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352 2016년 시와표현 신인문학상 수상작 : 저녁의 저울 외 4편 / 김문 <2016년 시와표현 신인문학상 수상작> 저녁의 저울 외 4편 김 문 저녁언저리엔 허기의 그을음이 묻어있다 담장 위를 지나가는 검은 고양이 눈 속에 저울이 있다 사뿐, 저녁이 저울에 앉는다 눈금이 바르르 떤다 끼니를 놓치고 담장의 그늘을 핥고 있는 혀 그늘 속엔 고양이의 배고픈 시.. 2017. 2. 2.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 열 두 살이 모르는 입꼬리 외 4편 / 강혜빈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열 두 살이 모르는 입꼬리 외 4편 강혜빈 숫자를 좋아하는 흰 토끼는 편지를 써 오라고 했어 거짓말을 완벽하게 훔친 아이에게 내주는 특별 숙제 말랑말랑한 지우개 똥 연필 끝에 꾹꾹 뭉쳐 사랑하는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대요. 시험지 위로 진눈깨비.. 2017. 2. 2. 2016년 창자 21 봄 신인상 수상작 : 사막의 저녁 외 / 이선유 <2016년 창자 21 봄 신인상 수상작> 사막의 저녁 외 이선유 ​​ 먹빛을 거느린 밤은 왜 이리 먼가 너무 밝아 어두운 대낮의 거리는 왜 이리 아득한가 높은 빌딩은 그에게 더 큰 그늘을 안겨 줄 뿐 ​ 별이 뜨지 않는 지하방 골목에 버려진 폐지는 이곳으로 모여들고 끼니마다 .. 2017. 2. 2. 2016년 시인수첩 신인상 수상작 : 시그니처 외 / 김바흐 <2016년 시인수첩 신인상 수상작> 시그니처 외 김바흐 깨어나면 새장의 새를 날리고 새 한 마리만 더 날릴 구실을 찾으면서 방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느껴져요 아름다움이란 치명적인 걸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문제는 A나B가 아니고 A에게서 B에게로 가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닐까, .. 2017. 2. 2. 2016년 9월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작 : 애기사과나무분재 / 류병구 <2016년 9월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작> 애기사과나무분재 류병구 무슨 죄를 얻었는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다 큰 것 데려다가 철시로 결박한 채 주리를 틀어대던 남정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아렴풋 스쳐갔을 뿐, 생살 파열하는 아픔에도 통성(痛聲)할 기력도 없었다 골수에 맺힌 .. 2017. 2. 2.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 막판이 된다는 것 / 문보영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 막판이 된다는 것 ​ 문보영 후박나무 가지의 이파리는 막판까지 매달린다. 그늘을 막다른 골목까지 끌고 갔다. 막판 직전까지. 그 직전의 직전까지. 밑천이 다 드러난 그늘을 보고서야 기어이 후박나무는 그늘을 털어놓는다. 막판의 .. 2017. 2. 2. 2016년 김유정문학상 시 수상작 : 고물상의 봄 / 어향숙 <2016년 김유정문학상 시 수상작> 고물상의 봄 / 어향숙 ​ 어린 날의 보물창고 필순이네 고물상 마당에는 꿈을 재던 커다란 저울이 있고, 그 옆 벽에는 깨진 거울이 걸려있어 곧잘 우리의 마음을 들키곤 했다 버려진 뾰족구두에 헐렁한 원피스를 걸치고 절뚝거리며 빨리 어른이 되.. 2017. 2. 2. 2016.12 월간 See 신인상 당선작 : 전단지 등 5편 / 이심웅 <2016.12 월간 See 신인상 당선작> 전단지 등 5편 ​ 이심웅 ​ 함께 일하실 분을 모십니다 미싱사 ○명 시다 ○명 실밥 따실 분, 초보자 환영 ​ 한적한 골목 전봇대 전단지에서 지하공장의 먼지가 부옇게 피어오른다 ​ 돋보기를 쓰고 쪽가위를 쥔 주름진 손 스웨터 한 뭉치.. 2017. 2. 2. 2016년 창작21 신인상 :말을 굶다 외 4편 / 신춘희 <2016년 창작21 신인상> 말을 굶다 외 4편 신춘희 말이 고픈 노인 한적한 공원 의자에 앉아 지팡이로 땅바닥이나 뒤적인다 후드득 힘없이 떨어지는 갈잎 한 생애가 버짐 꽃처럼 피었다 텅 빈 가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단칸방을 향해가는 노인 귀동냥하듯 전동차의 소음에 목을 축이.. 2017. 2. 2.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 백미러 외 / 김종관 <2016년 봄 시에 신인문학상 수상작> 백미러 외 김종관 ​ 접힌 귀를 펴고 길을 듣는 자동차의 귀 좌측 우측 후미 귓속은 움직이는 풍경과 속도로 차있다 ​ 그대로 복사해서 일러주는 귀 옆 차선도 귀로 읽고 재빨리 차선을 변경한다 나는 늘 내 편인 귀를 믿는다 후진할 때 귀엣.. 2017. 2. 2. 2016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수상작 : 밤, 몽상가의 일기 외 / 권오성 <2016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 수상작> 밤, 몽상가의 일기 외 권오성 귀가 밝은 아버지 옆에서 죽은 바다를 생각하다가 꽃의 휘파람 소리를, 붉은 물고기가 밤을 따라가는 소리를 눈으로 듣는다 기적이 울리고 밤이 오고 기차는 빠르게 꽃의 마을을 빠져나간다 그런 날이면 눈발은 .. 2017. 2. 2. 2016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 햇살의 외유外遊 방식 / 박영범 <2016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햇살의 외유外遊 방식 박영범 그늘을 내쫓아도 조심스레 밀봉되는 듬뿍 심취한 사선斜線의 발자국, 빛은 어둠이 모조리 질식할 때까지 바래진다 비껴남의 의미는 중단하지 않고 머물지도 않을 것이라는 차단하지 못하는 햇살 한 움큼이 쥐어.. 2017. 2. 2.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봄날, 단추를 달다 외 4편 / 백복현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봄날, 단추를 달다 외 4편 백복현 봄날, 단추를 달다 저만치 굴러가는 봄 노파는 문간방에 앉아 단추를 단다 뜬구름이 기웃거리는 서까래 밑 동거하는 거미는 실을 짠다 깔고 앉았던 생각을 박차고 손마디만 한 비상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 2017. 2. 2.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둥근 사각형 외 4편 / 류승희 <2016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 수상작> 둥근 사각형 외 4편 류승희 둥근 사각형 사각형 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꼭짓점을 만나게 된다 두 개의 선분이 만나는 끝점에서 우리는 약속을 하고 꼭지를 버렸다 네 개의 꼭짓점에서 네 개의 선분은 그렇게 결별을 하고 발가락을 감추었다 꼭.. 2017. 2. 2.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누군가로의 초대 외 / 조영란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누군가로의 초대 외 조영란 깊은 우물 속에 띄워둔 누군가의 얼굴 빗방울처럼 뛰어가던 소녀의 목덜미에 앉은 나비는 왜 샐비어 꽃을 모른 척 지나쳤을까요, 외로운 살구나무 때문일까요? 단물이 다 빠져버린 살구는 오래전의 살구를 모르고, 나.. 2017. 2. 2.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 달아나는 밤-약간 李箱풍으로 외 / 강건늘 <2016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 달아나는 밤-약간 李箱풍으로 외 강건늘 첫 번째 골목에서 20대가 달아난다 두 번째 골목에서 20대보다 빠른 30대가 달아난다 세 번째 골목에서 30대보다 빠른 40대가 달아난다 다섯 번째 골목에서 50대인지 60대인지 모르는 이가 달아난다 여섯 번째.. 2017. 2. 2. 2016년 시와 반시(상반기) 문예상 수상작 : 목뼈들 외 4편 / 문희정 <2016년 시와 반시(상반기) 문예상 수상작> 목뼈들 외 4편 문희정 네 농담이 어제와 같지 않았다 꿈이나 꿔야지, 나는 입을 오므리고 모로 누운 너의 등에다 씹다 만 껌을 붙여 두었다 허우적거리는 너를 보았는데 너는 너무 멀었고 나는 웃고 있었다 웃음은 계속되었다 긴 잠에서 깨어 .. 2017. 2. 2. 2016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문학상 수상작 : 근린 외 4편 / 서춘희 <2016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문학상 수상작> 근린 외 서춘희 우리는 양호하다 몸을 비틀어보는 공원에서 픽토그램의 실루엣에 빠진다 그는 항상 그다 옳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울퉁불퉁한 면을 뭉개는 움직임은 실수가 없다 순서에는 다음이 있다 전과 후는 발라먹은 생선처럼 외롭게.. 2017. 2. 2. 2016년 애지 신인문학상 수상작 : 잉카 너머 숲을 짓다 외 4편 / 백승자 <2016년 애지 신인문학상 수상작> 잉카 너머 숲을 짓다 외 4편 백승자 그대, 돌로 쌓은 축대에 흙을 담아요 토실토실 알맹이만 잉태하는 흙을 가득 채워요 알몸으로 품어도 할퀴는 자식은 없어야 해요 잔뿌리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유선(乳腺)에 닿으면 물길이 열리고 숲도 자라겠지요 .. 2017. 2. 2. 2016년 시작 신인상 수상작 : 속기 외 4편 / 배지영 <2016 시작 신인상 수상작> 속기 외 4편 배지영 나는 당신을 아주 빠르게 받아 적는다 잘 보이지 않는 모습과 질 들리지 않는 말이 있었지만 이것은 예비의 착상이었기에 모호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볍게 넘기며 어떠한 점과 글자들이 지나가고 기록이 너무 빠른 나머지 스케치.. 2017. 2. 2. 2016년 시작 신인상 수상작 : 고공에서 외 4편 / 김영호 <2016 시작 신인상 수상작> 고공에서 외 4편 김영호 황조롱이 한 마리가 바람과 주파수를 맞추는 중 고층건물에 오르면 창문이 자주 흔들려 자꾸만 속삭이는 통유리 진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실외가 아닌 실내 조용히 실체와 그림자가 어긋나는 중 이것은 어느 봄날의 연애 이것은 한 .. 2017. 2. 2. 2016년 시와시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억새풀 속 마고꽃을 위하여 외 4편 / 김임순 2016년 시와시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억새풀 속 마고꽃을 위하여 외 4편 김임순 ​ 억새 그늘 속에 숨은 마고꽃을 보았네 땅속에 뿌리내려 제 스스로 먹이 만들 수 있는 식물이건만 스스로 광합성하지 못하고 ​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마고는 이 가을 억새보다 환하고 이쁜 꽃을 피웠.. 2017. 2. 2. 2016년 지용문학상 수상작 : 포플러 / 한진수 2016년 지용문학상 수상작 포플러 한진수 상처입은 찌르레기 지저귀고 별들은 울고 또 서럽게 울고 봄이 오면 불어오는 산들내음을 나는 사랑했네 비둘기와 따스한 햇살을, 꽃다발을 그러면 나는 해가 빛나는 호수처럼 너를 사랑해 너는 말없는 포플러 나무처럼 편안하지 밤이와 그 자리.. 2017. 2. 2.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작 : 책갈피 서사 외 5편 / 배진우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작 책갈피 서사 외 5편 배진우 방향을 좋아하는 눈빛이 책갈피를 끼운 페이지에서 머뭇거린다 밖에선 말을 더듬던 남자가 손잡는 걸 싫어하던 애인에게 새로운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낮에 찾은 단어처럼 고양이의 동료는 기지개를 켠다 첫 고백을 훔친 계.. 2017. 2. 2. 주산지의 왕 버드나무, 태고의 원시성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청송 주산지 태고의 원시성을 자아내는 신비로운 분위기 글·사진 남상학 청송에 가면 주왕산과 더불어 주산지를 꼭 둘러보게 된다. 딱히 볼 것이 대단 한 건 아니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풍광이 펼쳐지고, 저수지 옆으로 길게 산책로가 꾸며져 있어 잠시의 여유를 즐기기엔 나무랄게 없다. 특히 주왕산입구에서 차로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고, 주왕산에서도 경치 좋기로 유명한 절골계곡 옆에 있어 주왕산과 연계한 잠시의 쉼터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주산지가 조성된 지는 퍽 오래전이다. 조선 숙종 46년(1720)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인 10월 경종원년(1721)에 준공한 농업용 저수로, 6천여 평 남짓한 면적에 지금도 60여 가구가 이 물을 이용, 농사를 짓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계곡을 .. 2017. 1. 8. 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제부도에서 띄우는 영상편지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밤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나뭇가지에 지붕에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고 길은 녹은 눈으로 질퍽댑니다. 올해에는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지만 아직 바닷가 설경은 한번도 찍은 적이 없어 작년 가을에 찾았던 제부도의 풍경을 담고 싶.. 2016. 12. 22. (시) 신두리 사구 / 남상학 신두리*사구(砂丘) - 남 상 학 넘실거리는 물결이 끊임없이 달려와 바다의 잔등에 선명한 연흔을 새기는 널따란 사구(砂丘) 질탕질하는 바람은 제 멋대로 모래언덕을 만들고 부수고 또 구릉(丘陵)을 만들고 하루 밤사이 과거의 족적을 말끔히 지우는 창조의 땅 때로는 중무장한 세력으로 집중 공략하기도 하면서 광활한 땅에 무자비하게 풍진 켜켜이 새로운 흔적을 선명히 남기는 무한 시간의 끝 오늘도 신두리 사구는 잠들지 않고 쉬임 없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 태안반도 위쪽에 있는 세계 최대의 해안 사구로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6. 12. 14. 이전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