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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6년 9월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작 : 애기사과나무분재 / 류병구

by 혜강(惠江) 2017. 2. 2.


<2016년 9월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작>


애기사과나무분재

 

류병구

 

무슨 죄를 얻었는지

여태껏 들어본 이 없다

 

다 큰 것 데려다가 철시로 결박한 채

주리를 틀어대던 남정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아렴풋 스쳐갔을 뿐,

 

생살 파열하는 아픔에도

통성(痛聲)할 기력도 없었다

골수에 맺힌 통한 다 묻어버리고

가슴 풀어 젖힌 채

고분고분 체념한지도 오래…

 

설늙은이 그럭저럭

비석팔자*로 살다마는 건데,

 

그래도

삼신할미가 애처롭게 여겨

염소똥 같은 새끼들을

올망졸망 달아 주었다

 

후터분한 바람 맞으며

저들끼리 한여름을 깨문다

 

* 碑石八字 : 생전에 벼슬 하지 않은 사람의 아내 묘비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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