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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관계1 / 유태안

by 혜강(惠江) 2009. 1. 2.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관계1

 

                                                                            - 유태안

 

 

드라마를 보며 사과를 깎는다 사각사각 빨간 스토리가 벗겨지며 드라마는 색이 노랗게 변해 버린다 빨간 표피가 접시 위로 길처럼 흘러내린다 빨간 표피와 당도의 관계처럼 아내의 웃는 표정 뒤에 행복은 얼마나 될까? 먹기 알맞게 분할되어 접시에 담겨 있는 사과 혹은 아내와 나의 드라마, 아내가 포크에 찍어 내민다 향기가 풍겨온다 여주인공,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포장된 과거가 푹신한 소파처럼 놓여있는 방안, 사랑하는 남자와의 마지막 관계, 여주인공은 아무 일 없는 듯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리라. 이 뻔한 결말을 앞에 놓고 아내는 또 포크를 내게 내민다 향기는 어디로 갔는가? 반전(反轉) 없는 날들이 15년, 이젠 단련이 되었을 만도 하지만 여주인공의 사연 앞에서 아내는 눈물을 훔친다 문득, 사과씨 속에 녹화된 사과나무의 드라마에서 꽃피던 시절 지나간 나비가 향기로 기록된 건 아닐까? 스쳐가는 생각, 한 번의 터치로 한 여자의 역사(歷史)가 넘겨지고 또 과도(果刀)처럼 날을 세우고 누워 드라마 깎기라도 하겠다는 듯 TV 속 남녀의 정사(情死)를 맛본다 씨방이 텅 비어 가는 아내와 내가

 

 

 2009 강원일보사 신춘문예 결산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심사가 지난해 12월 26일 강원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각 부문 심사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박승선기자
 

 

  전국의 내로라하는 문청(文靑)들의 등용문 ‘200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발표됐다.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는 신춘문예의 관문을 통과한 4명은 당선작가로서 당당

하게 문학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2009년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는 지난해(1,701편) 보다 무려 800여편이 늘어난 2,535편이 응모됐다. 단편소설 101편, 시(시조 포함) 1,563편, 동시 785편, 동화 86편이 접수됐다.
  김도연(소설가) 허림(시인) 차재연(아동문학가) 박성호(동화작가)씨등 4명의 각 분야별 작가들이 단편소설 10편, 시 16편, 동화 14편 동시 8편 등 본심에 오르는 작품을 선정했다

  시 당선자 유태안씨는 횡성 출생으로 지난 20여년간 꾸준한 시작(詩作) 활동을 통해 지역 문단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실력파 신인. 현재 강원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춘천에 있는 젊은 시인들의 모임인 ‘풀잎’ 동인으로 활동하며 작품활동을 계속해 왔다.
  2,000여편 가까운 작품이 접수돼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인 시부문에서 만장일치로 뽑힐 만큼 독창적 구조와 언어감각이 단연 돋보였다.


 

<시>신춘문예 당선소감

   

 

  사람들은 수없는 관계의 그물 속에서 산다.그 인연의 끈들 중에는 너무 오래돼 낡아서 끊어져 버린 끈도 있고, 벌써 끊어질 수도 있는 끈을 추억에 비끄러매어 잡고 있는 끈도 있다.
  놓쳐버리면 삶이 무의미해지는 끈도 있고, 잡고 있을수록 힘을 주는 끈도 있다.
  내가 시(詩)라는 한 매듭을 달고 산 20년 동안, 거미줄에 걸린 듯 끊어버리고 도망치려 했던 적도 있었고, 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것만을 안타까워했던 시기도 있었다.
  때로는 시에 너무 매달려 삶이 무거워졌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잡고 온 20년 동안의 시가 겉으로 보기엔 아무 것도 준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우울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들은 기쁜 날 아는 형의 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이십여 년 동안 써 온 시를 줄줄이 묶어 혹 시집 한 권 내게 되면/ 책을 텔레비전 받침대로 쓰는 친구에게 꼭 줘야겠다./찌개그릇 받침으로 가끔 쓰는 아내에게도 한 권 주고.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헤쳐 나가야 하는 이 안갯 속의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가고 싶다.   그 길을 언제까지나 함께 가 줄 거라고 믿는 친구 권택삼과 이상문 형, 그리고 끝까지 나를 믿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주신 이승훈, 이영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유태안 △1963년 횡성 출생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문 동인 △강원고 국어교사

 

 

 <출처> 2009. 1. 1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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