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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졸업(卒業)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11. 2. 10.

 

 

 

졸업(卒業) 



- 남상학          

 

 

 

눈이 내린 교정(校庭)을 
가로 질러 너를 보낸다. 
기적을 울리며 장정(長征)에 오르는 
무한의 흐름 

시간의 강물에 손을 씻으며 
물 흐르듯 너는 가고 
나는 홀로 플랫폼에 남는다. 


네가 떠나고 난 자리 
세월의 생채기가 무성하고 
새삼스러이 아픈 
나의 지난 무지(無知)와 무관심이 
잿빛 하늘에 펄럭인다. 

더 머물 수 없는 시간 
네가 은하계(銀河界) 눈부신 언덕 위로 
새롭게 출발할 때 

나는 말과 음악이 실종된 
빈 교실에서

보옥(寶玉)처럼 
네가 떨어뜨린 미소를 줍는다.

 

 

 

<작자의 말> 

 

  졸업의 계절이다. 35년간 나는 제자들을 품안에서 떠나보내면서 깊은 상념에 젖곤 했다.   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휩싸는 감정은 기쁨도 설움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멍한 기분이 되었고,  제자들이 홀연히 떠나는 뒷모습을 창 밖으로 망연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곤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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