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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1790

2010 세계 신춘문예 당선시 - 모른다고 하였다 / 권지현 [2010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른다고 하였다' - 권지현 * 그림 : 판화가 남궁 산 우루무치행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북경 공항 로비에서 삼백삼십 명의 여행자들은 여섯 시간째 발이 묶인 채 삼삼오오 몰려 다녔다. 현지여행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행가방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떠들어대거.. 2010. 1. 2.
2010 경향 신춘문예 당선시 - 직선의 방식 / 이 만섭 [2010 경향 신춘문예 당선시] 직선의 방식 - 이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 2010. 1. 2.
2010 한국 신춘문예 당선시 - 검은 구두 / 김성태 [2010 한국일보 신춘문예/시] 검은 구두 -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즐비한 장례식장까.. 2010. 1. 1.
2010 문화 신춘문예 당선시 - 골목의 각질 / 강윤미 <2010 신춘문예-시당선작> 골목의 각질 - 강윤미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 오리온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 2010. 1. 1.
2010 동아 신춘문예 당선시 -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2010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심사평> 생물의 마지막 순간 끈질기게 천착 예심에서 골라준 시 작품들 가운데서 다섯 분의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성동혁의 ‘렌터카 를 타고’ 외 4편은 장식적이거나 매끄럽지 않은 조립이 있지만 고.. 2010. 1. 1.
2010 조선 신춘문예 당선시 - 풀터가이스트 / 성은주 [신춘문예 시 부분 - 당선작] 풀터가이스트 - 성은주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m.com 하늘은 별을 출산해 놓고 천, 천, 히 잠드네 둥근 시간을 돌아 나에게 손님이 찾아왔어 동구나무처럼 서 있다가 숨 찾아 우주를 떠돌던 시선은 나를 더듬기 시작하네 씽끗, 웃다 달아나 종이 인형.. 2010. 1. 1.
(시) 겨울나무 / 남상학 겨울나무 - 남상학 모든 것 다 버리고 난 겨울나무는 아름답습니다. 애두름에 홀로 서있는 나무 그 우듬지에 잠시 머물던 바람에 마지막 잎새를 실어보내고 애지중지 옆구리에 끼고 살던 연줄마저 놓아버린 그 모습이 오히려 당당합니다. 악몽으로 시달린 지난 날 생의 끈적한 수분을 토해내고 마안한 하늘을 바라보며 그 빈자리에 투명으로 채워 가는 헐벗은 겨울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넉넉해지는 비밀을 이젠 나도 좀 알 것 같습니다. 애두름 : 낮은 언덕 우듬지 :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 마안한 : 끝이 없이 아득하게 먼 시집 '하늘을 꿈꾸는 새" 2009. 12. 21.
(시) 성탄에 / 남상학 성탄에 - 남상학 추녀 끝에 날리는 설편(雪片)이 겨울 창가에 아롱지는 저녁 어둠 속에 선형(線形)으로 내리는 빛들의 형상 천사(天使)의 옷은 눈부시다. 하늘의 영광 땅 위의 평화를 위하여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오시는 이 기쁜 소식을 뿌리는 전령(傳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나뭇가지에 환한 눈꽃을 피울 때 누구를 위함인가 땅의 고요를 깨뜨리며 새로이 탄생(誕生)하는 생명의 소리 심령 깊숙히 울리는 고고의 소리에 나는 오랜 침묵(沈默)의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뛰쳐나간다 그리고 아기 울음처럼 내가 다시 태어남을 소리 높이 외쳐 본다. 눈부시게 눈부시게 밝음으로 깨어나는 빛들의 형상 온 누리 어둠이 사라지고 비로소 아름다운 성탄 나무에 축제(祝祭)의 불이 켜진다. 이 밤 당신이 빛으로 오신 날 우리.. 2009. 12. 21.
(시) 강설(降雪) / 남상학 강설(降雪) - 남상학 그 날 저녁 별빛이 빛나듯 헐벗은 대지에 눈이 내린다 하이얀 옷깃을 펴고 한 무리의 양무리가 와서 눕고 별들이 와서 눕고 하늘이 다시 포개어 눕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심으로 죽으실 일 하나로 소리없는 갈채로 고요하게 그 날의 당신처럼 오신다 해마다 이맘때면 불 밝힌 뜰을 밟고 와서 영혼의 장지문 열고 천상의 수분으로 나의 마음 포근히 적셔 주노니 칭얼거리는 아기 잠재우듯 잠자는 머리맡에 자애롭게 솜이불을 덮는 하늘 어머니의 자장가 오늘 밤, 흰 옷 입고 꿈에 그리던 당신 나라 백성이 되어 당신을 맞이하듯 강설을 본다. 시집 「비상연습」 2009. 12. 21.
(시)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 남상학 평화의 왕으로 오십시오 -성탄절에 드리는 기도 -남상학 주여, 하이얀 눈으로 오십시오 삭막한 십이월의 이마 위에 축 늘어진 모두의 어깨 위에 기적처럼 새벽 첫눈으로 오십시오 강물도 얼어 붙은 오지(奧地) 마른 땅 구석구석 뜨거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눈부신 나래로 오십시오. 밤마다 거리마다 근심과 걱정이 불을 켜는 기침 소리 가득한 도성(都城) 이별과 죽음이 글썽거리고 선혈이 낭자한 땅에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씨 가슴에 안고 은빛 꽃가루를 뿌리며 무언(無言)의 말씀으로 오십시오 육신의 상처와 기진한 영혼 위에 흰 옷자락 펄럭이며 내리는 치유의 손길로 오십시오 안으로 깊숙히 뿌리 내린 미움 원망과 불신과 교만을 불사르고 태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는 너그러운 사랑의 가슴으로 오십시오 오늘 .. 2009. 12. 21.
양평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 탐방 양평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 인간의 본성을 아름답게 그려낸 '소나기' 마을을 탐방하다 글·사진 남상학 어린 시골 소년과 도시에서 온 소녀의 순수한 마음과 추억을 아름답게 그려낸 황순원 문학의 백미 . 소설 속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추억할 수 있도록 꾸며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 마을이 양평군에 마련되었다. 수도권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양수리와 북한강카페촌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는 야외 소나기마을의 주요 장면을 테마로 한 공원과 황순원 선생의 작품 생활을 집대성해 놓은 문학관, 황순원 묘역 등이 들어서 있다. 북한강을 왼쪽으로 끼고 오르다가 문호리에서 지방도 352번을 가다보면 소나기 마을 안내판이 보이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라고 쓴 돌비에서 올려다 보면 우측으로 언덕 위에 세운 건물.. 2009. 12. 3.
보길도, 옛 시인의 유토피아 보길도 옛 시인 윤선도(尹善道)의 유토피아 - 윤선도의 시심 일깨운 수려한 풍광 - 글·사진 남상학 세상에 곧은 마음을 전하고자 했으나 돌아온 것은 외로운 유배생활 뿐이었던 윤선도(1589~1671). 그에게 보길도는 고독함까지도 감싸 안아주는 그만의 유토피아가 아니었을까. 한 때는 정치인으로서 난정을 바로잡고자 상소를 올렸으나 오히려 유배되고, 왕명으로 복직되었어도 중상모략으로 또 다시 유배생활을 했던 그. 결국 속세를 벗어나 은둔생활을 하려 제주도로 가던 중 풍랑을 피해 잠시 머물게 된 보길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그 곳에 눌러앉게 된다. 특히 은둔 중에 지은 , 등 주옥편의 작품을 남겨 국문학에 큰 획을 그은 윤선도는 세연정, 동천석실, 낙서재 등 그가 사랑한 그만의 유토피아, 보길도에서 생을 마.. 2009. 10. 18.
구상문학관 탐방, 구도의 길 떠난 문단의 선비 왜관 구상문학관 구도의 길 떠난 문단의 선비 (경북 곡군 왜관읍 왜관리 785-84, 054-973-0039 ) 글·사진 남상학 구상문학관을 보기 위하여 구미에서 왜관으로 차를 몰았다. 구미에서 왜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왜관(倭館)은 조선시대 일본인이 건너와서 통상하던 곳이었다. 본래 왜관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왕래하며 통상을 하고 일본 사신의 유숙을 위해 설치한 공관의 일종이었다. 당시 왜관이 설치된 곳은 부산을 비롯하여 서울과 낙동강변 등 10개였는데, 칠곡의 왜관은 유독 그 지명이 현재까지 그대로 존속되어 왔다. 세월과 함께 남아 있어야 할 왜색의 잔재가 사라진 소도시 왜관읍에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구상문학관이 세워졌다. 그의 문학관이 이곳 왜관에 세워진 이유는 구상 시인의 본적.. 2009. 5. 26.
부여 신동엽 생가 탐방, 저항시인 신동엽의 삶의 자취를 찾아서 부여 신동엽 생가 탐방 저항시인 신동엽의 삶의 자취를 찾아서 글·사진 남상학 시인 신동엽(申東曄·1930~1969)의 자취를 찾아보기 위하여 신동엽문학관과 생가를 방문했다. 누구보다 분단조국의 현실을 아파하고 엇나간 역사를 준엄하게 꾸짖다가 서른아홉에 타계했으니, 그의 죽음이 많은 문학도들에게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는 터였다. '껍데기는 가라'와 '진달래산천', '금강'으로 대표되는 그의 절창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시인 신동엽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1930년 8월 18일, 왕도 부여에서 태어난 그는 역사의 흐름 가운데에 서 있었다. 어린 시절 일제강점기를 직접 겪으며 살았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에 수탈되는 농민들의 피폐한 삶, 그리고 그러한 민중의 눈물을 보았다. 또 6·25전쟁을 겪으면서.. 2009. 5. 7.
남원,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 전북 남원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 일본풍 '서도역' 벚꽃 한창, '혼불문학관' 축소 모형도 볼거리 글, 사진 정보상 (여행작가, 와우트래블 운영) 봄볕이 따사로운 오후의 옛 서도역(書道驛). 활짝 피어난 벚나무 고목이 회춘을 하고 있다. 파랗게 물들어 있어야 할 하늘은 봄기운에 나른해진 탓인지 화사한 벚꽃 색과 닮아 있을 뿐이다. 대합실은 폐쇄되었고 시그널 조작기도 모두 내려진 채 플랫폼에는 초조한 기다림도 홀가분한 발걸음도 없다. 침엽수 세 그루만 뒤뜰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전주 발 남원 행 완행열차. 그러나 곧 도착할 것 같은 플랫폼에 서면 먼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 같은 설렘이 바람난 봄처녀 가슴 같다. 옛 서도역은 전라선의 구간 중 오수(獒樹)와 남원사.. 2009. 4. 10.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만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만 삶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만 발전한다. 삶은 신선해야 한다. 결코 아는 체하지 말고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가 되어라.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항상 열어두도록 하여라. 졸졸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시냇물은 썩지 않듯이,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언제나 활기에 넘치고, 열정으로 얼굴에 빛이 납니다. 고여있지 마시길... 멈춰있지 마시길... 삶은 지루한 것이 아닙니다. 삶은 권태로운 것이 아닙니다. 삶은 신선해야 합니다.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삶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열중하고 몰두할 때 행복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결코 아는 자가 되지 말고 언제까지나 배우는 자가 되십시오.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생기기보다는 일을 할까 말.. 2009. 3. 4.
(수필) 행복의 메타포 / 안병욱 행복의 메타포 - 안병욱 [1] 앉은뱅이꽃의 노래 괴테의 시(詩) 가운데 「않은뱅이꽃의 노래」라는 시가 있다. 어느 날, 들에 핀 한 떨기의 조그만 앉은뱅이꽃이 양의 젖을 짜는 순진 무구한 시골 처녀의 발에 짓밟혀서 시들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앉은뱅이꽃은 조금도 그것을 서러워하지 않는다. 추잡하고 못된 사내의 손에 무참히 꺾이우지 않고 밝고 깨끗한 처녀에게 밟혔기 때문에 꽃으로 태어났던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의 상징을 좋아한다. 들에 핀 조그만 꽃 한 송이에도 꽃으로서의 보람, 생명으로 태어났던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람 있는 생(生)을 원한다. 누구나 보람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보람 있는 일생을 마치고 싶어한다. 우리 인생의 희열(喜悅)과 행복(.. 2009. 2. 13.
2009 평화신문 신춘문예 당산시 : 낯익은 가방 / 김상현 2009 평화신문 신춘문예 : 시부문 당선작 낯익은 가방 - 김상현 캄보디아 어느 시골길을 김순임의 이름이 써진 책가방이 달리고 있어요.  바나나 파초 잎 사이로 난 붉은 수채화길 위를 싱싱 달리고 있네요.  소녀는 자전거를 탔어요.    노오란 색 그 가방, 한국에서 온 거래요.  김순임이라는 어.. 2009. 2. 7.
충북 옥천, ‘모던 뽀이’ 지용을 키운 ‘향수’의 고향 충북 옥천(沃川) ‘모던 뽀이’ 지용을 키운 ‘향수’의 고향 정윤수 문화평론가 고향! 이 말은 머지않아 사어(死語)가 될 비극적 운명을 지닌 말이다. 고향! 고향이라, 어쩌면 이 말을 들으면서 명치끝이 찌르르 아파오는 그런 세대가 한 번만 지나가면, 그러니까 지금의 30, 40대가 노년이 되는 21세기 중엽에 이르면 한반도의 인류에게 ‘고향’이란 큰 도시의 청결하게 단장된 산부인과나 병원쯤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말한다면,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애와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 녀석에게 제대로 그들의 고향을 가르쳐준 일이 없다. 몇 번 시도는 해보았다. 우선은 생물학적으로 두 녀석 모두 시내의 큰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으므로 어쩌다 시내 나들이 나갈 때 “이 녀석들아, 너희 고.. 2009. 1. 17.
2009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증명사진 / 김재준 [2009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 증명사진 김 재 준 창문 밖의 풍향계는 한사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머리를 곧추 세우며 떨고 있다 매서운 날들이 나를 후려왔듯이 바람의 거친 속도가 철봉 위에 다만 놓여있을 뿐인 저 화살을 어디론가 날아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동을 치며 제 자.. 2009. 1. 3.
2009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정글에서 온 풍경 / 유병만 <2009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정글에서 온 풍경 - 유병만 베트남 며느리가 순산했다는 읍내 전화에 논두렁이 파랗게 깨어나고 있다 노인의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완만하게 달라붙어 있던 들판이 뚝 떼어진다 잠시 주춤하던 족보의 한 갈래가 생기를 되찾고 상속되어져야 할 땅의 분량이 새로운 .. 2009. 1. 3.
200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저녁의 황사 / 정영효 <2009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저녁의 황사 정영효 이 모래먼지는 타클라마칸의 깊은 내지에서 흘러왔을 것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내린 골목을 걷다 느낀 사막의 질감 나는 가파른 사구를 오른 낙타의 고단한 입술과 구름의 부피를 재는 순례자의 눈빛을 생각한다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 2009. 1. 3.
2009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비 온 뒤 / 구민숙 <2009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비 온 뒤 - 구민숙 作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열일곱 가슴처럼 탱탱하다 또르르! 굴러 자기네들끼리 몸 섞으며 노는 싱싱하고 탐스런 가슴이 일렬횡대, 환하니 눈부시다 그것 훔쳐보려 숫총각 강낭콩 줄기는 목이 한 뼘 반이나 늘어나고 처마 밑에 들여 놓은 자.. 2009. 1. 2.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시 : 나무의 공양 / 이경례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나무의 공양 이 경 례 졸참나무가 제 몸통을 의탁해왔네 지난 태풍에 겨우 건진 살림살이지만 기와 불사를 생각하며 제 몸 선뜻 내 놓았다네 오래도록 산문의 입구를 지켜 온 졸참나무와 딱따구리, 한참을 골몰한 붉고 노란 머릴 조아리며 하피첩서霞帖書를 떠올리다, 마침.. 2009. 1. 2.
2009 무등일보신춘당선시 : 아르정탱 안을 습관적으로 엿보다 / 윤은희 <2009 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시> 아르정탱 안을 습관적으로 엿보다 윤 은 희 1 골목의 연탄 냄새 부풀어 전생의 어스름 빛으로 울적한 저녁 길바닥의 검푸른 이끼들 엄지손톱 半의 半 크기 달빛에 물들었다 아르정탱Argentan * 에 맨발로 들어가 자주 꾸는 꿈 벗어두고 나왔다 2 예전에 방앗간이었다는.. 2009. 1. 2.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담쟁이 넝쿨 / 조원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 시] 담쟁이 넝쿨 / 조원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그나마 나무.. 2009. 1. 2.
2009 전남일보신춘문예 당선시 : 기와이야기 / 이수윤 <2009 전일신춘문예 당선작> 기와 이야기 - 이 수 윤 육차선 도로가 생기고 청과물 도매시장이 부쩍 몸피를 키워 산 밑의 각화동 마을은 몸을 더 엎드린다 예쁜 눈썹으로 웃는 기와는 알고 보면 지나온 이야기가 무거워 한평생 돌아눕지도 못한 거였다 아팠던, 그리고 달던 들숨과 날숨의 흔적에 풀.. 2009. 1. 2.
2009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내압 / 이병승 <2009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광고 --> 내압 - 이병승 한여름 땡볕에 달궈진 옥상 바닥 시원한 물을 뿌려주려고 잠가 둔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거침없이 몸을 흔드는 고무호스 긴 잠에서 깨어난 뱀처럼 시뻘건 각혈과 마른기침이 노래로 변하고 늘어졌던 마음의 통로에 생수의 강이 콸콸 흐른.. 2009. 1. 2.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관계1 / 유태안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관계1 - 유태안 드라마를 보며 사과를 깎는다 사각사각 빨간 스토리가 벗겨지며 드라마는 색이 노랗게 변해 버린다 빨간 표피가 접시 위로 길처럼 흘러내린다 빨간 표피와 당도의 관계처럼 아내의 웃는 표정 뒤에 행복은 얼마나 될까? 먹기 알맞게 분할되어 접시에.. 2009. 1. 2.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오늘은 달이 다 닳고 / 민구 <2009 조선 신춘문예 당선시>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민구 나무 그늘에도 뼈가 있다 그늘에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나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벌어지는 구멍을 피해 앉아본다 수족이 시린 저 앞산 느티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건 오랫동안 곤줄박이의 몫이었다 곤줄박이는 나무의 가는 모근을 모아서 .. 2009.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