 코스도 있지만 법주사를 거쳐 세심정에서 갈라지는 세 가닥 코스가 가장 선호된다. 보통 문장대를 올라 그대로 내려오거나 중간에 신선대에서 떨어지는 등산객이 가장 많다. 속리.. 2010. 11. 2. 경북 울진 신선계곡,'절대고요’ 속 비경(秘境) 경북 울진 신선계곡 지도에도 없는 그곳, 시린 계곡서 마음을 닦다 박 경 일 기자 ▲울진의 신선계곡은 때묻지 않은 원시의 계곡을 독차지하면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울울창창한 금강송 숲 사이로 난 비밀스러운 계곡을 따라 바위를 딛고 오르다보면 마음과 몸이 청량감으로 채워진다. 경북 울진이라면 무엇을 떠올리시는지. 죽변항과 후포항, 그리고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진 푸른 바다…. 답이 대개 이렇지 싶습니다. 그러나 울진의 진짜 매력은 깊은 산중에 숨겨 있습니다. 붉은 껍질의 금강송이 쭉쭉 뻗어있는 울울창창한 솔숲,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듯한 깊고 깊은 계곡, 폐부까지 씻어낼 듯한 서늘한 공기…. 봄의 숲이 싱그럽고, 여름의 숲이 청량하다면 울진 금강송 숲의 가을은 차고 맑습니다. 하루하루 가을.. 2010. 11. 2. 무주 뒷섬마을 ‘학교 가던 길’, 멱 감고 알밤 주워먹던 놀이터 무주 뒷섬마을 ‘학교 가던 길’ 타박타박 1시간 반… 멱 감고 알밤 주워먹던 놀이터 글·사진 박경일기자 ▲ 향로봉 정상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도리 일대의 풍경. 금강의 물굽이가 크게 감아돌면서 만들어진 물방울 모양의 땅이 앞섬마을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리 건너편이 뒷섬마을이다. 뒷섬마을 아이들의 ‘학교 가던 길’은 오른쪽 강변의 기슭을 따라 이어진다' ▲ 뒷섬마을에서 무주읍으로 이어지는 ‘학교 가던 길’은 징검다리를 딛거나 물수제비도 뜨면서 느릿느릿 걸어야 제맛이다. # 산과 물로 닫힌 마을에 남아있는 추억의 길 도대체 앞은 어디고, 뒤는 또 어딜까. 금강 물줄기가 크게 굽이쳐 빚어낸 물방울 같은 지형의 전북 무주 ‘앞섬마을’이야 그나마 알려진 곳. 그렇다면 ‘뒷섬마을’은 또 어딜까. 지도를 짚어보.. 2010. 10. 21. 단양의 별미 3총사 : 마늘솥밥, 쏘가리매운탕, 더덕구이 단양의 별미 3총사 텁텁한 입맛을 사로잡는 마늘솥밥, 쏘가리매운탕, 더덕구이 충북 단양군 단양읍 별곡리 일원 한국관광공사ㅣ 사진촬영 : 여행작가 정철훈 ▲ 마늘솥밥 마늘이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먹으려면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몸에 좋은 많은 성분들에도 불구하고 주연보다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마늘의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하지만 단양으로 가면 마늘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다. 마늘을 전면으로 내세운 마늘솥밥 때문이다. 마늘솥밥에는 단양의 육쪽마늘을 사용한다. 한지형 마늘인 단양마늘은 다른 지역의 마늘에 비해 아리한 맛이 덜하고 뒷맛이 달아 요리를 했을 때 그 맛이 깊고 고소하다. 실제로 마늘솥밥에 들어 있는 마늘을 먹어보면 .. 2010. 10. 17. 강원도 선자령 풍차길, 바람에 헹군 듯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 선자령 풍차길 바람에 헹군 듯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 글·사진=안중국 월간 山 기자 * 저 멀리 풍차가 돌아가고 억새풀은 바람에 흔들리는 선자령 초원 능선길. 강원도 선자령 초원에 가볍게 가을이 내려앉았다. 구절초 끝 고추잠자리의 투명한 날개 저 뒤편에는 찬란한 햇살을 머금어 눈부시게 흰 뭉게구름과 짙푸른 하늘, 그리고 어릴 적 팔랑개비 같은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선 초원 둔덕이 펼쳐졌다. 선자령의 '령(嶺)'은 영마루-고개라는 뜻이지만, 선자령은 봉우리다. 선자(仙子)란 신선이나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뜻하니, 이곳 능선의 굴곡이 아름답다고 하여 그런 이름을 주었던 것일까. 옛적 동서를 넘나들던 길이 이 밋밋한 봉우리 위를 지나게 되며 고개라 이름 붙였을 것이다. 해발 1157m로 사뭇 높은 이 선자령.. 2010. 10. 17. 봉화 청량사, 연꽃 꽃 술에 창건… 전설의 고찰 봉화 청량사 연꽃 꽃 술에 창건… 전설의 고찰 소박한 찻집 '안심당', 종이로 만든 약사여래상, 금잔화 꽃 바다 눈길 끄네 글·사진=양지혜 여행작가 * 봉화 청량사 전경 * * 청량사 수로 * * 지불 여래상이 있는 유리보전 * 산사 여행이 가장 어울리는 이즈음, '가을 청량사'란 별칭을 얻을 만큼 가을 정취가 유별하다는 봉화 청량산 깊숙한 골에 자리한 청량사로 황금빛 가을을 찾아 바람결을 앞세우고 나무들의 수런거림을 추임새 삼아 발걸음에 힘을 싣는다. 일주문을 들어서 한창 고운 빛깔을 품은 울창한 수림 사이의 조붓한 길을 걷노라면 길섶에 올망졸망하게 서있는 돌탑들이 풀어지고 늘어지는 마음결과 걸음걸이를 다독인다. 정성스런 손길로 잘 다듬고 열어 낸 수로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물길에서 나직히 울리는 물소리.. 2010. 10. 17. 강원도 ‘단풍여행’ 절정(점봉산 흘림골, 내설악 백담계곡, 오대산 소금강 강원도 ‘단풍여행’ 절정 더딘만큼 고운 단풍… 그 모습에 더 설렌다 박 경 일 기자 ▲ 남설악 흘림골의 단풍은 수려한 암봉과 함께 어우러져 특히 더 아름답다. 사진은 등선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흘림골의 단풍. 지난해의 모습인데 올해는 더 단풍이 곱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 설악의 단풍이 이제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올해는 비가 잦은 데다 고온현상으로 예년보다 단풍 소식이 늦게 당도했지만, 더딘 만큼 색은 더 곱고 화려해서 어느 해보다 더 선명한 단풍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 탓에 자칫하면 시기를 놓치게 되는 가을 단풍. 거칠고 깊은 산중 말고 트레킹 삼아서 이번 주말 절정의 단풍을 만나고 올 수 있는 강원 일원의 여행지를 골라봤다. ◆점봉산 흘림골 = 설악산 대청봉의 남쪽 골짜기이.. 2010. 10. 17. 통영 욕지도, 나를 알려 떠나는 곳 통영 욕지도 나를 알려 떠나는 곳 하늘과 바다 사이, 속세와 극락 사이, 그대와 세상 사이… 그 섬이 있다 욕지도(통영)= 글·사진 박경일기자 ▲ 통영항을 출항한 페리호가 노대도를 지나 욕지도로 향하고 있다. 통영에서 욕지도에 이르는 남쪽 바다는 온통 불교의 연화세계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섬들로 가득하다.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서는 이즈음 남해안의 뱃길에서는 높은 푸른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자주 걸린다. 욕지도에 다녀온 이들이 모두 그러듯이, 욕지도에 대해 말하자면 도리없이 그 이름이 지닌 뜻부터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바랄 욕(欲)’에 ‘알 지(知)’. 운율을 담아 뜻을 풀어 보자면 ‘알려 하거든’입니다. 목적어도 없이, 문장이 툭 끊긴 그 이름이 어찌나 매력적이었던지요. 섬을 닮은 사.. 2010. 10. 17. 삼라만상 다 모인 신비의 월출산 영암 월출산 삼라만상 다 모인 신비의 산 한국관광공사 / 사진=여행작가 박동식 ▲ 월출산 자연관찰로 월출산처럼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산도 드물 것이다. 보통의 산들은 다른 산맥과 능선이 이어지는 형세지만 월출산은 주변에 아무런 산이 없어 마치 거대한 기암괴석의 바위산을 뚝 떼어놓은 듯한 형상이다. 때문에 장중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산이다. 월출산은 예부터 남한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다. 최고봉은 809m의 천황봉이며 면적은 56.1㎢로 규모면에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풍부한 암석 노출지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암석 지형에 적응해 온 생태계는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하는.. 2010. 10. 11. 진주‘유등축제’, 밤엔 등불…낮엔 꽃불…‘불타는 24시’ 진주‘유등축제’ 밤엔 등불…낮엔 꽃불…‘불타는 24시’ 진주 = 글·사진 박경일기자 ▲ 진양호반을 따라 도는 1049번 지방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드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진 내촌마을을 만난다. 내촌마을의 만개한 코스모스 꽃밭 뒤로는 호반의 대숲이 펼쳐지고, 그 뒤쪽은 맑은 물빛의 호수다. 코스모스와 대숲, 호수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가을풍경이 화사하다. # 유등의 불빛, 진주 남강을 화려하게 수놓다 지난 1일 오후. 진주성 너머로 해가 지고 곧 어둠이 내렸다. 남강변의 진주성곽과 촉석루를 밝힌 조명이 점점 또렷해질 무렵. 유등축제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밤하늘로 쏘아올린 화려한 폭죽이 꽃무늬를 그려내는 동안 남강에 띄워진 유등(流燈)에 일제.. 2010. 10. 10. 충남 예산의 초가을 먹을거리, 즐길거리 충남 예산 예산의 초가을 먹을거리, 즐길거리 예산=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9월이다. 올여름 더위가 유달랐다고는 하나 엄연한 가을의 초입이다. 여름을 나며 가장 잃기 쉬운 게 있다. 바로 '입맛'이다. 때문에 가을철 나들이로는 입맛을 되돌릴 수 있을 미식기행이 제격이다. 초가을 별미거리로 살찐 붕어를 빼놓을 수없다. 살이 토실하게 오른 붕어를 매콤하게 지져 먹는 맛이 각별하다. 장항선을 타고 충남 예산에 내리면 붕어조림 등 초가을의 소박한 별미거리를 만날 수 있다. 대를 이어 끓이고 있다는 장터국밥, 48년 전통의 쫄깃한 돼지곱창구이, 그리고 기름진 배를 편안하게 해줄 산사아래 더덕산채 비빔밥 등 계절의 진미가 기다리고 있다. 붕어조림-국밥-산채비빔밥, 충청도 맛-인심이 그만이네~ ▲ 국내 최대 규모의 예당.. 2010. 10. 9. 영암 구림마을, 상대포·도기박물관 따라 옛 역사로 시간 여행 영암 구림마을 상대포·도기박물관 따라 옛 역사로 시간 여행 * 구림마을 토담길 *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은 백제의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탄생 전설을 품은 곳이자, 걸출한 인물들을 수 없이 배출한 2200년이란 긴역사가 깃든 마을로 면면히 지켜 온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온 듯 옛 향기가 풀풀 살아나는 전통마을이다. 구림마을 탐방은 상대포구에서 시작해 영암 도기박물관을 가로질러 자연마을로는 그 규모가 으뜸이라는 구림마을로 들어간다. 구림마을의 입구인 상대포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중국과 일본을 잇던 국제항구로 현재도 곶의 형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왕인박사가 천자문과 백제의 발전된 문화를 일본에 전하기 위해 이곳에서 배를 탔으며, 일본과 중국의 교역선이.. 2010. 10. 7. ‘미식의 낙원’ 홍콩, 호텔리어들의 미식 벤치마킹 따라가보니 ‘미식의 낙원’ 홍콩 호텔리어들의 미식 벤치마킹 따라가보니 홍콩=정재윤 기자 * 홍콩에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쇼핑의 천국’ 홍콩은 전 세계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미식가의 꿈’이기도 하다. 초특급 부티크호텔 ‘어퍼하우스’의 49층 ‘카페 그레이 디럭스’에서 빅토리아 항과 홍콩 항을 보노라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행복해진다. 《 ‘인생은 요리와 달라 모든 재료가 다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리안 감독이 1994년 영화 ‘음식남녀’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인생의 재료가 다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홍콩으로 떠나야 한다. 그래서 모든 재료가 준비된 홍콩요리를 맛봐야 할 때다.》 홍콩(香港)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해안가에 늘어선 까마득한 높이의 빌딩 숲. 리샤오룽(.. 2010. 10. 3. 김제 모악산 ‘미륵길’ 걷기, 정여립 전봉준 강증산의 발자취 따라 김제 모악산 ‘미륵길’ 걷기 - 정여립 전봉준 강증산의 발자취 따라 - 김화성 전문기자 * 석양에 물든 김제 모악산 오리알터(금평저수지). 오리알터는 ‘올(來) 터’가 변해서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오는가. 그것은 바로 미륵부처이다. 미륵불이 이곳에 내려와 용화세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혁명아 정여립은 오리알터 정수리 부근 제비산 아래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대역죄로 죽었고 ,바로 그 옆엔 강증산이 천하구제를 위해 세운 구릿골 약방이 있다. 증산은 이곳에서 ‘이 세상의 모든 질병을 내가 짊어지고 간다’며 죽었다. 또 다른 혁명아 녹두장군 전봉준은 오리알터 아래 동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꿈꿨다. 요즘도 오리알터 부근엔 신흥종교 단체들이 미륵불을 기다리고.. 2010. 10. 3. 가을에 만나는 진해, 시루봉 오르는 之자 길 야생차 밭… 반백년 넘은 다방 진해의 가을 ‘벚꽃 화장’ 지운 진해의 속살 시루봉 오르는 之자형 길 야생차 밭… 반백년 넘은 다방까지 ‘독특한 향기’ 박 경 일 기 자 ▲ 산 정상에 집채만 한 바위를 덜렁 얹어놓은 것 같은 모양의 시루봉. 독특한 모습 때문인지 시루봉에서는 신라 때부터 국태민안을 비는 고사가 치러졌다. 명성황후가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가 올려졌다고도 전해진다. 시루봉에 오르면 진해 시가지와 남쪽 바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년 365일 중에서 단 열흘 동안만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도시가 있습니다. 나머지 355일에는 관광객들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곳. 그곳이 바로 경남 진해입니다. 진해는 두말할 필요없이 우리 땅에서 으뜸가는 ‘벚꽃 여행지’입니다. 벚꽃이 만개하는 열흘 동안의 진해는 군항.. 2010. 10. 3. 공주·부여-백제의 찬란했던 꿈, 그 흔적을 찾아서 공주·부여-백제의 찬란했던 꿈, 그 흔적을 찾아서 공산성 | 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 | 고마나루 | 계룡산 백제문화단지 |부소산 낙화암 | 정림사지&국립부여박물관 궁남지 | 백제왕릉원 | 글·사진 민병준 ▲ 백제의 대표 정원으로 꼽히는 궁남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서기 660년, 역사에서 사라진 뒤 희미한 그림자로만 기억되던 고대 왕국 백제. 1,350년이 지난 2010년 가을, 백제의 고도(古都) 부여·공주에서 펼쳐지는 세계백제대전을 앞두고 백제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금강 물줄기 따라 찬란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전파했던 고대 왕국 백제의 옛 향기를 맡으러 길을 떠나보자. 백제의 고도 공주·부여 여행은 늘 한 코스로 엮인다. 올해엔 때맞춰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두 고을에서 .. 2010. 10. 3. 전북 임실, 아홉 구비 물줄기가 만들어낸 천담,구담마을 전북 임실 아홉 구비 물줄기가 만들어낸 천담,구담마을 위치 : 전북 임실군 덕치면 천담리 한국관광공사 / 사진촬영 : 여행작가 이동미 ▲ 물이 돌아나가는 물돌이 마을의 모습 돌돌돌 새벽잠을 깨우는 물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이끌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면 희뿌연 물안개가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굽이굽이 돌담과 탱글탱글 박덩이와 길가의 개망초 그리고 먼 곳에서 온 이방인까지 살포시 보듬는 물안개는 잠이 덜 깬 어린 아이를 안아주듯 조심스레 마을을 안아준다. ▲ 구담마을 앞 강의 새벽 물안개 천담마을, 그곳은 섬진강 줄기가 품어주는 마을이다. 진안군 백운면의 작은 샘(데미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물방울을 모아 옹달샘을 만들어 낮은 땅으로 흘려보내면 호남의 작은 물줄기들이 더해져 3개 도 12개 군.. 2010. 9. 24. 호주 남쪽 ‘태즈메이니아’ 있었네, 원시 자연 간직한 ‘신비의 섬’ 호주 태즈메이니아 원시 자연 간직한 ‘신비의 섬’ 진귀한 동식물의 보고 글·사진=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 호주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마운트필드. 원시 자연 간직한 태즈메이니아 원생지대 호주 태즈메이니아(Tasmania)에는 지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동식물이 많다. 오랫동안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또한 빙하기 때 호주에서 언 바다를 건너와 살았던 원주민(애버리지니·Aborigine)의 유물이 섬 곳곳에 남아 있어 인류의 원시생활 모습을 연구할 수 있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태즈메이니아에서도 특히 보존 가치가 높은 원생지대를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동시에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에서 가장 남쪽에.. 2010. 9. 23. 약간은 수줍은 가을 우포늪, 철새와 나무 그리고 별 경남 창녕 약간은 수줍은 가을 우포늪 철새와 나무 그리고 별 1억만년 동안 품어줘서 고맙다 우포야 우포늪(창녕)=어수웅 기자 가을 초입, 경남 창년우포(牛浦)를 다녀왔다. 인간이라는 참을성 부족한 종(種)에게는 지금이 이 늪을 찾을 적기다. 지난여름, 습기로 가득한 염천(炎天)의 늪은 숨이 턱턱 막혔고, 유난히 가혹했던 올여름의 비는 텃새들의 둥지마저 휩쓸었다. 하지만 지금, 철 내내 숨죽였던 혹은 과잉으로 부풀었던 우포의 생명들은 최적의 조화를 찾아가고 있었다. 왕버들, 칡넝쿨 아래 수줍게 숨어 있던 반딧불이마저도. 때로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던 2010년 가을, 우포 여행. 열 개의 문장으로 우포를 정리하면 이렇다. 인류가 살기도 전인 1억4000만년 전에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연 습지.. 2010. 9. 16. 이전 1 ··· 149 150 151 152 153 154 155 ··· 1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