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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도 편안한 섬 안면도, 바닷가 그 숨은 보석을 찾아가다 언제 가도 편안한 섬 안면도(安眠島) 바닷가 그 숨은 보석을 찾아가다 발길 닿는데마다 남다른 멋과 매력이 있다. 글 남상학 * 남쪽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 지도, 안면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충남 서산 해안의 서쪽에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좁고 긴 안면도가 자리잡고 있다. 서산에서 안면도로 가기 위해 건너지르는 방조제 안쪽에는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해마다 어김없이 겨울 철새들이 무더기로 찾아든다. 기나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서해의 넓은 갯벌이 한쪽은 간월호와 부남호라는 큰 민물호수가 있고, 여기 넓은 간척지의 논에 널린 이삭들이 새들의 먹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천수만에서는 사철 새들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매년 11월에서 3월까지의 겨울철새 무리가 장관이다. 안면대교를 건너기 직전에 오른쪽으.. 2009. 1. 28.
솔향기 그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안면도 솔향기 그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 - 글·사진 남상학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남해안보다 가까워졌고, 중국의 발전과 맞물려 떠오르는 곳이 서해안이다. 그동안 숨어 있던 서해안의 여행지들도 근래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 서해안 여행의 중심이 되는 안면도는 태안반도의 서남단에 위치해 있고, 리아스식 반도로 우리나라 여섯 번째 크기의 섬이다. 서쪽으로는 꽃지, 삼봉, 방포 해수욕장 등 질 좋은 모래의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조선시대 조운을 위한 운수수단으로 운하를 만들어 인공섬이 되었으나 1960년 연육교를 놓아 육지와 이어졌다. 남쪽 끝 마을 영목에서 원산도를 거쳐 대천으로 연결되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볼거리가 많은 안면도와 서.. 2009. 1. 22.
전북 부안 위도의 망월봉, 달빛을 따라 그 섬에 오르고 싶다 전북 부안 위도의 망월봉 달빛을 따라 그 섬에 오르고 싶다 박경일기자 ▲ 위도의 주봉인 망월봉에 열사흘달이 환하게 떴다. 망월(望月)이란 이름답게 이곳에 오르면 달빛에 젖어 달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굽어볼 수 있다. ▲ 위도를 종주등반하면서 대할 수 있는 풍경.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남해바다를 연상케 한다. 전북 부안의 격포항에서 뱃길로 50분. 위도에는 망월봉(望月峰)이 솟아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둥싯 솟은 달을 바라볼 수 있다는 봉우리입니다. 섬이 노을빛으로 물들 무렵, 망월봉에 올랐습니다. 곧 해가 지고 푸른 하늘에 휘영청 달이 떠올랐습니다. 열사흘 달빛이 환합니다. 달빛이 수면 위에 은가루처럼 뿌려져 반짝거립니다. 저 아래 해안을 치는 파도소리가 산 능선까지 타고 올라옵니다. 달빛 아래에서 차가운.. 2009. 1. 22.
계절 따라 미식가들을 손짓하는 홍원항 서천 홍원항 계절 따라 미식가들을 손짓하는 홍원항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도둔리) 글·사진 남상학 * 봄, 가을의 시끄러운 모습과는 달리 평화롭고 한적한 홍원항 *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둘러보고 홍원항으로 방향을 돌렸다. 홍원항은 동백나무 숲에서 차로 불과 10분 정도 거리로 마량 동백나무 숲과 춘장대 해수욕장 사이 움푹 들어간 만(灣)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한 항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마량포구보다는 규모도 크고 배도 많다. 서해안 항구 가운데 유독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어 어선들이 많이 출입하는 곳으로, 어종이 풍부하며 해변에는 그 자리에서 회를 떠주는 가게들이 여럿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 한가로운 홍원항이지만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식당들이 문을 열고, 어판장 옆에선.. 2009. 1. 21.
서천 마량포구의 아름다움과 동백나무 우거진 동백정 마량포구 와 동백정 서천 마량포구와 동백나무 우거진 동백정 - 해돋이․ 해짐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 글·사진 남상학 * 마량포구는 해돋이,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어느 곳이든지 포구는 그리움을 잉태하는 곳이다. 그리운 이를 태우고 들어오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누군가를 싣고 떠나야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배들이 하염없이 햇볕에 졸고 있는가 하면, 그 위로 갈매기들이 간간이 정적을 깨뜨리고 비행을 하기도 한다. 유년의 시절 섬에서 자란 나는 서천에 온 김에 포구에 깃든 그리움 찾아 마량포구로 발길을 옮겼다. 마량포구는 서천군에서 바다 쪽으로 꼬리처럼 튀어나온 끄트머리에 위치한 땅끝과 바다가 맞닿는 자그마한 포구다. 그러니까 서천의 땅끝마을인 셈이다. 과거에 이곳은 군사.. 2009. 1. 19.
충북 옥천, ‘모던 뽀이’ 지용을 키운 ‘향수’의 고향 충북 옥천(沃川) ‘모던 뽀이’ 지용을 키운 ‘향수’의 고향 정윤수 문화평론가 고향! 이 말은 머지않아 사어(死語)가 될 비극적 운명을 지닌 말이다. 고향! 고향이라, 어쩌면 이 말을 들으면서 명치끝이 찌르르 아파오는 그런 세대가 한 번만 지나가면, 그러니까 지금의 30, 40대가 노년이 되는 21세기 중엽에 이르면 한반도의 인류에게 ‘고향’이란 큰 도시의 청결하게 단장된 산부인과나 병원쯤을 가리키는 단어가 될 것이다. 개인적 경험을 말한다면,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딸애와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 녀석에게 제대로 그들의 고향을 가르쳐준 일이 없다. 몇 번 시도는 해보았다. 우선은 생물학적으로 두 녀석 모두 시내의 큰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으므로 어쩌다 시내 나들이 나갈 때 “이 녀석들아, 너희 고.. 2009. 1. 17.
민족의 성산 강화 마니산, 성지 올라 황홀한 낙조 감상 민족의 성산(聖山), 강화 마니산 기(氣) 센 성지 올라 황홀한 낙조 보며 ‘여유충만’ 글·사진 = 엄주엽기자 ▲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 4년여 만인 올 1월 한달 동안 개방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 지난 주말 많은 등산객들이 몰렸다. “단군의 자취가 이 옛단에 머물러 있고 세월따라 선경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질펀한 바람결에 갈매기만 깜박이니 천지도 끝이 있을까 늙어만 가네.이몸이 몇번이나 이 곳을 찾을 수 있을른지.”(이색·1328∼1396)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강화도 마니산(468m)의 참성단(塹星壇)이 1월 한달 동안 문을 열었다. 단군 왕검 당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참성단은 1964년 사적 136호로 지정됐고 그동안 연간 40만명이 찾는 명소였지만 훼손이 우려돼 2004년 8월부터 .. 2009. 1. 17.
반세기 금단의 땅, 철원 - 철새들의 날갯짓엔 분단도 이념도 없더라 반세기 금단의 땅, 철원 철새들의 날갯짓엔 분단도 이념도 없더라 문화일보 박경일기자 ▲ 추위로 얼어붙은 한탄강 위를 두루미들이 날고 있다. 우아한 두루미의 모습이 마치 연하장 속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쇠둘레를 찾아갑니다. 쇠 철(鐵)에 둘레 원(圓). 쇠둘레란 강원 철원(鐵原)의 옛 이름입니다. 지금은 겨울, 철원평야는 춥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서 그 차가운 쇠의 땅을 찾아온 철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첩첩이 이어진 산들이 마치 쇠벽을 둘러친 듯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지요.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미륵의 나라’를 꿈꾸며 도읍을 옮겨 태봉국을 건설했던 곳. 그러나 지금은 반세기 이전 전쟁의 흔적으로 녹슨 쇠들만 가득한 곳입니다. 그 차가운 쇠의 땅을 찾아온 철새들을 만납니다. 우.. 2009. 1. 17.
천연섬유 모시의 맥(脈)을 이어가는 한산모시관 서천 한산모시관 천연섬유 모시의 맥(脈)을 잇는 한산모시관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26 글·사진 남상학 *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 여사가 모시를 짜는 모습 서천은 충청남도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부여군, 서쪽으로는 서해, 남쪽으로는 금강을 경계로 전라북도 군산시와 접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보령시와 접하고 있다. 서천은 예로부터 한산 세모시러 유명했던 곳으로 지금도 모시의 고장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전통적인 농어촌 지역이며, 일부는 멀리 해안에 치우쳐 있어 아직도 본격적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고유한 우리의 향리 모습들이 잘 보존되고 있는 고장 중 한 곳이다. 그래서 골목골목마다 고향의 내음 같은 향수가 박혀 있다. * 한산모시관 입구(위)와 전수교육관.. 2009. 1. 12.
박해의 현장에서 빛난 성도의 위대한 신앙(카타콤베와 카파도키아) 로마의 카타콤베와 터키의 카파도키아 박해의 현장에서 빛난 성도의 위대한 신앙 글·사진 남상학 기독교에 대한 박해의 흔적을 찾는다면 그 대표적인 것이 로마 인근에 있는 카타콤베(Catacombe)와 터키에 있는 카파도키아(Cappadocia)를 들 수 있다. 내가 카타콤베를 방문한 것은 1994년 10월이었다. 중등교원 유럽지역 교육시찰 연수의 일환으로 유럽 5개국을 방문했을 때, 첫 방문지인 로마를 둘러보는 중에 카타콤베를 방문한 것은 신앙을 가진 나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카타콤베는 로마인의 지하 무덤으로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에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지하 교회나 무덤을 가리킨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로마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에 로마 제국은 세계의 중심무대였.. 2009. 1. 8.
소원 빌러 가는 길 ‘팔공산 석굴암·갓바위’ 대구 팔공산 소원 빌러 가는 길 ‘팔공산 석굴암·갓바위’ 박경일기자 ▲ 경북 군위의 삼존석굴. 까마득한 벼랑의 자연 동굴을 다듬어서 석불을 앉혔다. 석굴로 오르는 석조계단이 놓여있지만 훼손의 우려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벼랑 아래 제단을 만들어놓았는데, 제단에서 올려다보는 석굴 속의 삼존불에서 위엄이 느껴진다. 새로 한 해를 맞았습니다. 새해 첫날의 정갈한 시간 앞에서 결의와 소망 하나쯤 내어보셨습니까. 올 한 해는 참으로 어렵고 가혹한 해가 될 것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마음으로 품은 희망마저 꺾을 수야 없겠지요. 본디 ‘첫 마음’을 내기는 쉬워도, 이를 끝까지 가져가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새해에 비는 소원이란, 스스로의 의지를 묻는 시간 앞에서 첫 마음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기를 바.. 2009. 1. 7.
고창 선운산, 빠알간 동백산에 하얀 꽃이 활짝 피었네 고창 선운산 빠알간 동백산에 하얀 꽃이 활짝 피었네 선운사~사자바위~낙조대~참당암~선운사 원점회귀 눈꽃산행 글 한필석 차장대우 | 사진 허재성 기자 ▲ 오후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선운산 천마봉 능선. 온산에 눈꽃이 활짝 피어 있다. 고창 선운산(禪雲山·최고봉 경수산·444.3m)은 동백산이다. 남도의 여느 동백산에 비해 한 달여 늦게 꽃을 피우는 춘백의 산이다. 그런 줄 알았다. 지난 11월 초 그 고정관념은 깨졌다. 선운사 앞은 노란 빛으로 빛나는 은행나무 숲이요, 도솔암 가는 길은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단풍숲길이었다. 선운산은 겨울이 오자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동백산도 단풍산도 아니었다. 눈꽃산이었다. 백미로 꼽히는 투구바위~사자바위 능선 탐승 선운산은 밀집된 경관지에서 벗어난 최고봉 .. 2009. 1. 7.
정선, 아리 아라리 굽이굽이 나를 넘겨주게 정선, 아리 아라리 굽이굽이 나를 넘겨주게 정윤수 문화평론가 노래는 자신을 낳게 한 산야의 물형을 닮는다. 만약 이 지구에 ‘한국’이 유일한 나라이고 한국인들이 외적 영향 없이 유사 이래 삶을 가꾸어왔다고 한다면, 그리하여 오늘의 도시 문명을 주축으로 하는 경우에 도달했다고 한다면, 과연 ‘가요 톱10’ 1위곡은 어떤 양식이 될까? 아리랑? 판소리? 아악? 글쎄, 아마도 노바디가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앞의 양식들은 대도시의 수직선을 닮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선의 삶, 곧 자신의 처지(A)에서 어떤 목표(B)를 향해 가장 빨리 도달하려는 이 질주하는 욕망은 구불구불하고 순환적인 양식을 원치 않는다. 직진하는 강렬한 비트가 오늘날 대중문화의 주조인 것은 미국의 팝 음악 영향 때문이 아니라, ‘현대’ 라.. 2009. 1. 6.
제주 한라산, 오를수록 고개 숙여지는 영산(靈山) 제주 한라산 오를수록 고개 숙여지는 영산(靈山) 제주 | 강홍균기자 * 은하수를 손으로 잡아당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산이란 뜻의 한라산. 기암괴석과 다양한 식생분포, 흰사슴을 탄 신선이 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녹아든 백록담 등을 품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한라산은 영산이다. 해발 1950m의 남한 최고봉이라는 찬사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인간의 산이 아니라 신의 산’으로 떠받들며 고개숙인다. 기축년 첫날 한라산은 순백의 운무에 휩싸였다.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한라산 어리목을 찾은 등산객들은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를 흩뿌리는 한라산의 위용에 저절로 겸손해진다. 겨울 한라산은 산사람의 나태와 교만을 용서치 않는다. 사진작가 서재철씨는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눈이 빨리와서 한라산이 만설을 .. 2009. 1. 3.
강원 금대봉 ~ 대덕산, 순백의 낭만, 푹푹 눈에 빠지며 걷는 능선 강원 금대봉 ~ 대덕산 순백의 낭만, 푹푹 눈에 빠지며 걷는 능선 박경일 문화일보 기자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오르는 길에 앙상한 겨울나무와 하얀 눈, 파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 코스이기도 하다. 두문동재는 해발이 높아 금대봉까지 30분이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사이에 있는 대덕산(大德山·1310m)은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야생화 단지로 근래 유명해진 산이다. 대덕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은 남과 북에 걸쳐 제법 규모 있는 것만 6개나 되고 자잘한 것까지 포함하면 50개 정도나 된다고 한다. 이는 ‘대덕’이란 이름을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다는 얘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산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다. 이 이름을 가진 산들은 암반이 거의 없는 육산에 .. 2009. 1. 3.
2009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증명사진 / 김재준 [2009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 증명사진 김 재 준 창문 밖의 풍향계는 한사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머리를 곧추 세우며 떨고 있다 매서운 날들이 나를 후려왔듯이 바람의 거친 속도가 철봉 위에 다만 놓여있을 뿐인 저 화살을 어디론가 날아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동을 치며 제 자.. 2009. 1. 3.
2009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정글에서 온 풍경 / 유병만 <2009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정글에서 온 풍경 - 유병만 베트남 며느리가 순산했다는 읍내 전화에 논두렁이 파랗게 깨어나고 있다 노인의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완만하게 달라붙어 있던 들판이 뚝 떼어진다 잠시 주춤하던 족보의 한 갈래가 생기를 되찾고 상속되어져야 할 땅의 분량이 새로운 .. 2009. 1. 3.
200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저녁의 황사 / 정영효 <2009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저녁의 황사 정영효 이 모래먼지는 타클라마칸의 깊은 내지에서 흘러왔을 것이다 황사가 자욱하게 내린 골목을 걷다 느낀 사막의 질감 나는 가파른 사구를 오른 낙타의 고단한 입술과 구름의 부피를 재는 순례자의 눈빛을 생각한다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 2009. 1. 3.
2009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비 온 뒤 / 구민숙 <2009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비 온 뒤 - 구민숙 作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열일곱 가슴처럼 탱탱하다 또르르! 굴러 자기네들끼리 몸 섞으며 노는 싱싱하고 탐스런 가슴이 일렬횡대, 환하니 눈부시다 그것 훔쳐보려 숫총각 강낭콩 줄기는 목이 한 뼘 반이나 늘어나고 처마 밑에 들여 놓은 자.. 2009. 1. 2.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시 : 나무의 공양 / 이경례 <2009 영남일보 문학상> 나무의 공양 이 경 례 졸참나무가 제 몸통을 의탁해왔네 지난 태풍에 겨우 건진 살림살이지만 기와 불사를 생각하며 제 몸 선뜻 내 놓았다네 오래도록 산문의 입구를 지켜 온 졸참나무와 딱따구리, 한참을 골몰한 붉고 노란 머릴 조아리며 하피첩서霞帖書를 떠올리다, 마침.. 2009. 1. 2.
2009 무등일보신춘당선시 : 아르정탱 안을 습관적으로 엿보다 / 윤은희 <2009 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시> 아르정탱 안을 습관적으로 엿보다 윤 은 희 1 골목의 연탄 냄새 부풀어 전생의 어스름 빛으로 울적한 저녁 길바닥의 검푸른 이끼들 엄지손톱 半의 半 크기 달빛에 물들었다 아르정탱Argentan * 에 맨발로 들어가 자주 꾸는 꿈 벗어두고 나왔다 2 예전에 방앗간이었다는.. 2009. 1. 2.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담쟁이 넝쿨 / 조원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 시] 담쟁이 넝쿨 / 조원 두 손이 바들거려요 그렇다고 허공을 잡을 수 없잖아요 누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처럼 우리도 서로를 엮어 보아요 뼈가 없는 것들은 무엇이든 잡아야 일어선다는데 사흘 밤낮 찬바람에 찧어낸 풀실로 맨 몸을 친친 감아요 그나마 담벼락이, 그나마 나무.. 2009. 1. 2.
2009 전남일보신춘문예 당선시 : 기와이야기 / 이수윤 <2009 전일신춘문예 당선작> 기와 이야기 - 이 수 윤 육차선 도로가 생기고 청과물 도매시장이 부쩍 몸피를 키워 산 밑의 각화동 마을은 몸을 더 엎드린다 예쁜 눈썹으로 웃는 기와는 알고 보면 지나온 이야기가 무거워 한평생 돌아눕지도 못한 거였다 아팠던, 그리고 달던 들숨과 날숨의 흔적에 풀.. 2009. 1. 2.
2009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내압 / 이병승 <2009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 광고 --> 내압 - 이병승 한여름 땡볕에 달궈진 옥상 바닥 시원한 물을 뿌려주려고 잠가 둔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거침없이 몸을 흔드는 고무호스 긴 잠에서 깨어난 뱀처럼 시뻘건 각혈과 마른기침이 노래로 변하고 늘어졌던 마음의 통로에 생수의 강이 콸콸 흐른.. 2009. 1. 2.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관계1 / 유태안 <200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관계1 - 유태안 드라마를 보며 사과를 깎는다 사각사각 빨간 스토리가 벗겨지며 드라마는 색이 노랗게 변해 버린다 빨간 표피가 접시 위로 길처럼 흘러내린다 빨간 표피와 당도의 관계처럼 아내의 웃는 표정 뒤에 행복은 얼마나 될까? 먹기 알맞게 분할되어 접시에.. 2009. 1. 2.
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 오늘은 달이 다 닳고 / 민구 <2009 조선 신춘문예 당선시> 오늘은 달이 다 닳고 민구 나무 그늘에도 뼈가 있다 그늘에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나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벌어지는 구멍을 피해 앉아본다 수족이 시린 저 앞산 느티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건 오랫동안 곤줄박이의 몫이었다 곤줄박이는 나무의 가는 모근을 모아서 .. 2009. 1. 1.
2009 동아신춘문예 당선시 : 술빵 냄새의 시간 / 김은주 <2009 동아신춘문예 당선시> 술빵 냄새의 시간 - 김 은 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 떼 지은 평일의 .. 2009.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