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남상학
모든 것 다 버리고 난
겨울나무는 아름답습니다.
애두름에 홀로 서있는 나무
그 우듬지에 잠시 머물던 바람에
마지막 잎새를 실어보내고
애지중지 옆구리에 끼고 살던
연줄마저 놓아버린
그 모습이 오히려 당당합니다.
악몽으로 시달린 지난 날
생의 끈적한 수분을 토해내고
마안한 하늘을 바라보며
그 빈자리에 투명으로 채워 가는
헐벗은 겨울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넉넉해지는 비밀을
이젠 나도 좀 알 것 같습니다.
<주>
애두름 : 낮은 언덕
우듬지 :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
마안한 : 끝이 없이 아득하게 먼
<수록>시집 '하늘을 꿈꾸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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