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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꽃재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13. 1. 4.

 

 

 

꽃재

 

- 남상학

 

 

동대문 밖 왕십리 홍익동 언덕은
갖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예부터 ‘꽃재’라 불렀다.

 

가시떨기 우거진 돌밭 눈물로 일궈

예쁜 꽃씨 뿌린 머나먼 세월
당신 사모하는 애절한 마음이

봄 뜨락에 하이얀 목련으로 피기도 하고
여름날 햇볕에선 해바라기로 피기도 하고
추운 날 빨간 동백 송이로 벌기도 하고
저마다 아름다움을 다투어 피는 꽃숲에
우리는 날마다 신나는 나비와 꿀벌 되어
홍익동(弘益洞)* 이름 그대로

하늘과 땅, 사람을 두루 아우르며 조화롭게 살았다.

새벽에는 푸른 종소리에 어둠의 날개 털고
맑은 이슬 머금어 미역을 감았지.
낮에는 훨훨 날아 단꿀을 여기저기 나누어 주다가
진액(津液)에 취하여 낮잠을 자고
깊은 밤엔 임 그리워 편지를 쓰다가
긴 밤 단꿈에 들기도 했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들의 경영(經營)
나팔꽃 꽃밭에선 하늘 향해 트럼벳을 불고
붉은 장미밭에선 피흘리는 님을 그려
빈혈의 영혼에 수혈을 하고
온 누리 구석구석 향기를 뿜어낸다.

 

그대여, 햇볕과 바람과 우로(雨露)에 감사하며
찬미의 불꽃 꽃술을 달고
님 오실 날 기다려 오늘 한마당 판을 벌일까

 

 

<주> 옛날 '꽃재'는 한때 행정구역이 성동구 홍익동이었다.

 

 

<작자의 말>

 

  꽃재는 왕십리 꽃재교회가 세워진 언덕 이름이다. 그 언덕은 예부터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왕십리감리교회를 <꽃재교회>라고 불러왔다. 나는 이 꽃재에서 60여년 넘게 신앙 생활을 했다. 이제 더 큰 꿈을 안고 새 성전을 지으면서, 교회의 이름을 왕십리교회에서 <꽃재교회>로 개명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게 꽃재교회는 앞으로 향기를 흩날리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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