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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민족의 성산 강화 마니산, 성지 올라 황홀한 낙조 감상

by 혜강(惠江) 2009. 1. 17.

민족의 성산(聖山), 강화 마니산

기(氣) 센 성지 올라 황홀한 낙조 보며 ‘여유충만’

 

글·사진 = 엄주엽기자

 

 

 

▲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 4년여 만인 올 1월 한달 동안 개방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 지난 주말 많은 등산객들이 몰렸다.

 

 

 

  “단군의 자취가 이 옛단에 머물러 있고 세월따라 선경에 온 것이 분명하구나. 질펀한 바람결에 갈매기만 깜박이니 천지도 끝이 있을까 늙어만 가네.이몸이 몇번이나 이 곳을 찾을 수 있을른지.”(이색·1328∼1396)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강화도 마니산(468m)의 참성단(塹星壇)이 1월 한달 동안 문을 열었다. 단군 왕검 당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참성단은 1964년 사적 136호로 지정됐고 그동안 연간 40만명이 찾는 명소였지만 훼손이 우려돼 2004년 8월부터 출입을 통제했다. 매년 12월31일과 1월1일의 해넘이와 해맞이, 개천절 의식과 전국체전 성화채화 때만 참성단을 개방하다보니 민족의 성지로 섬겨지는 참성단을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기 짝이 없었다.

  지난 주말에 찾은 참성단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운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참성단 개방에 맞춰 시산제(始山祭)를 지내러 온 대학산악회부터 개별적으로 술과 간단한 제물을 들고 찾아 절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참성단 개방을 모르고 올랐다가 철책이 열린 것을 보고 몹시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과거 참성단의 훼손은 지난해 태백산 천제단의 훼손사건처럼 극히 소수의 특정 종교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출입통제가 이해는 가면서도 마니산을 찾을 때 참성단에 둘러쳐진 철책이 몹시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이 참에 일시개방이라도 좀 잦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참성단을 단군과 연결 짓는 가장 오랜 공식기록은 ‘세종실록’으로, 그 모양과 크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고 “조선 단군이 하늘에 제사하던 석단(石壇)이라고 세전(世傳)한다”라고 적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에는 이색(李穡)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이강(李岡)의 시에 참성단이 언급돼 있는데 이들은 왕을 대신해 제를 올리기 위해 이 곳을 찾았던 만큼 참성단의 역사적 깊이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참성단에서 바라본 마니산의 위용.

 


  마니산은 한반도 배꼽에 해당하는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흥미로운 것은 1999년 풍수전문가 이재석(한국정신과학학회 부회장)씨 등 세 명이 전국의 기(氣)가 센 지역을 선정해 지기(地氣)탐사기로 측정한 결과 강화 마니산 참성단이 가장 많은 기를 분출하는 생기처(生氣處)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화군은 지난해부터 6월에 ‘마니산 기(氣)축제’를 개최한다. 마니산에 하늘에 제를 올리는 제단을 만든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의 가장 높은 산인 마니산(摩尼山)은 ‘고려사’등 조선 초기에 나온 문헌에는 머리산, 우두머리산이란 뜻의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嶽)으로 쓰여 있다. 지금도 이 지역 사람들은 ‘마리산’으로 부른다. 우리 땅이름 연구자인 배우리씨에 따르면, 한자 ‘摩尼山’은 한국말의 ‘마리산’을 음역(音譯)한 것이라는 데는 역사적 사료로 미뤄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일제에 의해 ‘마니산’이란 발음으로 정착됐다고 본다.

  일제는 이 산이 ‘으뜸산’의 뜻인 ‘마리산’이 마땅치 않았던지 ‘두산(頭山·머리산)’, ‘종산(宗山·으뜸산)’, ‘마리산(摩利山)’, ‘마리산(摩尼山·‘尼’도 보통 ‘리’로 읽었다)’ 등으로 표기되던 여러 이름 중 ‘摩尼山’을 택해 자기들의 글인 가타카나로 ‘마니산’으로 음을 달고 그렇게 정착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복 후 지도 등에 그 이름을 ‘마리’로 바로잡아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것. 어쨌든 지금은 ‘마니산’으로 익숙해져 이름을 바로잡자면 어렵게 됐다.

 

 

▲ 마니산을 오를 때 가장 선호되는 단군로의 훼손된 모습

 


  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이면 도착하는 마니산은 높진 않지만 주능선이 암릉으로 이뤄져 등산의 맛이 있고 무엇보다 서해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가장 긴 종주코스는 화도초등학교에서 능선을 따라 참성단을 거쳐 마니산에 오른 뒤 야영장이 있는 함허동천 또는 정수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넉넉히 4시간이면 탈 수 있는 이 코스는 함허동천의 계곡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원점회귀를 못해 승용차를 타고 갔을 경우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보통 화동초교 옆 시설공단사무실에서 오른쪽 길인 단군로를 지나 능선고개에서 왼쪽 방향으로 참성단에 오른 뒤 마니산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참성단에서 917계단길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애호된다. 이번에 올라보니 단군로가 몹시 훼손돼 나무뿌리가 곳곳에 드러나고 비나 눈이 왔을 경우엔 오르기 힘들 정도로 땅이 다져지고 망가져 있었다. 요즘 웬만한 근교산들은 나무 계단 등을 설치해 등산로 훼손을 막고 있는데, 마니산의 경우 등산객도 많고 더구나 성인 1인당 1500원씩 입장료도 받으면서 가장 기초적인 설비조차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성단의 훼손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무너져 내리는 등산로와 이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지자체가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참성단에서 마니산을 거쳐 절고개에 이어지는 능선은 암릉지대로써 좌우로 강화도 전체와 서해바다를 번갈아 보면서 탈 수 있는 손에 꼽을 만한 ‘명코스’이다. 특히 이 능선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는 어디에도 견줄 수 없다. 봄에는 절고개에서 진달래능선을 타고 함허동천으로 떨어지는 코스도 볼 만하다.

<코스>
▲화도초교-참성단-마니산-함허동천
▲시설공단사무소-단군로-참성단-마니산-함허동천
▲시설공단사무소-단군로-참성단-마니산-계단로-시설공단사무소

<대중 교통>
▲서울 신촌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마니산 직행버스 이용(2시간 소요)
▲서울 신촌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강화행 직행버스 이용(10분 간격)
▲영등포에서 강화행 완행버스 이용(10분 간격, 1시간30분 소요)
▲안양, 부천, 인천에서 강화행 버스 이용(20~30분 간격)
▲강화에서 화도행 버스 이용, 종점 하차(30분 소요)

 

 

<출처> 2009-01-16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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