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卒業)
- 남상학
눈이 내린 교정(校庭)을
가로 질러 너를 보낸다.
기적을 울리며 장정(長征)에 오르는
무한의 흐름
시간의 강물에 손을 씻으며
물 흐르듯 너는 가고
나는 홀로 플랫폼에 남는다.
네가 떠나고 난 자리
세월의 생채기가 무성하고
새삼스러이 아픈
나의 지난 무지(無知)와 무관심이
잿빛 하늘에 펄럭인다.
더 머물 수 없는 시간
네가 은하계(銀河界) 눈부신 언덕 위로
새롭게 출발할 때
나는 말과 음악이 실종된
빈 교실에서
보옥(寶玉)처럼
네가 떨어뜨린 미소를 줍는다.
<작자의 말>
졸업의 계절이다. 35년간 나는 제자들을 품안에서 떠나보내면서 깊은 상념에 젖곤 했다. 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휩싸는 감정은 기쁨도 설움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멍한 기분이 되었고, 제자들이 홀연히 떠나는 뒷모습을 창 밖으로 망연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곤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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