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작업
- 남상학
한밤중에 어부(漁夫)들은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를 찾아
짙은 어둠의 바다에서
갓 올라온 물고기 비늘 같은
광채(光彩)를 그물에 걷어 올린다
빛을 낚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눈부시다.
가장 날카로운 곡괭이로
암반을 쪼아내는 광부(鑛夫)들은
빛의 광맥을 따라
한 발짝씩 어둠을 뚫어내고
부싯돌 같은 빛의 원형(原型)을 쪼아낸다
빛을 캐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눈부시다.
살아 있는 의식(意識)을 위하여
길가에서 주운 하찮은 것들을
독특한 연금술(鍊金術)로 구워내는 시인(詩人)들은
외로운 밤을 홀로 앉아
싱싱한 언어를 갈고 닦는다
빛을 창조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눈부시다.
무형(無形)의 빛,
그 위대한 빛의 작업(作業)은 몇 년이 걸릴까
<수록> 시집 "하늘을 꿈꾸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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