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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강원 금대봉 ~ 대덕산, 순백의 낭만, 푹푹 눈에 빠지며 걷는 능선

by 혜강(惠江) 2009. 1. 3.

 

강원 금대봉 ~ 대덕산

 

순백의 낭만, 푹푹 눈에 빠지며 걷는 능선

 

 

박경일 문화일보 기자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오르는 길에 앙상한 겨울나무와 하얀 눈, 파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길은 백두대간 코스이기도 하다. 두문동재는 해발이 높아 금대봉까지 30분이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사이에 있는 대덕산(大德山·1310m)은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야생화 단지로 근래 유명해진 산이다. 대덕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은 남과 북에 걸쳐 제법 규모 있는 것만 6개나 되고 자잘한 것까지 포함하면 50개 정도나 된다고 한다. 이는 ‘대덕’이란 이름을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다는 얘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산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다.

 

  이 이름을 가진 산들은 암반이 거의 없는 육산에 정상부가 평평하고 둥그스름하며 오르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 순우리말 중에 ‘더기’는 고원의 평평한 땅을 가리키는데 ‘더기’→‘덕’으로 압축되고 이것이 한자로 바뀌면서 ‘큰 더기’가 ‘대덕’(大德)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대덕산 정상 부근은 우리나라 산에서는 보기 힘든 수십만평에 달하는 평평한 천연초지를 이루고 있다. 태백시 자료를 보면, 이 지역은 백두대간이 동서로 분수령을 이루면서 겨울에는 한랭건조하고 여름에는 온난다습하며 샛바람의 영향으로 집중폭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러한 기후조건이 수목보다 초지가 형성된 원인인 듯하다.

 

 

▲대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검룡소 방향 초원능선. 봄이면 이곳에 온갖 희귀 야생화가 앞 다퉈 피어난다.



  대덕산에서 남쪽 금대봉(1418m)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야생화 초원능선이다. 점봉산 곰배령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야생화의 보고로 꼽힌다. 환경부는 1993년 보호지역 지정에 앞서 전문학자들에게 의뢰, 2년에 걸쳐 조사를 벌인 결과 학계에 처음 보고된 대성쓴풀을 비롯한 한국특산식물 15종류와 16종류의 희귀식물을 발견했다. 그래서 봄과 여름의 금대봉-대덕산 야생화 관광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검룡소를 들르면 하루의 좋은 관광코스가 된다.

  보통 겨울에는 이 코스를 잘 찾지 않지만 이곳의 ‘눈밭’도 좋다 해 이번 주초에 찾았다. 그런데 지도상으로는 쉬워보였는데 막상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빠지는 등산로가 쌓인 눈에 가려져 있어 몹시 애를 먹었다. 노련한 가이드가 없다면 요즘 같은 철에는 창죽동에서 검룡소와 대덕산만 들러보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태백시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두문동재터널이 나오는데 그 위가 백두대간 선상에 있는 두문동재다. 두문동 고개는 해발 1268m로, 포장국도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개다. 보통 싸리재로 부르고 예전에 나온 등산지도에도 그렇게 표시돼 있다. 그런데 싸리재는 거기서 조금 못 미치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역사인 추전역 위에 있는 싸리밭골로 넘어가는 고개이지 이곳 두문동고개는 아니라고 한다. 태백시에서 이를 바로잡고자 그 고개 위에 ‘백두대간 두문동재’라고 새긴 큰 돌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여기가 들입목이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는 1.3㎞에 고도차가 200m도 채 안 돼 30분 정도면 오른다. 두문동재를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은대봉(1422m)이 마주하고 있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비단봉(1279m)과 매봉산(1303m), 피재(935m)로 잇닿는 길이 백두대간 코스다. 1993년 환경부의 조사 당시 별다른 이름이 없다고 판단, 주변 대성초교 이름을 따 대성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지역주민들이 항의해 원래의 금대봉으로 바로잡았다고 한다.

  검룡소가 있는 골짜기는 금대봉골로 금대봉 기슭의 제당궁샘,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석간수와 예굼터 등 네 군데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검룡소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대덕산이 아닌 금대봉이 품고 있는 것이다. ‘금대’란 신이 사는 곳을 뜻하는 ‘검대’에서 나왔다고 하니 이름도 범상치 않다. 금대봉 정상 역시 평평하고 이곳에 서면 주변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에 이르는 눈 쌓인 등산로도 이날 맑게 갠 파란 하늘과 대비되며 장관을 이뤘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따뜻하면서도 수량이 많은 샘으로 한반도 젖줄의 뿌리답다는 뿌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가는 코스는 고목나무샘으로 가는 샛길을 얼마나 잘 찾느냐가 관건이다. 백두대간으로 들어서지 않고 잘 닦인 임도를 500m 정도 가다 보면 오른쪽에 샛길이 나온다. 그곳에 ‘대덕산·근대봉 생태보존지역’ 4번 안내판이 있으니 그것만 잘 찾으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눈밭에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만 따라가다 보면 길이 끊기기 십상이다. 그 사람들 역시 이리저리 헤맸던 흔적이다. 이곳에서 우암산 오른쪽 사면을 타야 한다. 무릎까지 눈에 빠지는 사면을 타고 한참을 가면 커다란 고목 아래 ‘한강 발원지 고목나무샘’이란 푯말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길을 잘 찾은 것이다. 고목나무샘을 지나 죽 가다보면 우암산 북릉상으로 나선다.

  고목나무샘에서 1.5㎞ 지점에 분주령 갈림길이 있는데 여기까지 중간중간에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주령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오던 방향으로 치고 오르면 분주령을 오른쪽 사면으로 지나며 대덕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주령과 대덕산 사이에는 갈대숲이 있는 안부가 있다. 안부에서 바로 치고 오르면 대덕산에 닿는다. 대덕산에서는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는 매봉산이 바라보이고 정상 부근의 야생화 단지가 눈에 쌓여 쓸쓸하지만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검룡소 방향으로 내려오면 다시 안부가 나오는데 여기서 직진하면 1225봉에 닿는 길이 없는 위험지대다.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으로 내려오면 된다. 한참을 내려오면 계곡 건너 검룡소로 가는 다리가 나오는데 검룡소를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야 검룡소 주차장에 닿는다. 검룡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샘이 크고 깊은 멋이 있다. 수량도 하루 3000t 가까이 뿜어내고 온도도 항시 9도로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하니 신비롭기 그지없다.

  두문동재~대덕산 구간은 검룡소 주차장 아래 2㎞ 지점의 안창죽 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아주 드물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하산 후에는 안창죽 마을에서 두문동재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수도권에서 하루 코스로는 힘들다.

  금대봉-대덕산 코스의 푹푹 눈에 빠지면서 걷는 완만한 능선길은 여느 유명한 겨울산행 코스보다 은근한 맛이 있었다. 시간은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코스>
▲ 두문동재-금대봉-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안창죽마을
▲ 안창죽 마을-분주령골-초원능선-대덕산-초원능선-분주령골-검룡소-안창죽 마을

<대중교통>
▲ 태백 버스터미널에서 안창죽행 버스는 하루 2회.

 

<출처> 2009. 1. 2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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