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降雪)
- 남상학
그 날 저녁 별빛이 빛나듯
헐벗은 대지에 눈이 내린다
하이얀 옷깃을 펴고
한 무리의 양무리가 와서 눕고
별들이 와서 눕고
하늘이 다시 포개어 눕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심으로
죽으실 일 하나로
소리없는 갈채로 고요하게
그 날의 당신처럼 오신다
해마다 이맘때면
불 밝힌 뜰을 밟고 와서
영혼의 장지문 열고
천상의 수분으로
나의 마음 포근히 적셔 주노니
칭얼거리는 아기 잠재우듯
잠자는 머리맡에
자애롭게 솜이불을 덮는
하늘 어머니의 자장가
오늘 밤, 흰 옷 입고
꿈에 그리던 당신 나라
백성이 되어
당신을 맞이하듯 강설을 본다.
<수록> 시집 「비상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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