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에
- 남상학
추녀 끝에 날리는 설편(雪片)이
겨울 창가에 아롱지는 저녁
어둠 속에 선형(線形)으로 내리는
빛들의 형상
천사(天使)의 옷은 눈부시다.
하늘의 영광
땅 위의 평화를 위하여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오시는 이
기쁜 소식을 뿌리는 전령(傳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나뭇가지에 환한 눈꽃을 피울 때
누구를 위함인가
땅의 고요를 깨뜨리며
새로이 탄생(誕生)하는 생명의 소리
심령 깊숙히 울리는 고고의 소리에
나는 오랜 침묵(沈默)의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뛰쳐나간다
그리고 아기 울음처럼 내가 다시 태어남을
소리 높이 외쳐 본다.
눈부시게 눈부시게
밝음으로 깨어나는 빛들의 형상
온 누리 어둠이 사라지고
비로소 아름다운 성탄 나무에
축제(祝祭)의 불이 켜진다.
이 밤 당신이 빛으로 오신 날
우리 모두 성탄 나무 둘레에서 해무리 같은 빛 언저리에
퍼지는 빛살처럼
은혜(恩惠)의 촛불 밝혀 들고
꺼짐없이 생명의 빛이 타오르게 하자
하늘과 땅 사이
기쁜 날개짓의
새털 같은 눈부심으로
해마다 이맘때면
당신은 설편(雪片)을 반짝이며
누추한 대지(大地)에 내린다.
<수록> 시집 「하늘을 꿈꾸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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