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춘문예-시당선작>
골목의 각질
- 강윤미 |
골목은 동굴이다
늘 겨울 같았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익숙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는 방부터 베란다가 있는 곳까지, 오리온자리의 1등성부터 5등성이 동시에 반짝거렸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표현처럼 구멍가게는 진부했다 속옷을 훔쳐가거나 창문을 엿보는 눈빛 덕분에 골목은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우리는 한데 모여 취업을 걱정하거나 청춘보다 비싼 방값에 대해 이야기했다 닭다리를 뜯으며 값싼 연애를 혐오했다 청춘이 재산이라고 말하는 주인집 아주머니 말씀 알아들었지만 모르고 싶었다 우리가 나눈 말들은 어디로 가 쌓이는지 궁금해지는 겨울 초입 문을 닫으면 고요보다 더 고요해지는 골목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인기척에 세를 내주다가 얼굴 없는 가족이 되기도 했다 전봇대, 우편함, 방문, 화장실까지 전단지가 골목의 각질로 붙어 있다 붙어 있던 자리에 붙어 있다 어쩌면 골목의 뒤꿈치 같은 이들이 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굳어버린 희망의 자국일 것이다 <심사평> -----------------------------------------
불안한 청춘의 고통과 고뇌 긍정적으로 승화
|
'문학관련 > - 수상 및 후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경향 신춘문예 당선시 - 직선의 방식 / 이 만섭 (0) | 2010.01.02 |
---|---|
2010 한국 신춘문예 당선시 - 검은 구두 / 김성태 (0) | 2010.01.01 |
2010 동아 신춘문예 당선시 - 붉은 호수에 흰 병 하나 / 유병록 (0) | 2010.01.01 |
2010 조선 신춘문예 당선시 - 풀터가이스트 / 성은주 (0) | 2010.01.01 |
2009 평화신문 신춘문예 당산시 : 낯익은 가방 / 김상현 (0) | 2009.02.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