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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6년 김유정문학상 시 수상작 : 고물상의 봄 / 어향숙

by 혜강(惠江) 2017. 2. 2.


<2016년 김유정문학상 시 수상작>




고물상의 봄 / 어향숙

 

  어린 날의 보물창고 필순이네 고물상

 

  마당에는 꿈을 재던 커다란 저울이 있고, 그 옆 벽에는 깨진 거울이 걸려있어 곧잘 우리의 마음을 들키곤 했다 버려진 뾰족구두에 헐렁한 원피스를 걸치고 절뚝거리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볕이 잘 드는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배는 부르지 않아도 빈 깡통들이 차려주는 밥상을 소리 내어 맛있게 먹었다 가끔 엿을 고던 가마솥을 빡빡 긁어 입천장에 붙이고 그 달콤한 맛에 찐득이는 손으로 자주 솥뚜껑을 열었다

 

  양손에 빈병 하나씩 들고 아이들이 코를 훌쩍이며 뛰어왔다 담 밑에서 별꽃들이 눈을 반짝이며 기다려주었다 훌쩍 자란 우리 키 만큼 나팔꽃이 담벼락을 타고 올랐다

 

  고철더미에 엉덩이를 걸친 금성흑백 텔레비 위에서 겉표지가 떨어져 나간 순정만화를 읽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던 캔디와 나의 첫사랑 테리우스를 만났다

 

  마당가 민들레꽃은 자꾸 결말을 재촉했다

 

  납작 엎드려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가슴이 부풀 때마다 푸른 하늘로 꽃씨를 날려 보냈다 그 꽃씨를 따라 우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김유정 신인문학상 당선소감] 어향숙

 

“시인·독자 즐길 수 있는 시 쓰고 싶어”

 

  가끔 시간을 가로질러 어린 날의 필순이네 고물상에 가곤 합니다. 그곳은 지금도 내 상상력의 놀이터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늘 생생한 모습으로 있어서 좋습니다. 신나게 놀다 보면 창문으로 새벽이 들어와 옆에 서있을 때가 많습니다. 힘들지만 즐거운 일입니다. 앞으로 시인도, 독자도 함께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심사위원 정

현종 이상국)

1967년 강원 속초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창과 졸업

약사

심사평

 

  문학은 대체적으로 인간과 그 삶을 표현하고자 한다.그러나 대부분의 응모작들에게서 사람의 체취와 삶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있다 하여도 피상적이거나 어설픈 수사에 불과할 뿐. 이를테면 살아가는 일에 대한 사랑이나 그리움은 보이지 않았다.

 ‘로댕의 의자’는 언어에 대한 단련이 상당했으나 여타 작품들이 그것을 도와주지 못했다.당선작인 ‘고물상의 봄’은 어떤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사물들이 환기시켜주는 삶의 구체성이 돋보였다. 다만 추억과 그리움에만 머문 생각을 좀 더 확장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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