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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0 동아 신춘문예 당선시 -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by 혜강(惠江) 2010. 1. 1.

 

 

<2010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심사평>
 
생물의 마지막 순간 끈질기게 천착

 
 
  예심에서 골라준 시 작품들 가운데서 다섯 분의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성동혁의 ‘렌터카
를 타고’ 외 4편은 장식적이거나 매끄럽지 않은 조립이 있지만 고통스러운 순간을 유희로 전환하는
유머가 돋보였다. 안웅선의 ‘미션스쿨의 하루’ 외 4편은 간혹 서사를 기록할 때 어색한 문장들이 들
어있는 시편이 있었지만 미성숙한 사춘기 화자를 내세워 오히려 내면적 고투의 나날이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방법이 눈길을 끌었다.

강윤미의 ‘소심한 소녀의 소보루 굽기’외 4편은 암시성이 확장하는 폭은 좁았지만 지루한 일상에 발
랄한 리듬과 어조의 고명을 얹어 아기자기한 서술이 되게 하는 상쾌함이 장점이었다.  박은지의 ‘서
랍의 눈’ 외  4편은 시에 산문적이고 설명적인 언술들이 섞여 들었지만 한 가지 사물이나 현상을 끈
기게 해석해 보려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가 눈길을 오래 머무게 했다.

유병록의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외  4편 모두가 절명의 순간에 바쳐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닐 만큼 생물의 마지막 그 한순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간혹 상투적 해석이 불필요하게 첨가
었지만 본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단연 시선의 깊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작품들 간의 질적
준의 균질함,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묘사력 등이 탁월했다.

 
                   

                                                 최동호 시인·김혜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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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꽉 쥔 주먹처럼 의지 견고하게 할 것
 
   
 
나는 이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커다란 손도 있다 한 번 휘두르면 길이 나고 바다에 띄우면 그대로 배가 되는 손, 그 계곡에서는
물줄기가 흐르는데, 역사라고 불린다는데 이 조그만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손은 연약한 도구에 불과하다 오므려보지만 물 컵으로 삼기에도 작다 흘러 다니는 운명이라고는 고작
해야 목을 축이기도 부족한데
겨울 산에 오르자, 폭포가 꽝꽝 얼어붙어 있다 길게 펼쳤던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쥔 폭포, 울퉁불퉁
힘줄이 솟은 물의 팔뚝, 안쪽으로 흐르는 뜨거운 혈관

즐거운 한때를 어루만졌던 손을 씻고 주먹을 쥔다 더 이상 운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의지
움켜쥐었을 때의 주먹은 견고하다 이제 일격으로 몽상의 호숫가에서 물 마시는 저 물소들을 때려눕힐
시간이다

꽉 쥔 주먹을 가끔 펼친다면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제자를 격려해주신 여러 선생님과 결점 많은 작품을 위해 기꺼이 통곡의 벽이 되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유병록 씨

                             △1982년 충북 옥천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출처> 2010. 1. 1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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